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교육 문제를 얘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전제가 '공교육 정상화'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 사람들마아 일단 공교육 정상화가 교육 문제 해결의 대전제라는 것을 인정하고 들어간다. 나는 우리나라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 대전제부터 깨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핵심은 자격(qualification)과 인증(certification)이 사실상 교육의 본질을 집어삼켰다는 점이다.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는 얘기다.

이 문제의 중심에 놓인 것이 바로 제도교육 즉 공교육이다.

한번 따져보자. 과목 불문하고 도대체 정규학교 교사가 가르친 것만 정식 교육(표현부터 웃긴다)으로 인정받고 다른 사람들이 가르치는 것은 정식 교육(표현 정말 웃긴다)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

요즘 학교에서는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다. 대부분 아이들이 학원에서 다 배운 내용이라서 교사가 별로 가르칠 것도 없다고 한다. 실제 교육은 학원 강사가 하고, 교사들은 임용시험에 운좋게 통과됐다는 이유로 그냥 앉아서 지대(rent)를 챙기는 구조다.

학교 정규 교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 분들 마음 고생 심하다는 얘기도 들었고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그 분들 실존적인 차원의 고민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제도 문제를 얘기하는 거다.

원래 제도 교육, 공교육, 의무교육이란 게 출발한 것은 산업혁명 당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전까지 교육은 개인적 요구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귀족들은 학교 따위 보내지 않고 학식 있는 사람을 가정교사로 초빙해서 자녀들의 교육을 맡겼다. 당대의 유명 지식인들 가운데도 귀족 자녀 가정교사로 생계를 꾸린 사람들이 많았다.

산업혁명 당시 공교육, 제도교육, 의무교육이 생겨난 것은 말 그대로 자본의 요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산업혁명이 불러온 기계제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스템에서는 지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대규모 인력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교육은 반드시 커리큘럼의 정규화를 요구하며 이것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공교육, 제도교육일 수밖에 없다. 문자 해독, 문서 작성, 수리 계산 능력, 기본적인 도덕성 등이 그것이다.

즉, 인력을 공장제 생산 시스템에서 대규모로 찍어내는(?) 방식의 다른 표현이 제도교육이라는 얘기다. 여기서는 자격(qualification)과 인증(certification)의 획득이 교육 성과의 측정에서 핵심 이슈가 된다. 인력의 수요자 즉 자본의 요구에 맞춘 생산품(?)이라는 것을 검증하는 기준이 자격과 인증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제도교육에 대한 요구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시대적 변화 때문이다. 이제 대규모 공장제 생산, 소품종 대량생산의 현장에서 인간 노동력의 비중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알파고 충격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추세는 이미 1980년대부터 비가역적인 추세가 됐다.

'어느 분야에나 써먹을 수 있는 인재'의 비중은 앞으로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제도교육은 어느 산업체에 보내더라도 당장 활용 가능한 인재의 육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기업과 대학 사이에서 항상 이 문제를 놓고 갈등이 노정되지만 본질적으로 현행 교육제도에서 이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다. 애초 제도교육은 기성품을 찍어내는 데 본래의 기능이 있는데 기업들은 '우리 현장에 맞는 인력'을 요구하니 둘 사이의 모순이 해결될 방법이 없다.

결국 앞으로의 교육 정책은 제도 교육의 비중을 최대한 줄이고 다양한 교육 커리큘럼의 개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교육이 살려면 (제도로서의) 학교가 죽어야 한다.'

앞으로 학교는 다양한 교육 시설과 장비,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교사와 학생들의 기본적인 지원 및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은 교사들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현재 교사들의 업무에서 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는 온갖 잡무가 너무 많다. 이걸 다 없애고 학교의 관리 기능에 일임하는 것이다. 교장이 교사 평점을 무기로 횡포를 부리는 일도 없어진다.

물론 교사들도 독점적인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도 이미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기간제 교사나 특정 과목의 시간제 강사가 그것이다. 제도 교육을 독점한 정식 교사(?)가 제공할 수 없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누구나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하고 그 자격이나 결과의 인증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 서울대 관리소 측과 미리 사전 협의만 된다면 누구나 서울대 가서 자기가 가르치고 싶은 강의를 개설하면 된다.

물론 그때는 이미 서울대라는 타이틀은 사라진다. 그냥 대학생들 가르치는 관악캠퍼스일 뿐이다. 서울대에서 월급 받는 교수 직업도 장기적으로는 사라진다. 학생 받는 것도 자기 마음대로, 수강료도 강사가 책정해야 한다.

가르칠 학생으로 자기 자식을 뽑든, 일가친척 뽑든 그건 강사 마음이다. 그걸 왜 국가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감시하고 쓸데없는 비용과 시간, 자원을 낭비하는가? 한 달에 딱 한 시간만 가르치고 1백만원 받는다 해도 막을 필요 없다. 그런 강의 수요가 있으면 먹힐 것이고 아니면 자동으로 폐강될 것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도 퀄리티만 보장되면 그런 강의 요구하는 사람들 얼마든지 있다.

가르치는 시간도 강사 꼴리는대로 하면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가르친다고 해도 누가 뭐랄 필요 없다. 남들 쉬는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만 강의 개설하는 수요도 있을 것이다.

물론 교육 결과에 대한 검증은 필수다. 하지만 이 검증을 국가가 나서서 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이런 짓 하느라고 교육부 공무원들이 제 밥그릇 챙기고 온갖 잡것들이 달라붙어서 호구지책을 삼는 것이다.

어떤 강사에게 교육받은 인력이 한 강사에게만 교육받을 리는 없다. 학생이 다른 강사의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그 학생이 이미 객관적인 검증 프로세스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런 식으로 교차검증이 이뤄지면 어떤 강사의 학생 평가가 개판인지 금방 드러난다. 평판관리의 원칙을 적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야 교육 과정의 다양화와 내실화, 첨단화도 이뤄진다. 얼마 전 어떤 독일 여학생인가가 자기는 몇 천 년 전 고전을 배웠어도 정작 실제 생활에 필요한 금융기관 이용법 등을 전혀 모른다고 해서 엄청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안다. 나도 적극 공감한다.

금융기관 이용법, 세금 이해하기, 우리나라 공공기관 이용하는 법, 요리법, 세대 간 이해하고 대화하는 법, 신세대 예절 등 필요하지만 찾기 어려운 교육들이 많다. 이건 결국 시장 원칙에 맡겨야 교육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게 된다.

현행 제도교육에서 파생되는 부작용이 어마어마하다. 부연하자면 교수와 학생이 서로에 대해 선택권과 거부권을 가져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행 학교 교육, 제도 교육이 사라져야 이런 시장의 원리가 작동할 수 있다. 

교육 효과 측면에서도 그렇다. 현행 교육은 자격과 인증을 따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자원을 투입하면서도 실제 교육 효과는 뒷전이다. 오히려 그 교육이 실제 교육 효과를 죽이고 있다. 어떤 영어 교육 전문가가 '제대로 영어 교육을 하려면 입시에서 영어 과목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본 적도 있는데 나는 그 말이 맞을 거라고 본다.

안철수가 '교육부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 했다가 말썽이 생긴 모양이다. 나는 안철수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잘 모른다. 앞뒤 문맥을 보면 어느 정도 나와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할 뿐이다.

안철수건 누구건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들이면서도 그 돈이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암덩어리로 작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교육이다. 이거 해결하려면 제도로서의 학교를 없애야 한다. 그러면 교육부는 설혹 살아남는다 해도 현재와는 전혀 다른 업무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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