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호남의 선택] 호남의 국민의당 지지의 의미는?    


4.13 총선 이후 호남의 국민의당 지지를 놓고서 갑론을박이 많습니다.

주로 더불어민주당, 특히 문재인 전 대표 지지자는 이번 호남의 선택이 "지역 이기주의"이자 "호남 고립"을 자초한, 앞으로 대선의 "야권 분열"을 예고하는 "잘못된 선택"이라는 주장합니다. 이를 놓고서 자신을 "호남 누리꾼"이라고 소개하는 윤중대 씨가 반박 기고를 보내왔습니다.

윤중대 씨는 호남의 국민의당 지지가 '잘못된 선택'이라는 이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그런 주장에 숨어 있는 자가당착의 논리를 꼬집습니다. 4.13 총선에서 드러난 호남 민심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글을 싣습니다. 이에 대한 반론, 재반론도 환영합니다. (tyio@pressian.com) 

호남이 국민의당을 찍어서는 안 된단다. 왜? 야권이 분열하니까. 야권이 분열하면 안 되는 이유는? 어부지리로 새누리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대승을 거둘 수 있으니까. 그러니 호남은 무조건 민주당에게 몰표를! 

하지만 호남은 국민의당에게 몰표를 던졌고, 결과는 새누리당의 참패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그들의 반응은? 호남이 잘못했단다! 왜? 국민의당을 뽑은 게 지역주의니까. 그럼 애당초의 야권 분열 논리는? 

오히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표를 잠식해서 야권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많은데? 그건 국민의당에도 불구하고 '달님' 덕분에 수도권 대승을 거두고 부산-경남에서 10석을 확보한 것이란다. 그러니 오히려 호남이 '당혹스러워' 해야 한단다.

좋다. 그럼 호남의 국민의당 지지가 지역주의인 이유는? 국민의당 호남 정치인이 '호남의 이익'을 말했기 때문이란다. 아니, 그럼 호남은 '이익'을 구하면 안 된다는 소리인가? 부산-경남 공략을 위해서는 신공항을 안겨줘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제2의 경제권인 영남에 약속하는 이익은 착한 이익, 산업화에 소외돼 낙후 지역으로 전락한 호남이 요구하는 이익은 나쁜 이익인가? '가진 자는 더 가지고, 없는 자는 있는 것 마저 빼앗기리라?' 

그리고 고립 타령. 국민의당을 찍으면 호남이 고립된다? 애당초 호남 고립의 레토릭은 1980년 광주와 3당 합당 이후의 호남을 극우 패권의 관점에서 조롱할 때 사용하는 수사. 자신들이 곧 국가라는 패권 세력의 자아도취에서 나온 표현이다. 

국가와 다를 바 없는 우리에게 대항한 호남은 고립된 소수자라는 그 극우적 정서. 그 못된 레토릭을 차용해 민주당을 안 뽑았으니 고립된다고 협박하는 이들의 정체는? 일베 좌파? 문베충? 밥상머리 진보? 아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당 대표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겠다.

수도권은 더민주당이지만 호남은 국민의당이라 고립된다? 대한민국이 각 지역 정당끼리 전쟁을 벌이는 내전 국가라도 되나? 만약 그렇더라도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편먹어서 새누리당과 싸울 확률이 90% 이상. 지금도 일부 경제 정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이슈에서 두 야당은 공조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당연하다. 국민의당 자체가 '민주당 우파'와 호남의 합작 세력이니. 그럼, 영남 고립인가? 

호남이 지역주의에 매몰됐다고 준엄하게 꾸짖는 지식인들. 그들 호적을 좀 살펴보자. 어이쿠! 영남 출신이 태반. 그래 이번에 영남에서 새누리당이 몇 석을 얻으셨더라? 아. 부산-경남에서 민주당이 10석을 확보했다고요? 

근데 독재자, 반역자, 학살자, 외환 위기 주범, 국토 파괴범, 접신한 공주님에게 압도적인 몰표를 퍼부어 대통령으로 만든 지역은 어디? 수십 년간 독재 세력과 극우 패권 세력에게 표를 준 이들이 이번에 10석 만들어줬다고 황송해해야 한다? 이 어이없는 골품제적 자뻑.

