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인이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모릅니다.


광주에서 짧게 살아서일지도 모르지만,

그곳에 쭉 살고있는 제 부모님도, 제 형제도 그노래는 모릅니다.


아마 저희 가족중에는 5.18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어서 일지도 모릅니다.

광주에 일년에 한,두번 갈까 말까하는 제 상황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수도권 호남 출신인 제 대학 친구들, 후배들중 그 노래 아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오늘 점심시간에 네이버 뉴스를 보니, 더 민주가 '임을 향한 행진곡'을 5.18 묘역에서 불렀다고 자랑(?)하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 노래를 5.18 공식 노래로 다시 추진한다는 전략으로 호남의 민심을 다시 잡으려는 수가 보이는 기사들을 보았습니다.


5월 그날을 경험한 부모와 선생님만 있을 뿐,

그 어떤 직접적인 경험을 갖지 못한 제가 감히 할수 있는 말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들이 임을 향한 행진곡을 광주에서 불렀다는 것이 5.18 학살의 희생자들을 위해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국민의 당이 호남에서 의석을 석권하자, 다음날 바로, 장병완이 임을 향한 행진곡을 재추진 한다는 기사를 보았을때만 해도

'아...그래. 그래서 호남사람들이 국민의 당을 뽑았나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광주 패배는 김종인 탓이고, 문재인의 은퇴발언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외치던 그들이

5.18이 가까워오자, 임을 향한 행진곡 놀이를 하는 모습은 '역시...그런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제 가족중에는 피해자가 없어서인지, - 그래도 저희 부모님 직장 동료중에는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

'5.18 그거? 그게 언제적 얘기인데, 아직도 풀뜯어 먹는 소리한다.'라고 말하는 엄마 말이 생각나네요.


백번 양보해도, 제가 피해자 가족이라면 '임을 향한 행진곡'을 부를것인가 말것인가 보다

내 가족의 죽음에 억울한건 없는지, 우리가 희생당했던 그 사건에 대해 왜곡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사람은 없는지, 그 사건의 피해자인 우리가 왜 아직도 인종 차별적 언어를 들어야하는 건지...에 관해서 더 관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임을 향한 행진곡...유족들이 부르고 싶다던 그 노래가 공식 지정곡으로서 자리를 되찾는 거 좋지요.

하지만, 그게 그토록 5.18 피해자들을 위한것인지, 광주 시민들이 진짜 바라는 것의 본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진짜 누구를 위한 노래일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댓글들 보고 많이 배웁니다.

저 노래가 보수정권 이후로 찬밥 신세가 되고 518 기념식이 찬밥신세가 되었다는 것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518은 매년 있는 행사인데, 여태 뭐하고

더민주는 갑자기 총출동...인가..하는 마음에 쓴 글입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광주', '광주', '광주'...지겹습니다.

민주화 투쟁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광주란 '그곳', '민주화의 성지'처럼 타자화된 곳이고

우리나라 민주화의 상징...일지 모르지만,

그곳에서 나고자라고, 먹고사는 가족이 있는 사람에겐 그냥 삶의 터전입니다.

취직자리 구하고, 부동산 가격 알아보고, 사업해서 돈버는 속세란 말입니다.

30년도 훨씬전에 일어난 그 일로 인해 민주화의 성지가 되버렸지만, 그게 밥먹여 주나요.

다른분들에겐 아련한 곳이지만, 그곳에서 빌어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얘기 입니다.

제발, 이제 그런 노래 가지고 광주와서 표달라는거 안보고 싶어요.

광주에 사는 제 가족들도, 친척들도, 서울에 사는 광주 연고인 제 대학 친구, 후배들도 관심 없어요.

그 알량한 향수가지고 결국 빈손으로 와서 노래나 부르는 거, 싫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