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호남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산업화와 경제 성장의 과실에 영남에 편중되게 돌아갔다.
사회적으로도, 호남에 대한 경멸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대기업의 임원의 절대 대다수가 영남 출신이라는 거.. 즉 호남 출신은 신분상승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거.
사회 간접자본이 영남, 특히 대구 경북에 집중적으로 투자된다는 거..

이런 것들은 너무나 명확하다. 약간만 살펴 봐도, 관련 자료들이 우수수 쏟아지는데, '지역차별이 없다'고 말하는 건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다.

그리고, 또한 당연하게도 이런 호남 차별은 극복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호남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에는 아쉬움이 많다.

1. 지역 차별 해결 = 호남 소외 극복인가?
많은 사람들이 지역차별과 호남차별을 같은 의미로 쓴다. 하지만 그게 사실일까?
* 호남이 경제성장의 과실에서 제외된 건 맞다. 1990년대까지 한정해 보면, 제주, 호서, 영서 지방도 소외받기는 마찬가지다. 이 기간동안 호남이 호서보다 특별히 더 소외되었다는 증거가 있는가? 왜 호남 차별이 다른 지역 차별에 비해서 더욱 주목받아야 하는가?
* 2000 대 들어서 호남의 먹고사니즘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더 악화되었다는 증거가 있는가? 노무현이 지역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기사 혹은 칼럼에 왜 박정희 시대 얘기로 반박하고는 하는가?
* 나는 지역탄압의 대표적인 예가 강정마을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주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중앙에서 결정 내린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밀양 송전선 건설도 마찬가지 맥락. 이런 문제들과 지역 차별은 상관이 없는건가?

이런 문제들, 요약하면 '왜 하필 호남 차별만 문제인가?'에 대한 답을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 차별이 호남에만 존재했나? 왜 호남 차별이 유독 문다제인가?

2. 차별은 그 자체로 문제
호남 차별은 문제다. 왜냐? 차별은 그 자체로 나쁘기 때문이다. 누구나 차별이 나쁘다는 건 안다. 그래서, 호남 차별을 극복하는 첫 단추는 차별의 근거를 대는 것이다. 그리고, 차별이 나쁘다는 상식에 근거해서 호남 차별이 나쁘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보통 받아들인다. 그 이후에 호남 차별을 극복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면 많은 사람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호남에는 다른 지역이 갖고 있지 않는 뭔가 다른 가치가 있기 때문에 호남 차별을 극복해야 한다면,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설득될 것 같지 않다. 아크로만 봐도, 87체제 해체, 김대중 때 보여준 역동성 강화, 평등을 지향하는 호남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어쩌고 하면서 호남 차별을 극복해야 한다는데... 솔직히 비호남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있겠는가? 오히려 또다른 방식의 지역차별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호남이 다른 지방에 비해서 특별한가? 내재적으로 아주 다른 점이 있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논쟁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호남 차별 문제는 호남의 우월성 내지는 특수성을 제외하고도 충분히 설득력있는 의제다. 왜 호남은 특별하다는 얘기를 하면서 스스로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걸까. '호남은 특별해'라면서 호남 차별 극복해야 한다고 하면 '호남이 뭐가 특별해?'하면서 반발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3. 현실 정치와의 거리
어떤 사람들은 호남 차별 극복을 위해서 친노 척결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말들은 호남 차별 극복이라는 당연한 의제와 현실정치에서 벌어지는 논쟁적인 사안을 등치시켜 버린다. 그래서, 호남차별 극복이라는 지당한 과제를, 소모적인 논쟁속에 휩싸이게 만든다.

국민의당이 호남 차별을 극복하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 기본적으로 정치인은 계산적이다. 바라건데, 호남 유권자들의 의사에 국민의당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건, 국민의당은 국민의당이고 호남차별 극복은 호남차별 극복이다.
새누리당이든 더민주든, 그 누구든 호남차별 극복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무조건 환영해야 한다. 또 그래야 한다고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호남차별 극복이 전국적인 의제가 되게 하기 위해서 현실 정치 세력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건 필수적이라고 본다. 

# 토론에 응할 자신이 없어서 자유게시판에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