그리고 어차피 경상도는 이번에도 80%가 새누리당. 퇴출되어야 할 극우 패권 정당에게 또 몰표를 던진 고향은 10석이나 민주당이 나왔으니까 "새로운 희망", 하지만 영남 유권자의 몰표에 맞서 공화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수십 년간 표로 항거해 온 호남은 국민의당에 좀 기웃거렸다고 "망월동 묘지에 콘크리트를 부어야 한다"고 아우성.

'X시 내고향'에 대한 사랑도 너무 지나치면 병이다. 참고로 호남이 안철수와 '야합'을 한다고 뜬금없이 꾸짖은 어떤 원로 지식인의 고향이 슬슬 '유사 경상도화' 되어가고 있는 신(新) 새누리당 텃밭 충청도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보수적으로' 봐도 '중도 보수' 정당에 불과한 국민의당을 찍은 것, 호남 정치인들이 호남의 이익을 내세우는 것 모두 정치학적 관점에서 하등의 하자가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정치 행태. 반새누리 전선 하에서 정치적 선택권을 다양화하려는 호남 유권자의 욕망이 국민의당이란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배태한 근본 원인. 그것을 지역주의라고 매도하는 자들, 결국 민주당에 몰표를 주고도 대가는 받지 않는 박제화된 '민주 성지' 호남이 사라질까봐 겁이 나서 그러는 것이다. 

지금껏 호남의 공짜표로 재미를 봤는데, 앞으로는 표 값을 내야할 것 같으니 화가 나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래서인지 유독 말끝마다 부채감 타령. 아니 부채가 있으면 부채를 갚고, 없으면 안 갚으면 될 일이지, 채무 관계에 왜 '감정'이 개입하나. '부채' 아닌 '부채감'을 말하는 것은 결국 부채가 있는 건 아는데 안 갚겠다는 의미. 

부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잠자고 있던 그 부채 의식이, 호남에 삿대질 할 때만 선택적으로 발동되어 '이번에 없어진 그 무엇'으로 나타나는 신묘한 신경학적 메커니즘. 다음번에 호남이 민주당(혹은 단일 야당)에게 몰표를 주면 자연스럽게 다시 잠들 것으로 예측된다.

정작 호남이 몰표를 줬을 때는? 지역주의라고 욕하던 게 이들이다. 대표적인 이가 '경북'에 소재한 동양대학교 교수 진중권. 호남의 민주당 몰표를 "전라인민공화국"이라고 조롱하던 입으로 이번에는 민주당에게 몰표를 주라고 협박했다. 민주당 몰표를 주면 전라인민공화국, 몰표를 안주면 퇴행적 지역주의. 

결국 뭘 해도 지역주의라는 이 어이없는 궤변의 바탕에 자리하는 건 호남 몰표를 지역주의라고 매도함으로써 호남의 기여를 무시하고 지분을 배제하겠다는 정치적 욕망과, 그 몰표가 집권에 필요하다는 실제적 이해관계 간의 정면충돌이다. 이 논리 파탄이 거의 상시화되어 버린 한국 정치에서 호남은 몰표를 줘도 욕먹고, 안 줘도 욕먹는 영원한 시시포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거기에 돌 얹어놓는 진중권 같은 지식인이 한국에서는 '진보'와 '정의'를 참칭하는 코미디. 

참고로 호남의 노무현 지지는 "암 환자의 모르핀 투여"라며 조롱하더니 이번에는 '평민당 프로젝트' 운운하며 호남에게 민주당 찍으라고 협박하던 유시민도 있다. 각각 진보와 개혁을 대표하는 이 두 지식인이 주도하는 한국의 지역 정치 담론.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누가 이겨도 희망은 없다. 

정리하자. 수도권과 호남이 분열했는가? 아니다. 범개혁 진영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갈라진 것. 이는 정상적인 정치적 갈등과 권력 투쟁의 양상이지, '고립'같은 신군부스러운 레토릭을 동원해서 호들갑 떨 상황이 아니다. 두 정당이 큰 틀에서 공조하면서 새누리당과 대립하는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애초에 호남은 '반새누리 자유민주주의'의 기조를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더민주의 수도권 대승에는 호남 출향민의 교차 투표가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가 많다. 

