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호남에게 필요한 것은 객관과 보편의 언어로 호남의 목소리를 낼 스피커의 존재다. 영남패권과 호남차별의 현실에 침묵하며 민주당의 친노패권에 순응하다가 선거를 앞두고 공천에서 탈락하면 정제되지 않은 불만의 목소리를 파편적으로 쏟아내면서 호남 정치에 대한 공격의 빌미만을 주는 비겁한, 그리고 비조직화된 호남 정치인들의 그것과는 구별된, 합리적 3자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담론 체제가 필요하다.


4년 동안은 박근혜 정부의 반호남정치에 눈감고 친노패권과 진보 기득권의 시녀 노릇을 하며 '탈호남'을 하다가 선거에 돌입해 호남이라는 이유로 공천 탈락하는 현실이 닥쳐오면 그제서야 호남 호적을 흔들면서 '친노가 호남을 탄압한다! 참여정부가 호남을 홀대했다!'고 외치고는 이상한 잡당을 만들어 나가거나 찍소리 못하고 찌그러지는 이 4년 주기의 호적 팔이쑈를 청산하지 않으면 호남 정치에 미래는 없다.


호남홀대론이 틀렸다는 소리가 아니다. 문제는 지역주의 양비론에 기반을 둔 친노의 반호남주의와 패권주의를 폭로하는 완비된 담론을 대중을 상대로 펼치는 대신, 가장 즉물적이고 표피적인 차원에서, 그것도 짐승이 슬피 우는듯한 급하고 애달픈 곡조로 호남이 탄압당했다느니 홀대당했다느니 하면서 '징징대는' 것은 영남이 장악한 중앙언론에서 이를 일종의 '호남 게토'의 한 삽화로 묘사하며 조롱케 하는 구실이 된다는 데 있다. 물론 이는 호남 정치인들이 호남의 이익에 복무하려는 용기 없이 그저 '입신양명'한 개인으로서 자기 밥그릇이나 챙기려고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공천권을 얻어내면 장땡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의당에 있는 호남 선량들도 이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어찌보면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이 그들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호남의 이해관계를 보편의 언어로 밝히 드러내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 개인으로서 중앙 언론에 기고를 하던, 혹은 기존 언론사에 영향력을 심거나 아예 새로운 언론을 만들던지 해서 어떻게든 공론장에서 호남의 목소리를 내야한다. 물론 합리적인 논증과 사실에 기반을 두고 궁극적으로는 호남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이 글을 읽는 호남 정치인이나 관련인이 있다면 이 충고를 정말 깊게 새기기 바란다. 총선 이후 영남의 언론 기득권이 호남과 국민의당에 쏟아붓는 저 압도적 공격과 폄하에 침묵하는 것은 이제는 거의 부작위 범죄라고 봐야 한다. 지금은 오히려 제3자가 호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내심을 궁금해하는 상황이다. 어찌보면 수십년만에 찾아온 호기다. 지금 말과 글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덤벼들지 않으면 다시 호남은 암흑과 피폐의 구렁텅이로 떨어질 것이다. 레닌도 말과 글로 혁명을 했고 문혁이 촉발된 것도 신문기사였다.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 언론을 누구라도 만들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은 이미 조성되어 있다. 1세대의 '종합 인터넷 신문'이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간단한 UI의 인터넷 언론이 지금은 오히려 대세다. 이를테면 허핑턴포스트는 거의 기존의 블로그와 다를바 없는 구조지만 지금 가장 잘 나가는 인터넷 언론 가운데 하나다. '슬로우뉴스'나 'PPSS' 도 있다. 언론사를 알리는 방법도 저렴한 단위로 시작할 수 있는 페이스북, 트위터 광고가 있다.  아니면 호의적이거나 중립적인 언론에 기고를 해도 된다. 한경오에도 꾸준히 글을 보내고 접촉해야 한다.


물론 재선 3선을 거듭한 호남의 기성 정치인들은 이미 타성에 젖어있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을 할 의욕도, 능력도 없을 것이다. 이들에게 하는 소리가 아니다. 호남의 젊은 네티즌과 중견급 지식인들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면서 대한민국의 담론 영역에서 호남의 세를 넓혀야 한다. 친노세력과 진보 기득권이 조성한 기성 언론이라고 해봤자 한경오 및 팟캐스트 정도다. 각성하고 조직화된 호남의 '깨어있는(하지만 잠은 충분히 자는)' 사람들이 나서면 충분히 구축될 수 있는 대상이다.


지금은 비상한 상황이다. 야권연대 안하면 새누리당이 200석을 먹는다며 협박하더니 총선 결과가 나오자 말을 180도 뒤집어 박근혜 정부 심판 표심 때문에 이겼고 달님이 수도권 승리와 부산경남 교두보 확보를 견인했으며 국민의당이 아니었으면 몇십석 더 먹을 수 있었다고 외치는 저 쓰레기들을 보라. 그리고 저 쓰레기들에게 논리를 공급하는 쓰레기 언론들과 지식인들을 보라. 그리고 저 쓰레기들의 주장이 서서히 정론으로자리하는 공론장의 모습을 보라. 그것이 바로 '사회적 사실'이다. 객관적 사실과는 별개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사실 말이다. 영남패권과 진보 기득권은 이러한 거짓된 사회적 사실을 꾸미는데 도사들이다. 그리고 그 거짓이 겨냥하는 것은 결국 호남이다. 그렇다면 왜 호남은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이번에도 파편화된 몇몇 정치인들과 네티즌들이 거친 울분을 급하게 토해내면서 비웃음을 사다가 와해되는 모습을 연출할 것인가? 이제는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