문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가장 싫어할 사람은?

답 : 문재인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친문 진영은 김상곤 당대표라는 카드를 내세워 호남 민심 복원을 노렸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카드가 실현될 경우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친문 측의 시도에 한 발 앞서 새누리당이 이정현을 당 대표로 뽑는 바람에 김상곤 카드는 그냥 죽은 패가 되어버렸다. 바람 빠진 풍선이 된 것이다.


김상곤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어느쪽이 더 파괴력이 있다고 보는가?


답은 명백하다. 김상곤은 이정현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선 각자의 인물에 담겨있는 스토리의 함량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적어도 스펙이라는 점에서 김상곤은 대한민국 금수저에 속한다. 그가 걸어온 정치역정이라는 것도 솔직히 말해 음지를 걸어왔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고난의 상징이 아니라 또다른 특권이 된 진보 운동권 성향이라는 게 무슨 감동이 되겠는가?


게다가 김상곤은 지난해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김상곤이나 당시 혁신위원들은 부인하겠지만 그 혁신위는 문재인의 문재인에 의한 문재인을 위한 프로젝트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기 어려웠다. 혁신위 안에 반발한 안철수가 탈당함으로써 사실 여부를 떠나 적어도 정치적 대립구도라는 점에서는 그 의혹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됐다.


결국 김상곤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 밥에 그 나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평가를 벗기 어렵다. 다시 한번 문재인을 위해 바지 사장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불식할 수 있을까?


김상곤 당 대표가 호남의 반문 정서를 해결하는 카드로서 본질적으로 한계가 뚜렷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남의 반문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 정서를 건드리지 않는 인물일 필요가 있다. 그 점에서 김상곤은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이정현은 다르다. 스펙부터가 이른바 금수저와는 거리가 있다. 호남에서도, 새누리당에서도 그는 주류에 끼기 어려웠다. 그가 자신을 일러 '비주류의 비주류'라고 표현했던 게 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이다.


그가 새누리당 소속으로서 호남을 위해 뛰어온 행적을 봐도 단순한 립서비스에 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는 호남에서 두 번 연속 당선됨으로써 지역민들의 지지와 평가를 입증했다.


근본적으로 그는 영남과 호남의 화해와 소통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과제를 상징하는 인물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 과제를 실현하는 방식이나 방법론, 역량은 냉정한 현실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그 가능성이라는 것이 호남의 유권자들에게는 무척 소중하다는 점이다. 호남이 영남 출신 노무현을 지지하고 그 뒤에도 영남패권의 2진이랄 수 있는 친노에 대해서 분노하면서도 지지를 거두지 않았던 것도 그러한 화해와 소통에 목말랐기 때문이다.


이제 호남 출신 새누리당 대표가 그러한 화해와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친노는 호남의 지지에 보답하지도 못했고 최소한의 성실성조차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고립을 극복하고자 하는 호남의 처절한 몸부림을 비하하고 저주하고 짓밟는 데 주력했다. 지난 총선은 그런 친노에 대한 호남의 냉정한 신용평가일 수밖에 없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에 거는 기대에 못지 않게 우려도 크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자주 드러내는 인종주의적 반호남 정서는 이정현의 발목을 옭아매는 쇠고랑이 될 수 있다.


이 시대의 정치인들은 지지자들의 하인(servant)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복(公僕)과 하인은 다르다. 하인은 주인의 심기를 살피며 그가 시키는 일만 하지만, 공복은 주인을 위해서 그가 싫어하는 일조차 할 수 있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과 진정한 정치인이 달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당선을 축하한다. 그가 단순한 하인이나 복심에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지지자와 유권자를 위하여 일하는 공복,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