호남의 이익은 지역주의인가? 아니, 대한민국은 민주화도 하고 산업화도 하는데 호남 사람들은 민주화만 해야 하나? 결국 호남이 풀만 뜯어먹어야 한다는 진보 버전의 반호남주의에 불과하다. 호남에게 민주 성지 강요하는 그 사람들에게 '민주'만 있고 '산업'은 없는 호남의 낙후된 지방자치단체로 단체 이주하라고 해봐라. 100명 가운데 1명도 응하는 이 없을 것이다.

본인들은 '강남'도 하고 '좌파'도 하겠지만, 호남은 '좌파'만 하라는 도둑놈 심보. 그래놓고 부산-경남에는 신공항 안겨주자는 강자영합주의. 영남 패권의 존재를 타파해야 할 모순이 아닌 수용해야 할 선험적 질서로 내세우면서 호남에게 '전략적 포기'를 강요하는 굴절된 패권주의. 결국 진보 가치관과 호남 차별 의식이 교묘하게 결합한 결과다.

이런 사기꾼들과 결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이번 호남 선거의 본질이다. 열심히들 욕하시라. 바퀴는 굴러간다.   






진중권 교수에게 답한다 ②

 [윤중대 호남 누리꾼]

 4.13 총선 이후 호남의 국민의당 지지를 놓고서 갑론을박이 많습니다.

주로 더불어민주당, 특히 문재인 전 대표 지지자는 이번 호남의 선택이 "지역 이기주의"이자 "호남 고립"을 자초한, 앞으로 대선의 "야권 분열"을 예고하는 "잘못된 선택"이라는 주장합니다.

이를 놓고서 자신을 "호남 누리꾼"이라고 소개하는 윤중대 씨는 호남의 국민의당 지지가 '잘못된 선택'이라는 이들의 주장에 숨어 있는 자가당착의 논리를 꼬집었습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찍었으니, 망월동에 콘크리트 부으라고요?) 이 글에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가 "노골적인 클리엔텔리즘"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관련 기사 : 호남주의 논란의 논점)

이 기고를 보고서 윤중대 씨가 다시 재반론을 해왔습니다. 윤 씨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더 잘 대변하는 정치 세력을 뽑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며, 한국 사회에서 '계급 정치'와 겹쳐진 '지역 정치'를 세심하게 구분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4.13 총선에서 드러난 호남 민심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반박을 두 번으로 나눠서 싣습니다.

이에 대한 반론, 재반론도 환영합니다. (tyio@pressian.com)

(☞관련 기사 : 진중권 교수에게 답한다 ① 문재인이 광주에 간 날 무슨 일이 있었나?)

흥미로운 점은 영남 패권과 호남 왕따 체제의 양상이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 영남마저 주변부로 만들어버리는 수도권 일극화 때문이다. 충청도는 팽창한 수도권에 편입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영남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서울로 상경하고, 강남에 입성한 영남 원적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그리고 호남은 이제 남은 게 아무것도 없어서 빼앗길 것도 없다.

수도권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상경한 영남 청년들? 노량진과 신림동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있다. '대구'에 본사를 둔 일베 네티즌들이 공격하는 건 어디까지나 '상상 속의 전라도 깽깽이'일 뿐, 오프라인의 이권에서 배제해야 할 전라도란 존재는 더는 없다. 키보드로 '깽깽이' 족쳐봐야 10원 한 푼 안 생긴다. 대기업 취업? 서울대 출신도 못 들어가서 아우성이다. 삼성 본사는 대구 수성구가 아니라 강남에 있으며, '경북대' 법대보다 '전남대' 기계과 출신이 삼성전자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온라인 공간에서 호남을 향한 혐오 발언이 급증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장기간의 경제 불황과 수도권 집중화로 영남 패권 내부에서도 계급적 분화가 이루어지면서,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청년과 소외 계층에 의한 인종주의적인 반호남 정서가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 사회적 근원을 갖는 기존의 영남 패권 체제와는 구별되는, 일종의 유사 파시즘적 현상이다. 영남 및 기타 지역의 불만 계층에 축적된 좌절과 분노의 에너지가 '밥상머리 교육'의 주적인 호남을 겨냥한 가상공간에서의 공격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일베 네티즌들이 수도권의 '호남 2세'를 찾는 사냥에 나서는 것은 전형적인 인종주의 양상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현실 공간에서 지배적 지위를 상실해가는 영남 패권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증후이기도 하다.

