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은 경력이 화려하다. 동아 사장과 회장을 지내고 그 직전에 청와대 수석-노태우 당시-도 지냈다.
미국유학을 했고 아마 서울대 정치과 출신일 것이다.혹은 사회학과?
그가 귀국직후 <세대>라는 잡지사에 친구가 주간으로 있어 잠시 들렀는데  나도 거기 놀러갔다가 
우연찮게 인사를 나눈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인물을 특별히 기억한다.
동아일보에 수십년 근무해도 부장 자리 하나 얻기 힘든데 첨부터 사장에 오른걸 보면 추측컨데
김성수 집안이나 그 비슷한 집안과 어떤 인척관계가 있는듯 하다. 
  
 어제 우연히 유튜브에서 김학준의 <분단과 통일 방법론>이란 강의 타이틀을 발견하고
"어디 미국까지 가서 국제정치를 공부하고 한국 고위직을 거친 인물은 통일방안에 대해 어떤 묘책을 갖고 있을까?"
잔뜩 기대감을 갖고 무려 한시간 가까이 그 강의를 지켜봤다. 무슨 우파단체에서 주최하고 그를 초빙한 강의였다.
내가 기대감을 갖은 것은 그가 비록 고위직과 언론사 사장직을 거쳤으나 학자풍의 인상을 풍기고 발언도 매우 또박
또박 논리적으로 하는, 좀 이상한 표현이지만 상당한 "현자 (賢者)"라는 느낌을 평소 주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김학준이라면-참 그는 귀국직후 한동안 대학교수직도 역임했다. 벼슬운이 매우 좋은 인물이다.-박근혜 류의
대박론이나 무슨 선언 따위 날림 구호를 외치거나 또는 정치권 주변의 관변 학자들처럼 틀에 박힌 소리에 머물지는
않을 것으로 나는 믿었다.

 전반부 강의내용은 삼국시대 부터 시작된 분단의 역사인데 이 부분은 조금 새롭게 다가왔다. 고려 이조를 통해 과
거에도 수십번 실제 분단상황과 분단직전의 위기를 겪었다는 것인데  그의 고대와 근현대사 인식은 매우 소상해서
이어질 통일방안에 관해 점점 더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의 언급 가운데 특별히 각인된 한마디가 있다.
"중국은 지금 북한을 새로운 동북아의 만리장성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이 결코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
한 것인데 '새로운 만리장성'이란 말이 재미 있었다. 내가 한시간 동안 강의를 들었던 유일한 소득이라면 이 '새로운
만리장성'이란 한마디였다. 과연 그렇구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표현이다. 장황한 분단역사가 거의 대부분 시간을
소모하고 드디어 <통일방법론>으로 접어들었다. 이 방법론은 아주 단순하고 명쾌?했다. 결론적으로 "우리 한국
은 뭐니뭐니 해도 모든 걸 미국을 믿고 미국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래도 러시아 일본 중국에
비하면 미국은 영토야심도 없고 민주국가이고 그리고 선한?나라이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결혼 내린 그는 스스로도
좀 어색했던지
'좀 더 좋은 내용을 들려드리지 못해 매우 죄송하다." 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지었다.

 잔뜩 기대를 품고 한시간을 허비한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물론 '통일방법론'이란 게 아무리 현자일지라도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요즘 생각할수록 남북통일이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에 젖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 사람은 통일에 대해 아무런 고민도 연구도 열의도 없는 사람 아닌가? 이런 느낌이 강했다. 사회 지명인사로
강단에 섰으니까 아는 역사지식을 조금 베푼 것 뿐이다. 통일에 대한 고민은 이사람과는 인연이 없는 일이다.
나는 생각했다. ㅡ그가 한국사회에서 고위직을 차례로 거치고 잘 지내고 있는데 통일이 아쉬울 게 뭐가 있나?
골치 아프게 그런 문제를 생각하느니 골프장이라도 한차례 더 찾아가 건강에 신경 쓰는 게 이롭지 않은가.
이 공식을 확대하면 정치권에서 잘 나가는 인물들-보좌관 친인척 특채로 한국 국회의원은 제일 실속있는
직업의 하나라는 게 확인되었다.- 재벌들과 대기업 임원들, 그리고 한국에서 잘 나가는 지도층과 지배층들,
그들은 상황의 변화도 원치 않고 현상유지가 최선이다. 결코 변화를 원치 않는다. 

 북에서 통일을 원하는 것은 북의 일반 시민들일 뿐, 북의 지배층, 군부 엘리트 등은 결코 통일을 원치 않는다
는 말을 여러군데서 들었다. 그들도 현상의 변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니까 납북 모두 지배층과 권력층과
부유층, 힘이 있는 세력들은 현상변화를 원치 않고 현상고착을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셈이다. 이래서 분단해소
에 한발자욱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신의 안위를 제처둘만큼 신념이 있어야 한다. 정주영과 김대중
에게 그것이 있었다. 불행히도 그런 인물은 한국에서는 기인에 속하고 기인 취급을 받는다.

 김학준은 한국 지배층, 상류에 속하는 지식인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그는 물론 선량하고 양심적인 지식인
이다.그가 분단해소에 특별한 신념을 갖지 않았다고 그 한사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는 기인은 아닌 것이다. 
통일방법론? 그 해법은 무엇일까? 혹시 알파고는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