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프로야구 팀의 선발 투수입니다.


마운드에 올라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 마운드를 내려옵니다.


그런데 나를 이어 마운드에 올라간 불펜 투수가 그만 불을 질러버립니다.


그래서 나의 승리가 날라갑니다.



순간 나는 불을 질러버린 불펜 투수에게 이럴지도 모릅니다.



"저런 개색"



그러나 경기가 끝나면 그 불펜 투수의 어깨를 토닥이며 이럴겁니다.



"고생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불을 질러 내 승리를 날려버렸지만


그 불펜 투수는 내가 잘못 던져 패전의 위기에 몰렸을 때


혼신의 피칭으로 나를 패전의 위기에서 건져줘


귀중한 승리를 챙겨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프로야구의 선발 투수입니다.


나는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옵니다.


그러나 패전 위기에 몰립니다.


왜냐하면, 그 날 따라 타자들이 점수를 못냈기 때문입니다.


그런 타자들을 보면서 나는 이런 말을 할지도 모릅니다.



"저런 개색..들"



그러나 경기가 끝나면 타자들에게 이런 말을 할겁니다.



"오늘 수고했다"



왜냐하면, 비록 오늘 점수를 못내 내 승리를 날려버렸지만


내가 부진한 날, 그래서 상대팀에게 점수를 많이 허용한 날


타자들은 내가 허용한 점수보다 더 많은 점수를 뽑아내


나를 패전의 위기에서 건져내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선발투수로서 마운드에 설 때,


불펜 투수들이 내 뒤를 이어 승리를 지켜낼 것이라는 믿음과


그리고 내가 점수를 많이 허용해도


타자들이 내가 허용한 점수보다 더 많은 점수를 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런 믿음들을 가지고 마운드에 설 것입니다.




그리고 불펜 투수들과 타자들은 선발투수인 나를


비슷한 이류로 믿고 있을겁니다.



불펜 투수들은 연투에 지쳐 있을 때, 


그래서 휴식이 필요할 때,


내가 오랜 이닝을 소화하여 그들에게 휴식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타자들은 점수를 많이 못내 빈공애 허덕이고 있을 때,


내가 선발투수로서 허용 점수를 최소화하여


승리를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 말입니다.



이게 team spirit 그러니까 '팀 케미'입니다.




김성근 감독님이 사퇴해야 할 단 하나의 이유입니다.


당신은 지금 한화 선수들의 팀 케미를 앞장서서 깨뜨리고 있습니다.


내가 한화 선발 투수라면,


절대로 당신 밑에서는 선수생활을 하지 않겠습니다. 선택할 수 있다면.



선발투수라면,


불펜 투수들을 믿고 타자들을 믿어야 하는데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마운드에 올라가야 하는데


마운드에 올라가는 순간 믿음이 아니라 부담감을 가지고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 오늘도 내가 길게 던지지 못하면, 불펜 투수들이 또 혹사 당할텐데'


'아, 오늘도 내가 점수를 많이 허용하면 타자들이 잦은 작전 때문에 부담감을 느껴서 자기 스윙을 못할텐데'



적팀을 앞에 두고 경기에 집중해도 힘들텐데


우리 팀을 더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4연승을 해서 한화가 탈꼴찌의 기반을 마련했다고요?


당신이 만져서 활약한 선수들이 누가 있습니까?



골퍼스윙에서 레벨스윙으로 바뀐 이성렬 타자는 더 성적이 나빠졌습니다.


당신이 만졌다는 장민재는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극도의 타격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습니다.



지난 스프링 캠프 때 허리가 아파 당신이 건들지도 못한 하주석,


지난 캠프 때 당신이 쳐다보지도 않았던 양성우의 타격 폭발이


이번 4연승의 견인차였다는 것을 부인하시렵니까?




솔직히, 당신은 야구를 모릅니다.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그런 사람이 신화를 써왔다는 것은 한국프로야구가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니


그 것까지 당신의 책임으로 돌리지는 않겠습니다.




단지, 당신이 사퇴해야할 단 하나의 이유에


이번 4연승에서 당신 공로의 지분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퇴직금 삼아 알려드리면서


이제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마시고 곱게 은퇴하십시요.




은퇴할 때 당신의 친아들이자 한화의 트러블 메이커인 김정준 코치와


무툴임에도 꾸준히 기용하여 당신의 거짓 신화의 소재로 쓰려던 당산의 양아들 송주호,


최소한 이 두 사람은 사이좋게 손잡고 나가시길 빕니다.




오랜만에 한화 야구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작년 전반기의 '오해하면서' 열광했던 마리화나의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솔직히, 당신은 바뀐게 전혀 없습니다.


내가 바뀌었습니다.


작년에 당신이 없었다면 한화 성적은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한화야구에서


당신이 전혀 개입할 여지가 없는 2사 후에 타선이 폭발하여 역전했다는


놀라운 사실만을 새로 발견한 내가 변했을 뿐입니다.



더 이상 노추 보이지 마십시요.


노추라는 단어는 그래도 한 때 당신의 팬이었던 사람으로서


분노와 실망감을 최대한 억제하고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듣자하니 한화 회장이 6월까지는 경질이 없다고 하더군요.


한화에 관련되어서는 조작된 소문이 워낙 많아서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지막일 한화 감독에서 짤리는 것보다는 용퇴가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만일 또 자서전을 쓴다면


이 '단 하나의 이유'와 '퇴직금조로 받으신 내용'을 좀더 상세히 쓰시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요.


최소한 작년 전반기에는 오랜만에 야구를 다시 보게 해서 감사했습니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