이러한 패권 체제의 변화가 이번 총선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측면이 있다. 영남 사람들, 사실상 서울당이요 강남당인 새누리당 뽑아봤자 '노동자 서민'인 본인에게 이익될 게 없음을 깨닫기 시작한 거다. 그래서 변화를 기대하며 더불어민주당에게도 포트폴리오 투자를 했다. 호남 사람들? 30년 민주당 뽑은 결과가 지금의 알거지 상태다. 또 민주당 뽑으라고? 미쳤냐?

수도권은? 대구 공주 박근혜가 '진박' 찾는 토속적 행각에 신물 나서 심판한 거다. 이건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수도권과 영남의 이원 구조를 갖는 영남 패권이 본격적으로 분화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강남에 사는 영남 3세 입장에서 '진박' 찾는 새누리당이 미개해 보이는 거다. 그 사람들, 추석 때 영남이 아니라 근처 '자이' 아파트 사는 할아버지 집 찾아간다. 이들에게는 호남이나 영남이나 똑같은 시골 것들이다. 얘들 어디에 있냐고? 디시인사이드 가봐라.

다선 호남 정치인은 왜 퇴출 대상인가?

아무튼 이번 선거에서 호남은 진중권 교수가 조롱하는 특정 당만 찍는 "전라인민공화국"에서 벗어나 민주당을 퇴출시키고 국민의당을 뽑았다. 그런데 시키는 대로 한 호남에게 왜 화를 내나? 표 줘도 욕하고, 안 줘도 욕하고! 일부 진보 지식인과 더민주 지지자들이야 말로 이 시점에서 가장 지독한 반호남주의자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은 시대 변화에 따라 양상을 달리하면서 와해의 기미를 보이는 영남 패권과 호남 차별 체제를 도리어 악화시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장본인들이다.

무슨 말인가? 3당 합당 이후 호남은 영남 극우 패권에 저항하는 '투표 투쟁'으로서 야당인 민주당에게 90% 몰표를 계속 던졌다. 이는 호남 정치인 김대중에 대한 연고주의적 지지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었다. 그래서 노무현의 적자인 문재인 역시 민주당 후보라는 이유로 90%의 몰표를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진보 진영과 민주당은 이 호남 몰표에 대해 그동안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순된 태도를 취해왔다. 즉, 한편으로는 호남 몰표를 지역주의로 폄하하면서, 한편으로는 몰표를 내놓으라고 읍소하거나 협박했다. 같은 몰표를 두고 동시에 다른 입장을 취한 것이다. "전라인민공화국"과 "지역주의 암 환자 전라도의 노무현 모르핀 투여"를 말하던 진 아무개 씨와 유 아무개 씨가 이번 선거에서는 호남에게 표를 내놓으라고 팟캐스트와 트위터에서 한 목소리로 궐기한 것처럼 말이다.

왜 일까? 결국 밥그릇 때문이다. 진보와 개혁이라고 해도 집단적 차원에서는 결국 가치 중립적인 권력의 논리에 경도되기 마련이고, 민주당 역시 호남 정치의 정당성을 공격하는 영남 패권의 이론을 가져가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 확보에 써먹었다. 호남이 주체가 된 모든 정치 행위는 망국적 지역주의라는 영남 패권의 공리(公理)로부터 호남 몰표는 지역주의, 호남 당원은 '난닝구', 호남 정치인은 '호남 토호'라는 공식을 차례차례 도출하여, 몰표에는 정책으로 보답할 필요 없고, 당원에게는 합당한 투표권을 줄 필요 없고, 정치인은 중진이 되기 전에 '물갈이' 명목으로 아내도 되는 구실을 만들어 낸 거다.

