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제가 시닉스님께서 링크하신 기사에 '철피아'라는 제하의 표현이 있는 것을 보고 좀 웃었습니다.

이번 구의역 사건은 이미 언급했듯, 정규직/비정규직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닌 말로, 지하철 임금을 인상한다고 그런 문제가 해결되겠습니까? 오히려 철밥통 공무원들과 그에 관련된 경영진의 주머니만 두둑해질 뿐이지.

이번 사건의 핵심은 갑을 구조에서 갑은 자신이 져야할 책임조차도 을에게 떠넘기고 을병 구조에서 을 역시 자신이 져야할 책임조차도 병에게 떠넘기는 풍토에 기인한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병은 바로 '안전모조차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안전모조차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은 프로야구의 현실에 곧바로 대입이 됩니다. 1군 선수의 경우, 야구배트는 구단에서 지급을 합니다. 그런데 2군 선수의 경우에는 야구배트를 자비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2군 선수 중에 1군으로 콜업되어 올라오는 선수가 드물다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경비를 절감하려는 차원으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2군 선수 역시 가능한 한 최상의 여건에서 경기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한국의 만연한 풍토인 '투자에 인색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죠. 문제는 이 투자가 인명과 관련있는 부분인데도 저렇다는게 프로야구 2군의 현실보다 더 놀라운, 아니 있어서는 안되는 현실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언론에서는 기다렸다는듯이 '철피아' 이야기를 꺼냅니다. 징치권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로 몰아가고 언론에서는 철피아로 몰아가고. 참 뭐하자는 것인지.


물론, 이번 구의역 사태가 운동권의 철밥통 지키기의 일환으로 발생한 것이기는 합니다만 그들 역시 안전불감증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핵심이죠. 즉, 자기 철밥통을 지키는 것은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그들이 그렇게 싸워왔던 운동의 이유조차 망각해 버렸으니까요.


언론 중에서는 한국일보만이 '이른바'라는 전제 하에 철피아라는 표현을, 조중동은 물론 진보언론에서는 아예 작심한듯 '철피아'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데요..... 철피아... 철피아... 물론, 이들의 작태는 좌시할 수 없으며 또한 근본적인 개선이 요구되어야 합니다만 이 표현에서 과거 '귀족노조'라는 단어를 떠올린다면 너무 나가는걸까요?


철피아가 토건마피아, 금융권마피아, 국방 관련 마피아...에 필적하는 폐해를 우리 사회에 끼치는 것일까요?


하는 짓들 보니, 이번 구의역 참극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잠잠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겠군요.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던 모든 참극들이 되풀이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니 대한민국은 학습효과를 축적하지 못하고 학습효과 전혀 없어서 맨날 되풀이 사고의 반복인데요.... 이 학습효과 없는게 딱, 한화 프로야구 구단 감독 김성근 꼴입니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