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마, 한번쯤은 경험하셨을 것이다. 백화점에서 옷을 샀는데 집에 와서 다시 입어보니 옷의 색상이 구리구리해서 바꾸러 간 경험을 말이다.


이런 경험은 햇볕 아래서의 색감과 인공적인 조명에서의 색감이 다른 것에서 연유하는데 이 것을  전문 용어로 연색성이라고 한다. 즉, 연색성이란 '햇볕 아래서의 색감을 인공적인 조명에서 얼마나 비슷하게 재현시켰는가?'인데 우리가 흔히 쓰는 형광등 조명의 경우 연색성은 70%대 그리고 요즘 조명의 대세인 가정용 LED 조명의 연색성은 80%대 정도라고 한다.



즉, 인공적인 조명이 휘황찬란한 도시의 야경은, 햇볕을 기준으로 할 때 '색감의 시뮬라크르 세계'이며 그래서 어쩌면 인간들은 밤에 자신의 본성을 더 잘 드러내는지도 모르겠다.




2.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밤하늘이 연출하는 장관을 감상하는 것은 인류가 오래 전부터 누려온 자연이 준 선물이었다. 그러나 그 장관인 밤하늘은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시뮬라크르 세계.



당신이 본 은하수의 장관은 실시간으로는 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은하수를 이루는 별들 중 당신의 눈에 들어온 별의 존재는 30만년 전에 그 별이 방출한 빛을 인식하는 것이고 어떤 별들은 40만년 전에 방출한 빛을 당신이 인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30만년 후에도 인류가 존재한다면 지금 우리가 부르는 '북두칠성'은 북두팔성이나 북두육성으로 불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 은하수가 지구에서 몇광년 떨어졌는데 30만년 운운하느냐? 하는 시비는 사절. 물론, 카테고리가 과학이니까 이런 광년도 확인하는게 글쓰기의 기본 예의인건 아는데, 한그루에게 그런 예의를 바라지 말라 ^^)




그리고 내 앞을 지나가는 섹쉬한 여성의 모습도 시뮬라크르 세계에 존재하는 것. 쉽게 설명하자면, 만일, 껄덕쇠 흐강님이 시간을 정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시간을 정지시킨 후에 그녀의 옷을 벗긴 후 그녀와 질펀하게 섹스를 한 후, 그녀의 옷을 입힌 후 다시 시간을 흘러가게 한다면, 그녀는 10개월 후에 졸지에 '성령으로 잉태한 동정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유전자 감식에 의하여 흐강님이 경찰서에 달려가도 흐강님의 알리바이는 건재하다. 왜? 그녀는 흐강님을 '안면조차 인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부인할테니까.




3.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를 보신 기억이 있을 것이다. 흐름이 끊긴다. 왜 그럴까?라는 질문조차 이제는 유치할 정도로 '인류의 상식'이 되버린 잔상 때문이다.



인간 눈의 잔상은 1/16초. 즉, 활동사진은 인간 눈의 잔상인 1/16초 미만으로 찍은 영화를 돌렸기 때문에 즉, 요즘 용어로 이야기한다면 1초에 16프레임 미만의 정지화상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영화가 끊겨서 보이는 것이다.



그런 것을 감안하여 미국의 방송 규격인 NTSC는 1초당 60프레임(EVEN과 ODD가 합쳐지니까 실제로 TV 화면에 뿌려지는 완전한 정지화상은 30개)으로 결정되었고 미국의 우월적 지위 때문에 문화의 침범을 우려했던 유럽의 방송 규격인 PAL은 1초당 50프레임. 그리고 초록은 동색이지면 결코 동색이 아닌 소련과 동유럽은 유럽의 방송 규격을 받아 SECAM이라는 규격을 만들어 냈고 기본적으로는 1초당 50프레임이지만 디테일이 많이 다르다.



한 때, 멀티 TV라는 것이 있었는데 NTSC/PAL/SECAM 등 방송규격에 관계없이 TV를 시청할 수 있는 것으로 이 멀티 TV는 시청지역에 관계없이 볼 수 있다. 일반 TV, 그러니까 한국에서 보는 TV를 그대로 유럽으로 가지고 가서 보면 화면이 찌그러지거나 못보는 것과는 달리.




그리고 NTSC의 60프레임은 미국의 AC전원 주파수인 60HZ와 같고 PAL의 50프레임은 유럽 제국가들의 AC전원 주파수인 50HZ와 같다. 그리고 이런 AC 주파수 역시 인간의 눈의 잔상을 고려한 것.



4. LED등은 아예 DC로 구동하니까 관계없지만 과거 백열등이나 형광등(*1)이 조명의 대세인 시절에는 AC의 주파수가 문제가 되었다. 만일 AC의 주파수가 인간의 잔상 시간인 1/16초를 주파수로 환산한 16HZ 미만이었다면?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처럼 우리는 밤에 백열등 아래에서 사물들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사람이 AC 주파수에 완전히 동기되어 활동할 수 있다면? 헐리웃 영화의 투명인간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CCTV에 달린 카메라들이 비추는 영역이 100미터라고 가정하고 그 100미터를 1/60초 이상의 속도로 통과한다면?(요즘은 핸드폰도 1초에 60프레임 이상을 찍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어떤 카메라에는 전혀 안찍히고 어떤 카메라에는 일부만 찍히는 등 난리가 날 것이다. 왜냐하면 각 카메라는 1초에 60프레임을 찍지만 각 프레임을 찍는 시간은 서로 다르니까.



다시 환원하면, AC 주파수에 동기시킬 수 있다면 인간의 모습을 감출 수 있다는 것이고 어쨌든 형광등이나 백열등 시절에 우리는 밤에 시뮬라크르 세계에 살았다는 것이다.




5. 20세기 초의 AC(교류)와 DC(직류)의 대결은 역사적 관점에서 미국 웨스팅 하우스 사와 에디슨 회사의 대결이며 과학적 관점에서는 타임도메인과 프르퀀시 도메인의 대결이며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효율의 대결이다. 



여기에 인문학적 관점 해석을 덧붙여 '리얼 월드'와 '시뮬라크르 세계'의 대결이라고 하면 너무 지나친 주장일까? 만일, 이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면, 당시 에디슨은 자신이 고안한 DC 방식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현대의 '전기사형의자'의 모태가 되는 '전기의자'를 만들고 그 전기의자 위에서 고양이를 감전시켜 죽이는 잔인한 행위보다는 '리얼 월드'와 '시뮬라크르 세계'를 주장하는게 더 설득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에디슨의 패배는 인문학적으로 시뮬라크르 세계에 리얼월드가 패배한 것으로 지금 디지탈 시대에 돌입된 것을 생각해본다면 에디슨의 패배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역사를 보면 시뮬라크르 시대가 아닌 적이 없었으므로. 시뮬라크르를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인류의 종특이고 그런 종특이 지구를 지배한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인류가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힘이 지배하는 자연생태계에서 힘을 시뮬라크르한 것으로 어쩌면 인류의 지능은 리얼이 지배해야 하는 우주의 법칙을 완전히 바꾸는 것인지도 모른다.







*1 : 형광등은 안정기에 의하여 일단 통전되면 계속 켜지는 구조라 AC주파수인 60HZ와 연관이 있는지는 뒤벼봐야 아는데 귀차니즘이 동원되어 패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