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땅거미가 지고 이슬비가 내리던 무렵 새시 일을 하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술 생각나면 선착장 근처 회센터로 오란다. 자전거를 타고 횟집에 들어섰더니 인근 읍에서 대형 리조트 건설 프로젝트 사업 부장을 하는 친구가 와 있다.

 

기 백억대에 이르는 건설 사업이라 내부에서 파워게임과 신경전이 치열한 모양인데 할 말 못 할 말 가려가며 이미지 관리하느라 죽을 상이란다. 그래 사업할 때 명심하라고 선자불래 내자불선善者不來 來者不善이라고 한 마디 적어줬다. 한자어 다 까먹어서 착할 선 밑에 획을 입 가 아닌 으로 잘못 썼다 크크크.

 

한참 이야기를 하다 자리를 옮겨 자주 가는 맥주집에서 어쩌다 보니 성, 그리고 이번 신안 여교사 성폭행 사건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두 녀석에 물었다. ‘니들은 살을 섞고 나서 사랑이 생긴다고 보냐, 플라토닉한 사랑의 관념이 먼저고 육체 관계는 나중이라고 생각하냐?’

 

의견이 갈렸다. 샤시 일을 하는 친구는 전자, 사업부장 녀석은 후자. 사업부장 녀석은 20대에 처녀랑 열렬히 연애해서 애낳고 살다가 고향에서 거의 처음으로 대형 마트 사업을 벌였다가 망하고 이혼해서 어머니 손에 맡겨 혼자 애를 키운다. 사랑에 대해 좀 순수한 어떤 것을 여전히 품고 있는 녀석이랄까.

 

다른 친구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고등학교 마치고 다방 일부터 시작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터이고 여성의 몸, 여성의 생리에 대해 나름 달통한 녀석이다. 여자라고 다 깔끔한 게아니고 지저분한 스타일은 남녀 구분이 없다네^^ 대충 살아온 경험에 따라 의견이 갈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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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고등학교 시절 이후 30여년간 떨어져 살다가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 가치관의 차이가 어떤 문제를 낳는가로 이야기가 흘렀다. 그러다가 샤시 일을 하는 녀석이 학교 선생과 기독교 목사, 스님등은 사회의 엘리트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 내가 교사와 성직자를 딱히 엘리트라고 봐야 하나? 딴죽을 걸었다. 갑론을박하다가 내가 그렇담 엘리트의 정의가 뭔지나 함 알아보라고 했다. 다른 녀석이 인터넷 검색을 한다. 정의를 읆는다. 정의의 해석을 두고서도 의견이 갈렸다. 언제나처럼 2:1의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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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문직이나 준전문직 등을 두고서 앞에서는 고개를 굽신거리고 뒤에서는 씹어대든 평민(^^)들이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니들이 교사나 목사를 사회에서 우대받아야 하는 엘리트로 보는 것은 알겠으니 그걸 내게 강요하지는 말라고.


샤시 친구 왈, ‘니는 왜 꼭 기득권층 사람들처럼 말하냐? 하는 말이 꼭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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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여교사 성폭행 문제가 나왔다.


내가 예전에도 드물게 여교사 성폭행은 있었고 현재에도 드물게 있고 극히 드물게 학생이 여교사를 성폭행하는 일도 있어왔다고 했다. 두 녀석 모두 동의.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특정할 수는 없지만 여튼 학창 시절 느꼈던 분위기로 보아 극히 드물게 그런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고 봄직하다고.


성폭행에 3인 모두가 가담했는가를 두고서 또 말이 갈렸다. 후배인 호프집 여사장까지 가세해서 3인 모두 강간을 저질렀다고 방송에서 확인했다고 나를 공박한다. 갑론을박... ... 내 의견: 3인 모두의 DNA가 검출되었다고 그게 곧 3인 모두 강간을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DNA는 정액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그리고 질강 내 3인 모두의 DNA 검출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법률상 용어는 일상 용어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성추행, 성폭행, 강간, 준강간의 법률상 정의를 찾아봐라. 동물 발정제 나 물뽕 등을 술에 타서 먹이고 사전 공모해서 강간한 것이라고?


여사장이 또 인터넷에 3인 모두 삽입 강간했다고 나왔다길래 그예 내 고정관념이 폭발했다. ‘언니 그거 네이버에서 찾아본 거지?“.


니들 법감정은 이해하지만 실정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얼개를 알아야 그나마 일반의 법감정에 조금이라도 다가서는 법치가 이루어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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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끝나가던 무렵 사업부장 녀석이 한 마디 거든다. 여교사 남자 친구는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애인이 강간당한 사실을 숨기고 끝까지 보호하고 사랑하며 아끼고 결혼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근데 그 논거가 재미있다. 잠자리 같이 할 때마다 강간당한 여자라는 사실이 떠오를 텐데 어찌 같이 살겠냐고. 그 말 자체가 모순이란 걸 모르드라. 종군위안부를 더렵혀진 여성으로 보는 일반의 그 시각과 큰 차이가 없다. 여사장 포함 셋 모두 성폭행 사실은 숨겨야 한댄다. 피해자의 앞날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