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쓸 글에 대한 댓글을 읽어보았습니다. 댓글 다실 분들은 다 다신 듯하여,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지난 해 말, 새민련 분당 국면부터 호남에 계신 분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호남 분들의 여론을 알 길이 생각보다 별로 없더군요. 그래서  한동안 끊었던 아크로에 와서 호남 차별에 관한 글을 읽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생겼던 의문을 모아서 게시판에 질문도 드리고 제 생각도 말씀드렸습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저는 아크로 회원들께서 제가 제기한 문제들을 시원하게 반박해 주길 바랬습니다. 호남분들께서 갖고 있는 문제의식은 그만한 근거가 있다고 믿는데,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논리 갖고 싸우고, 논쟁중에 깨지는 게 제 직업인데, 논리적으로 제가 깨지는 것은 저는 전혀 우려하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근거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면서 얻는 이익이 목소리 높여서 얻는 이익보다 훨씬 더 크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먼저, 지금까지 제가 쓴 글에서 제 글이 비판하는 분들은 호남분들 전체가 아니라는 점은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 글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요.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밤의주필님의 이 글이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전라도 사람들은 수도권으로, 영남으로, 심지어 강원도의 탄광으로, 충청도의 도시들로 이주했습니다. 거기서 맞딱드린건 강원도나 경상북도 북부사람들이 이주했을 때와는 다른 황당하고 어이없는 지역 차별이었죠.


취직에서도, 결혼에서도, 심지어 친구를 사귈 때 조차도 전라도 사람이란 것은 매우 불리한 패널티였습니다

이런 말들을 들은 적은 제법 됩니다만, 이번에는 곱씹게 되더군요. 호남분들이 그렇게 억압을 느꼈으면, 반드시 그렇게 억압하는 대상이 있었을 것이고, 이런 억압을 4,50년 받아온 분들의 마음에는 상처가 많이 크지 않겠는가, 외부인이 그 상처를 이해한다고 쉽게 말해버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제 생각을 길지 않게 적겠습니다.

1. 왜 호남 차별만이 문제인가.
제가 언젠가 찾아봤던 논문에서는 1980년대까지 호남과 호서 지방이 비슷한 정도로 소외되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알아보니까, 그리고 밤의주필님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소외의 정도는 호남이 더 심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구 감소 비율이라든지, 낙후된 정도는 강원과 호남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2000년이후에는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가 급격히 벌어지는 반면 영호남 사이에는 차이가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고요.
2000년 이후에 수도권 대 지방의 차이, 우석훈식대로 표현하지만 지방에 대한 수도권의 식민지화, 이게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전에 있었던 호남 소외 문제를 없었던 문제 취급할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강원에 대한 차별에는 왜 침묵하느냐. 사실 강원 문제에 대해서 호남분들이 이러쿵 저러쿵 해야만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일부 분들께서 '우리나라 좌파들은 다른 차별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호남 차별에는 침묵하는 이중 잣대를 보이는 개객끼'라고 하시는데 이건 부당합니다. '우리나라 호남 사람들은 지역 평등을 주장하지만 강원에 대한 차별에는 침묵하는 이중 잣대를 보인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요. 

좌우간 호남 분들이 호남에 대한  차별을 문제제기하는 건 당연하다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2. 노무현 때 호남의 먹고사니즘이 나빠졌는가?'
아마 나빠졌을 겁니다. 그런데, 이건 영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구 변화를 보면, 호남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인구 비율이 11퍼센트에서 10퍼센트, 영남은 28퍼센트에서 26퍼센트로 줄었습니다. 이 인구들은 수도권으로 다 갔겠죠.
저는 명시적으로 먹고사니즘에 대한 얘기만 하려고 했습니다. 밤의주필님이 말씀하신 고위층 인사... 이 부분은 가급적 얘기 안 하려고 했고요. 사회간접자본 얘기도 가급적 피하려고 했습니다.