그리하여 호남의 몰표와 인적, 물적 기여에 보상하지 않아도 되는 불공평한 관계를 정립하는 데 성공한 거다. 여기에 불만을 제기하면? '표 준 만큼 보답을 바라'는 실용주의 자체를 비난한다. 그러면서 '민주 성지'에 걸맞은 양보와 포기의 미덕을 계속 발휘하지 않으면 그나마 동정은 받는 현재의 지위조차 잃을 수 있다고 협박한다. 그 결과가 "망월동에 콘크리트" 붓겠다는 지금의 발악이다.

여기에 호남 몰표가 도리어 호남의 저발전을 초래한다는 '정당 독점론', 그리고 호남당 이미지가 전국 정당화를 가로막는다는 '탈호남'론이 추가된다. 호남 몰표는 민주당에게 호남을 위한 정책이라는 대가를 요구할 근거가 아니라, 거꾸로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자가당착이요 민주당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방해물이 된다. 이제 민주당은 책임을 회피하는 수준을 넘어 호남을 도리어 꾸짖을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호남은 민주당에게 표를 주는 죄를 저지른 죄인인 것이다.

물론 어이없는 거짓말이다. 호남 몰표가 지역의 정당 독점을 불러 저발전을 초래한다고? 영남은 박정희 몰표 줘서 오히려 더 잘나갔다. 민주당이 호남 발전 의지가 없으니 생기는 일일 뿐이다. 호남당 이미지 때문에 전국 정당 못된다고? 민주당은 김대중 이래 계속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에 대해 우위였다. 충청도에서도 근소 열세에 불과했다. 단지 영남에서 의석을 못 얻었을 뿐이다. 그거야 영남 사람들이 호남을 미워해서 그런 건데, 미워하는 놈이 잘못이냐 미움받는 놈이 잘못이냐? 유시민 씨는 경상도의 전라도 혐오증이 '정신 질환'이라고 했는데, 그럼 정신 질환을 치유할 일이지 정신 질환으로 피해 입는 피해자한테 뭐라고 하면 되겠냐.

무엇보다 자기들 말대로 '경쟁 정당'인 국민의당이 생겨나서 호남표 가져가니 어떤 반응이 나왔나? 맡겨놓은 표 강도 맞은 것처럼 펄쩍 뛰지 않았나. 지역의 정당 독점 체제를 깨야 하고 몰표 때문에 호남당 된다는 얘기는 어디에 갔는가? 이제까지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거짓말을 스스로 고백하는 셈이다.

호남 토호? 호남의 더러운 지역주의 표로 당선된 정치인은 미개한 토호라는 마타도어다. 이는 권력 투쟁의 경쟁 상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호남의 중견 정치인을 퇴출하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 개념이다. 납득이 안 되면 호남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정치인들 프로필 찾아봐라. 다른 지역과 별 다를 바 없는 지역 출신의 중앙 엘리트나 광역 단체장 출신이다. 비리? 보수성? 역시 충청, 영남, 경기 지역구 의원들과 다를 바 없다. 동교동계? 다 집에서 쉬고 있다.

호남 정치인들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어떤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재선 이상이면서 민주당의 특정 계파와 대립하는 순간 곧바로 '호남 구태 토호'가 되는 것이 그것이다. 노무현이 추진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한 천정배,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를 회개한 정동영도 용서받을 길 없는 구태 정치인일 뿐이다. 물론 필자가 이들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 각광받는 민주당 호남 정치인들? 조심해라. 특정 계파에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그 즉시 호남 토호들은 어쩔 수 없다며 격렬한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 스펙트럼의 가장 끝에는 거악(巨惡) 트리오인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이 있고, 중간 즈음에는 송영길이나 정세균이 있다. 종로에서 오세훈을 꺾어 당권은 물론 대권 주자로까지 거론되는 정세균은 특히 위험하다. 한발만 삐끗해도 곧바로 형극의 길이 그의 앞에 놓일 것이다.

