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강물님께서 김영란법 관련 글을 쓰셨는데 댓글을 쓰다가 너무 길어져서 따로 발제를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김영란법의 취지는 좋습니다. 부정부패를 방지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저도 부정부패가 근절되는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바람직하며 우리사회의 부정부패가 근절되기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자구요. 우리 국민 모두 <<착하게 살게 하는 법>>을 제정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취지는 참 좋죠. 모든 국민이 착하게 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과연 실현가능 할까요? 국민들의 자유를 제약하고 전 국민이 서로 서로 감시하게 하지 않고는 실현이 불가능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김영란법도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3만원이라는 자의적 기준을 만들어서 적용한다는데 그럼 29999원은 괜찮고 30001원은 범죄라는 얘긴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세상에 선물과 식사액수의 기준을 국가가 국민에게 가이드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나 모르겠네요. 코메디를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실소를 금치못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법이 합헌이라니 참 답이 없네요. 지금 뇌물죄가 없어서 부정부패가 창궐하는 건가요?

저는 왜 우리사회에 부정부패가 만연한 것인지 근본적인 원인을 잘 따져서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이런 악습이 근절될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 부정부패는 왜 생기고 왜 특히 우리사회에 만연한 걸까요?

우리 민족성이 원래 부정부패를 즐겼을까요? 그렇지는 않겠지만 저는 역사적 원인이 분명히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왕조 500년간 계급사회를 살면서 평민과 노비들은 어떻게든 양반들의 수탈을 피하려는 목적, 일을 열심히 해도 보상이 없는 경우 발현되는 노예근성 등으로 주인의식이 결여된 수동적 삶을 살았고 이런 것들이 국민들의 DNA에 축적되어 나만 아니면 된다.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기회주의적 의식이 쌓였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비해 사기죄 비중이 몇배 높다는 언론보도까지 있습니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254473

우리 나라에서 계급이 실질적으로 없어진 것이 일제 식민지 시절입니다. 100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정서나 DNA가 바뀌기에는 짧은 시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상놈의 새끼라는 욕이 아직도 존재하죠. 계급의 잔재입니다. 이 계급이 없어지고 우리 정부가 세워진지는 68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간혹 너무나 비상식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고 공격을 받는데 그사람들은 왜 그렇게 상식이 없을까하고 욕을 하죠. 그런 분들이 아직도 많죠. 저는 그런 일탈들이 노예근성과 그에 따른 피해의식의 발로라고 봅니다. 조금이라도 손해보는 것을 못참고 관용이 없는거죠. 물론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면 이정도라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패지수가 OECD 최하위일 수 밖에 없죠. 우리국민들이 자기책임, 자율 등 자본주의의 가치에 따라 행동한 역사가 OECD  선진국에 비해서 짧기때문이죠. 몇백년에 걸쳐 개인책임에 기반한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서구와 미국의 자본주의 역사와 비교하면 우리국민이 자본주의적 가치, 서구적 생활양식으로 살아온 기간이 일천합니다. 우리는 중국의 황당한 사건 사고들을 보고 그들을 비웃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의 중국인 수준을 벗어난 것이 2,30년이나 됐을까요? 저 어렸을때만해도 우리 국민들이 해외여행가서 공항에서 고스톱쳐서 물의를 일으켰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적 전통은 우리의 자본주의 마저도 국가가 깊이 개입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규제를 참 좋아합니다. 이것도 조선왕조의 유산이라고 봅니다. 나랏님이 백성을 편안하게 잘 먹고 잘살게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무슨 사건 사고만 생기면 정부가 그런 것도 미리 막지 않고 뭘했냐는 주장이 퍼집니다. 세월호 사건도 마찬가지죠. 자살이 많아도 정부탓, 어떤 어린이가 차에 갇혀서 사경을 헤메어도 정부탓이죠. 내가 못사는 것도 정부탓이요 내가 취직을 못하는 것도 정부탓이 됩니다.

게다가 우리가 자본주의를 자생적으로 발전시킬 수 없던 상황에서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룩하면서 불가피하게 정부가 자원을 배분하고 특정산업을 육성하고 수출을 장려하고 수입을 억제하는 정부주도의 자본주의를 발전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배고픔에서 벗어났죠. 자본주의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자율, 자기책임으로 국민들의 의식을 전환시키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국민의 생활에 대한 간섭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경제생활에서 고도 성장기에는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있으므로 국민들의 불만이 덜하지만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는 국민들의 DNA에 잠재되어 있는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노예근성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그런 속성을 포착하고 보편적 복지니, 사람이 우선이라는 등의 듣기 좋은 말로 대중에 영합하면서 경쟁적으로 국가의 규제와 간섭을 늘려갑니다.

규제와 간섭이 늘면 어떤 일이 생깁니까? 어떤 사업가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공무원에게 잘 보여야 할 일이 계속 늘어나겠죠. SK와 CJ 헬로비전의 합병을 불허한 공정위는 무소 불위의 권력을 행사했습니다. SK나 CJ 입장에서는 공정위가 생사여탈권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활을 걸고 로비해야 했을 겁니다. 구청이나 시청 공무원들의 인허가도 마찬가지 입니다. 무슨 사고가 날때마다 이런 저런 규제를 더하니 인허가 과정은 더 복잡해지고 공무원의 권한은 늘어납니다.

무슨일이 되도록 하려면 저 공무원이 이걸 잘 해줘야한다. 저 공무원만 구워 삶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점점 늘어난다는 얘기입니다. 부정부패가 증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거죠. 말도 안되는 성매매특별법이 생기니 단속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서 단속정보를 파악하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이런 언론보도 많이 보시지 않았나요? 인허가 사항이 많아지고 늘어날수록 뇌물과 로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부정부패가 없어지려면 정부의 간섭이 줄고 말도 안되는 규제,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가 없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김영란법이 아니라 김영란법 할아버지가 와도 우리나라의 부정부패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을겁니다. 아니 규제가 늘면 늘수록 부정부패는 오히려 폭증할겁니다. 내기해도 좋습니다.

규제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반론할 수도 있습니다. 규제 다 없애면 힘센 대기업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것 아니냐고...... 그런 걱정하시는 분들이 대기업의 독식을 막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는데 무슨 걱정을 하시나요? 대기업이 만든 제품을 안사시면 됩니다. 대기업 독식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대기업 물건이 안팔릴수록 약자들이 사업하기 좋은 세상이 될겁니다.

나는 안살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 사면 내가 안사는게 무슨 소용이 있냐구요? 아니 왜 다른 사람들의 자유롭고 주체적인 선택을 막으려 하십니까? 본인이 안사는 것으로 성에 차지 않으십니까? 바로 그런 생각이 본인의 도덕적 윤리적 판단을 남에게 강요하는 좌파적 사고의 전형입니다. 몇년 전에 이효리가 쌍용차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티볼리가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SNS에 올렸잖습니까? 정작 본인은 그차를 사지도 않고 살 생각도 없으면서 말이죠. 이런 모순적 사고, 이중잣대의 전형이 되는거죠. 이효리가 SNS에 올려서 티볼리가 선풍적으로 잘팔리는게 아니죠. 디자인이 예쁘고 차가 좋으니 팔리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