노무현이 정말 영패주의자이고 호남 차별주의자라면 반드시 호남의 먹고사니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지표가 먹고사니즘을 반영할 수 있겠지만, 저는 가장 직접적인게 인구 변화라고 봅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아직 노무현, 문재인이 영패주의자라고 믿지는 않습니다. 노무현이 민주당이 호남당이라서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건 잘 알고 있고, 대북송검 특검에 대한 논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먹고사니즘에서 약간 벗어난 이런 정치 의제에 대해서는 저는 판단을 보류합니다. 

3. 호남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이렇게 주장하시는 분들, 아크로에 분명히 있죠. 대표적인 게 미투라고라님입니다. 예전에는 호남 분들의 민주화 의식이 있어서 호남 세력이집권해야 87체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호남 세력이 힘을 얻어야 사회가 더 유동적이 된다고.. 또 누구는 호남사람들은 평등을 지향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불행히도 비호남사람들에게 이것은 그다지 설득력은 없습니다. 지역 차별 얘기를 하면서, 호남 세력이 정성적이고 내재적으로 우수한 면이 있다고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위키 찾아보면 알겠지만,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내재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 인종주의 입니다. 호남 혐오가 인종차별이라면서, 본인은 인종주의적 논리를 내세우는  겁니다.

5.18을 기점으로 광주 및 호남은 민주화의 성지, 그리고 상징이 되었죠. 이것을 지금 호남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가지고 외부에서 판단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호남분들이 자긍심을  가지면 박수치면 될  것이고, '호남은 호남의 지역 이익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이냐'라고 말씀하시면, 물론 하시고 싶은 말 다해도 됩니다라고 말하면 될 일이라고 봅니다. 물론 호남 내에서도 다양한 생각들이 있을 거고, 호남 밖에서도 다양한 생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민주화와 관련해서 호남의 특수성을 굳이 호남 차별과 연결지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호남이 예전에 민주화를 위해서 희생했으니까 지금 더 많은 이익을 줘'라고 말하는 분들은 없을 테니까요.

4. 현실 정치 세력과의 거리
가장 오해가 많았는데, 제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비판 대상으로 한 분들이 틀림없이 있죠. 친노 때려잡는 게 호남 발전의 첫 걸음이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분들... 안철수 욕만 하면 '호남 핍박하는 거냐?'하시는 분들.. 지역 문제 얘기를 꺼내기만 하면 '노빠 꺼져라' 하시는 분들.

대개의 호남사람들은 아마 이런 문제와 크게 연관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크로의 몇몇 분들은 정말 관심 있는 게 '호남 차별 해소'인지 그냥 친노, 문재인 등은 싫은 것일 뿐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5. 국민의당
다른 분들도 별 이견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호남의 의사를 충실히 대의할 의무가 있는 거죠.

또 한 거지 덧붙이죠.

예전에, 제가 남들과 조금 다른 말만 하면 '노빠지?'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징계 신청한 내역을 보면 알 겁니다. 본인과 다른 얘기만 하면 '노빠'로 몰아가던 분들요. 어느 시점부터 '문빠'로 몰아가고, 또 '좌파'로 몰아가고요.. 이런 분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나 노무현 지지 안해', '문재인도 지지 안해'라고 아무리 말해도 이런  분들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왜냐? '거짓말 하지 마'라고 말하니까요. 거짓말 아니라니까 제가 자신을 속인다네요.

울퓨리 님이 딱 그짓거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호남의 발전을 바라지 않는데 바라는 척 위선을 보이고 있다네요. 사람만 바뀔 뿐 하는 짓거리는 똑같습니다. 본인이 경멸할만한 적을 상상으로 만들어내고, 자기의 상상과 싸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의 타인과 자기 상상속의 타인이 다르니까 상대방을 '자기의 본뜻을 숨기는 자'로 규정지어버리는 거죠. 박하사탕님과 본인의 생각이 같다는데, 제가 보기에는 천만의 말씀이고 박하사탕님에게 외람되는 말씀입니다. 박하사탕님은 '나는 이런 점에서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고 계시자만, 울퓨리님은 '당신 거짓말하지마'라면서 상대방을 조금도 이해하려고 하고 인신공격만 하고 있거든요.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잘 안 해서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크로에 유독 이런 분들이 많은 게 단지 우연일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