호남 토호란 결국 호남 정치인의 성장 자체를 가로막고, 말 잘 듣는 신인으로 항시 물갈이하는 체제를 만들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지역구에서 4, 5선을 거듭하고, 대선에서 지고도 또 후보로 나서겠다고 한다. 몇 억씩 받아먹는 비리도 '진보 진영의 결벽증'을 한탄하며 끼리끼리 감싸준다. 부산-경남에서 당선된 정치인들은 '노무현 키드'라고 신성시하고, 이제는 충청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호남 정치인이 '호남'을 말하기만 해도 눈을 치켜뜬다.

왜 호남은 더민주를 버렸나?


호남이 더민주를 버린 이유는 바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자가당착과 거짓 때문이다. 평소에는 호남 정치의 모든 측면들을 지역주의로 싸잡아 비난하면서, 선거 때가 되면 표를 요구하는 그 패악질을 더 이상 못 참겠다고 들고 일어난 거다. 이른바 '친노 패권주의 호남 홀대론'이란 이러한 비열한 작태를 일컫는 대중적 용어일 뿐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호남 사람들이 장관 몇 자리 한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호남 정치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폄하하고 낙인을 찍어 도리어 영남 패권을 강화하고 호남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주는 그 행태에 있다. 쉽게 말하자면, 진보 개혁의 외피를 쓴 반호남주의다. 이건 어떻게 보면 대놓고 나쁜 반호남주의보다 더 사악한 거다. 민주당에 몰표 주면 일베충이 빨갱이, 그 표 받은 민주당이 지역주의라고 하고, 몰표를 안주면 민주당이 또 지역주의(?), 문베충이 콘크리트 붓겠다고 협박한다. 어떤 투표를 해도 무조건 욕을 먹는다. 이게 인간 세계에 있을 수 있는 일이냐?

호남 사람들의 노무현에 대한 감정? 결코 미워하지 않는다. 아직도 그의 죽음을 슬퍼한다. 노무현 조롱에 날을 새는 일베는 대구에 있고, 노무현 탄압한 이명박 정부는 영남 정권이었다. 외면하고 싶겠지만 냉정한 사실이다. 호남에서 말하는 친노 패권주의란 노무현 개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김대중과 동교동계가 떠난 자리를 메운 노무현 정부의 운동권+진보+통추 집단의 호남 배제 정치를 말하는 거다.

물론 여기에는 '영남 후보론'을 외치는 교묘한 영남 패권주의도 포함된다. 김욱이 말한 '투항적 영남 패권주의'다. 문재인이 굳이 광주까지 와서 "고립"을 말하는 그 기상천외한 광경은 왜 연출되었을까? 신군부의 광주 학살, 그리고 3당 합당이 배태한 호남 고립의 구도를, 타파해야 할 모순이 아닌 활용해야 할 현실로 수용하는 패권적 심리가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말 안 들으면 죽는 거 알지?'다. 이런 의식이 뼛속에 가득 차 있는 거다.

그래서 더민주가 수도권을 장악했으니 이제 국민의당과 호남은 고립된 거라는 망발을 일삼는 거다. 신군부가 광주 학살 벌이면서 내세운, 맞는 놈이 병신이라는 '고립' 논리를 더민주당이 받아서 쓰고 있다. 정작 그 인간들, 호남이 민주당 몰표 줄 때는 그 몰표 때문에 '영호남 지역구도'가 생겨 호남이 고립된다고 말했었다. 그러니 '문베충' 소리를 듣는 거다.

국민의당 뽑았다는 이유로 광주 학살이라는 인류사 차원의 '제노사이드'에 대한 부채감의 해방을 운운하는 지경에 이르면 인간에 대한 믿음마저 상실된다. 학살은 가해자 처단과 피해자 보상의 문제지, 멋대로 부채'감'을 가졌다가 마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국민의당이 무장 테러와 보복을 강령에 명시한 호남판 헤즈볼라당이라도 되냐? 자기네들이 적대시하는 '중도 보수' 정당 뽑았다고 '부채감 해방' 운운하는 게 할 짓이냐?

