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에게 월 300만원씩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안건이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부결되었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060600191

우선 스위스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이번 투표를 계기로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는 각국에서 확대될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논의가 본격화될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국민투표를 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아마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는 나라의 국민들이 매월 300만원을 무조건 준다는 주장에 어떻게 반응할까? 내 추론에 불과하지만 현재의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하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모든 국민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전국민에게 일정수준 이상의 돈을 지급하자!"는 주장은 감정에 호소하고 있으며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단순 명료한 주장이다. 모든 복지확대의 주장이 우리의 측은지심을 자극한다.

만약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폐지를 줍는 노인들, 생활이 어려운 미혼모, 천애고아로 교육을 전혀받지 못한 청소년들, 하루 온종일 일을해도 제대로 된 식사한끼를 해결하기 어려운 비정규직 가장, 삶을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 등에 대한 측은지심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면 나는 그들의 의도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나도 인간이며 TV와 라디오에 나오는 어려운 사연을 접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몇천원이 드는 기부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의깊게 살펴보고 숙고해야 할 것은 과연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면 불행한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잘살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면 불행한 사람들의 처지가 개선되기는 커녕 그들의 처지가 더욱 악화되고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는 원하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벌어질 뿐이다.

(철학적 의미를 제외하고 물질적 측면에서) 우리가 풍요롭게 잘먹고 잘 산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 "우리나라가 풍요롭다. 우리나라는 잘산다."라는 의미는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제품의 양이 우리 국민이 쓰고 남을 정도로 풍부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남는 생산물을 수출해서 그 댓가로 우리나라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들을 수입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북한이나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가 빈곤하다는 의미는 그들의 생산물이 적고 그 나라 국민들이 쓰기에도 부족해서 수출은 꿈도 꿀수 없으니 필요한 물건을 수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화폐개혁으로 모든 국민의 소득을 10배 높인다고 갑자기 외국산 물건을 수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생산물의 양을 늘려서 우리가 더욱 풍요롭고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은 두가지다. 더 많은 노동을 투입하거나, 자본 투입을 증가시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생산방법에 대한 혁신도 생산량을 늘리는데 이건 논의에서 제외시키자)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면 노동과 자본의 투입이 줄 수 밖에 없다.

 
기본소득이 한달에 300만원이라면 300만원 미만의 임금 근로자나 300만원 이하를 버는 자영업자는 일할 유인이 전혀 없다. 노동이 준다. 350만원 받는 근로자는 내가 고작 50만원을 더 벌자고 하루에 8시간씩 고통스럽게 일을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다. 노동의 양은 급격하게 줄 것이다. 노동의 양이 줄더라도 대규모의 자본투입을 통해서 생산성을 높인다면 생산량이 동일하거나 증가할 수 있지만 기본소득제 시행을 위한 재원은 기업이나 가계로부터 징수할 수 밖에 없으므로 기업의 투자가 주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이 줄고, 자본이 줄면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생산물이 줄것이고, 교환해서 들여올 수 있는 제품의 양도 준다. 즉 가난해진다는 의미이다.

 
못믿겠다면 베네주엘라를 보자.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6/02/18/20160218000750.html?OutUrl=naver 외국에 팔 수 있는 물건이라고는 석유밖에 없는 베네주엘라가 유가가 폭락하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에게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외국에 팔 물건이 점점 줄어들어 생필품마저 부족한 상황이 발생되면 우리가 지켜주고자 했던 바로 그런 불쌍한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아마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몰리지 않을까? 저런 상황이라도 부자들은 그런대로 살 수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물론 세계최고 수준의 공업국인 우리나라가 하루아침에 거지가 들끓는 나라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경쟁력을 잃고 경제는 활력을 잃어갈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이미 우리나라가 이런 길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87체제 이후 민주화에 대한 요구로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생산기지들이 해외로 이전된 반면 복지에 대한 요구는 급증했다. 게다가 제품 생산의 주체가 되는 기업에 대한 적대적인 의식 특히 대기업에 대한 적대감이 증가되어 대기업이 사업을 확장하고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데도 골목상권의 보호나 영세기업의 보호라는 논리로 이를 막고 있다.(과연 그런것을 통해서 골목상권과 영세기업이 보호되었나?) 또 국수주의적 시각과 반기업 정서는 해외기업의 국내투자마저 위축시키고 있다. 이런 모든 움직임이 가르치는 방향은 동일하다. "노동 투입의 축소와 투자의 축소"

 
이 상태로 10년만 더 흘러가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두려워진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특히 대기업을 때려잡지 못해서, 세금을 더 걷어서 복지를 늘리지 못해서 안달 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대기업만 때려잡으면 고통없이 모두 잘살수 있다고 믿는것인가? 도대체 그들의 심중에 어떤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때려잡은 이후의 대안이라도 있는것일까? 자급자족적 원시시대로 가야한다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사실 대기업을 때려잡으면 몇년간은 복지를 늘릴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할테지만......

 
그래서 하이에크는 이런말을 했나보다. <<사람들이 높은 이상에 부합하는 미래를 의식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실제로는 원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것을 창출하고 있다면 이보다 더 큰 비극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