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그제 tv 화면에 투우장면이 등장했다. 스페인 세비야 지방 여행관련 프로였다.

워낙 유명한 경기인지라 투우사의 면모와 투우경기 이모저모를 상세하게 보여주었는데

나는 투우가 본격 게임으로 들어가기 전 재빨리 tv를 꺼버렸다.

투우에 동원되는 검정색의 몸집이 큰 소, 그 소의 눈을 차마 마주볼 수가 없었다.

인간들은 칼을 들고 요리조리 몸을 피하면서 무슨 대단한 사나이 용기를 보여주듯,

게다가 화려한 복장으로 몸을 장식하고 죄없는 생명 하나를 살륙하는 과정은 

처참하다 못해 우스꽝스럽기 까지 하다. 그나라 민속문화 전통이니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해 못하겠다. 수천명의 선남선녀들이 한 죄없는 생명을 살륙하는

과정을 집단으로 관람하면서 갈채와 환호를 보내는 전통문화?


 90년대 초 그라나다에서 투우장에 표를 사서 입장한 일이 있다. 여기까지 와서

투우를 관람하지 않으면 후회할거라는 일행의 주장에 따라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투우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투우의 본격 게임이 시작된지 십여분도 안 되어 나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혼자 그곳에서 나와버렸다. 차마 그 빤한 장면을 눈 뜨고 바라볼 수 없었다.

 

카잘스와 피카소의 나라, 그리고 그라나다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의 나라,

그런데 그 투우장 퇴장으로 스페인여행은 별로 좋지 않은 인상만 남겼다. 마드리드 벼룩시장

에서 만났던 소매치기 일당과 함께 스페인의 투우장은 내게 하나의 악몽으로 남아있다.

투우...그것은 스페인의 악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