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전반기의 국회 의장단이 결정됐다. 정세균(더불어민주당) 의장, 박주선(국민의당), 심재철(새누리당) 부의장 등이 그들이다.

의장단에 선출되신 의원들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이 분들의 정치적 공과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평가가 엇갈리지만 격동의 세월을 거쳐온 대한민국 정치계에서 평범한 정치인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성취와 선수를 쌓아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의장단 피선을 그러한 정치적 업적에 대한 객관적 평가로 이해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의장단에게 축하의 인사만 전하기에는 석연찮은 요소가 적지 않다.

첫째, 이번 의장단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전원 호남 출신 의원들로 구성됐다. 대한민국 정치권의 다수인 영남 출신들도 의장부터 부의장까지 전원 의장단을 석권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이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제1당 진입과 국민의당의 선전에 기인한 것이다. 민심의 선택이 반영된 결과이다. 하지만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이번 의장단 구성에 영남과 여타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이 반영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영남패권의 영향력이 대한민국을 장악한 상황에서 국회의장단에 영남 출신이 배제된 것이 그리 심각한 문제냐고 말할 수 있다. 국가 전체의 균형이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정상화로 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영남패권 극복 이후의 미래 이미지를 왜곡할 수 있다. 영남패권 극복은 국가 구성에서 지역을 막론하고 정의로운 균형을 이루는 것을 의미하지, 영남 출신들의 배제를 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호남 출신들이 의장단 구성을 독점함으로써 사회 각 분야의 호남혐오와 배제 등의 현상이 실제보다 축소 평가될 수 있다. 현실에서는 호남의 당연한 정치적 선택마저 지역주의로 비하와 모욕의 대상이 되며, 고립된 섬마을의 강간 사건이 호남인 전체의 공모이기라도 한 것처럼 공격의 대상이 된다. 침소봉대, 허수아비 때리기, 인종주의적 모욕이 호남에 대한 공격의 주요 레퍼토리로 빠지는 법이 없다.

20대 국회 의장단의 출신 지역별 구성이 정말 호남 정치의 현주소를 대변한다면 호남에 대한 인종주의적 공격이 이렇게 유행병이 될 수 없다. 결국 이번 국회의장단의 구성은 대한민국의 각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호남 혐오 및 호남 사냥의 비참한 현실을 덮으려는 기만술에 불과하다는 의문을 갖게 된다.

성경의 표현을 빌리자면 ‘회칠한 무덤’이나 마찬가지이다. 뚜껑을 열어보면 구더기가 들끓고 악취가 진동하는 추악한 현실이 진행되고 있다. 호남에 대한 광범위한 혐오와 상징 조작, 이미지 공격은 국가 공동체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갖게 만든다.

지역평등의 실현을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진정한 국민통합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지역평등시민연대는 이러한 우려와 문제의식을 담아 20대 국회 의장단과 여야 각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

1. 심각한 지역차별과 혐오 현상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특별위원회를 여야 각 정당에 구성하고, 각 당의 최고 중진급 의원들이 그 위원장을 맡으라.

1. 20대 국회 전반기의 국회의장단은 여야 각 정당과 협력하여 임기 내에 호남 지역차별과 혐오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입법화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라.

2016년 6월 13일
지역평등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