만약 이런 고립 협박에 굴복해 호남이 몰표를 줬다면? 선거 직후 며칠간은 "민주 성지"라고 찬양한 뒤 곧바로 다시 지역주의 타령하면서 "탈호남"을 외치고 "전라인민공화국"이라고 조롱을 퍼부었을 것이다. 그게 지난 30년간 있었던 일이다. 지금 보니까 눈치 없는 인사들은 이번 선거 덕분에 민주당이 '탈호남'해서 '전국 정당'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좋아하더라. 호남색이 빠지니 수도권에서 승리하고 영남 의석을 얻었다며 '희희낙락' 하더라. 정말 더럽게 눈치들도 없다. 아예 분간이 안 되는 거다. 그 얘기는 호남한테 몰표를 받고 난 뒤 하던 얘긴데 말이다.

선거 때만 호남 타령한 게 누구인가?

그래서 결론은? 정말로 '지역 관념'을 머릿속에서 버리자는 거다. 진중권 교수는 필자에게 "호적론자"라고 하는데, 선거 기간 내내 호남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민주당 뽑으라고 한 건 정작 진 교수 본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칭 진보 개혁 진영 전체가 안철수 탈당 후 몇 달 동안 호남을 언급하며 민주당 뽑으라고 협박 및 읍소하더라.

누가 지역론자냐? 먼저 두들겨 패놓고는 호남이 호소하면 지역에 집착한다고 꾸짖는 거, 전형적인 일베 레토릭이다. 이렇게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호남 공격에 나서는 이들. 21세기 판 신군부에 다름 아닌 폭력적인 인종주의자들이다.

유권자들이 오히려 정치권보다 더 선제적으로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주었는데, 진중권 같은 문화 지체자만 '지역에 집착'해 촌스러운 광경 연출하고 있다. 그러면서 논리가 딸리니 '클리엔텔리즘' 같은 특수한 개념을 끌고나온다. 그러지 마시라. 영남 패권, 시대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와해될 수 있다. 오히려 교묘한 방식으로 호남 차별 구도를 써먹는 진보 지식인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영남 패권을 강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금은 2016년이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만들어준 여소야대 구도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를 해야 할 때다.

그리고 더민주는 호남표 받고 싶으면 표 줘도 욕하고 안 줘도 욕하는 자가당착부터 반성하라. 김종인 비례 공천 때문에 호남에서 졌다는 망상은 버리고, 일단 진중권 교수와 유시민 전 장관의 "전라인민공화국"과 "호남의 노무현 지지는 암 환자가 모르핀 주사 맞은 것"에 대한 논평부터 내놓아 봐라. 전체 맥락을 봐야한다는 '맥락 타령'은 금지다. 내가 둘 다 전문을 찬찬히 뜯어봤는데 호남 몰표는 망국적인 지역주의란 얘기 맞다. 그리고 이 두 사람, 이번 선거에서 호남한테 그 망국적 지역주의 몰표 내놓으라고 가장 열심히 목소리 높이더라.

마지막으로, 지금 영남 패권과 호남 차별 없다고 주장하는 진중권 교수. 그런데 선거 전에는 민주당이 참패하고 새누리당이 압승하면 호남이 고립되니 국민의당에 기웃거리지 말고 민주당에 올인하라고 했었다. 두 주장이 서로 모순된다는 거, 못 느끼나? 영남 패권도 없고 호남 차별도 없다면 호남이 무엇으로부터 고립된다는 말인가? 정말 왜 이러시나?
윤중대 호남 누리꾼 (tyio@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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仲尼再生 " 夜 의  走筆  " 취임사

 

저를 아크로 주필로 추천하시는 회원여러분의 글을 읽고, 오늘 본인은 본인의 향후 거취를 놓고 깊이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끝없이 되뇌며, 다수 회원의 요청대로 아크로 "밤의 주필" 직을 기꺼이 수락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일신의 안녕 만을 위한다면 봉급 한 푼 못 받는 이 명예직을 수락할 수 없었겠지만, 이미 공인 아닌 공인이 된 몸으로서 이 위기의 시대에 역사가 제 어깨에 지운 이 짐을 떠맡기로, 본인은 이 아름다운 밤 위대한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