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타격을 한다는 것은 방망이의 한 점이 공의 한 점을 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3할 타자, 그러니까 열 번 중 무려 일곱번이나 실패한 타자를 야구에서 대단한 타자라고 인정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점과 점이 만나는 타격을 좀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배트에 의하여 수평으로 움직이는 점과 공에 의하여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점이 만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격이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정도가 더 크다면 타격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130KM대의 정우람이 철벽 투구를 하고 130KM대의 유희관이 철벽 투구를 하는 반면 140KM대의 송은범이 난타를 당하는 이유이다. 투수들이 던지는 공이 빠를수록 유리하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 세 투수의 성적은 투수에의 일반적인 개념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MLB에서 진작부터 도입된 개념이 무브먼트.



투수들이 던지는 공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정도가 클수록 타자들이 제대로 맞추기 힘들다는 것으로 이 것을 야구에서 '무브먼트가 좋다'라고 하는 것이다. 흔히 야구중계를 할 때 해설자들이 '공끝이 좋다'라고 하는 표현은 무브먼트를 완벽히 반영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맥락의 의미이다. 


정우람의 주무기인 슬라이드의 속도는, 물론 로저스의 140KM대보다는 훨씬 낮지만 120KM대로 국내 강속구 투수들과 비슷하기 때문에 타자들이 속기 쉽다는 것이다. 140KM대 후반의 강속구 공을 던지는 투수가 던지는 120KM대의 슬라이더보다 130KM대의 직구를 던지는 정우람의 120KM의 슬라이더에 타자들이 더 속고 헛스윙을 자주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우람 공은 무브먼트가 좋다. 그러니 맞아도 정타가 되지 않는다. 유희관의 볼이 그렇다. 현대야구에서 '플라이볼로 아웃시키는 투수보다 땅볼로 아웃시키는 투수가 안정감이 더 좋다'라고 하는 이유이다. (물론, 100% 싱크는 아니지만 대략 그렇다.)



유희관은 정우람과 비슷한 속성을 지녔지만 그가 선발투수이기 때문에 타선이 한바퀴 돌면 그리고 페넌트 레이스가 진행될 수록 그의 공이 눈에 익는다는 점에서,  공이 눈에 익기도 전에 경기가 끝나는 정우람보다 불리한 입장이며 또한 정우람은 130KM대의 공을 던지지만 절대절명의 순간에는 140KM 후반대의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희관보다 경쟁력에서 앞선다. 


만일, MLB같이 팀이 많아서 패넌트레이스 중에 유희관을 만날 기회가 더 적어지는 경우 유희관의 정우람 대비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투수에게 구속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커맨더, 즉 투수가 원하는 위치에 공을 던지는 제어는 투수의 또다른 무기이다. 투구를 공식으로 표현하자면,



구위 = 구속 + 커맨더



150KM 정도는 우습게 던지는 투수들이 많은 MLB에서 150KM를 던져도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는 이유는 바로 커맨더 문제이고 매덕스와 같이 130KM 대를 던진 투수가 명투수인 이유는 커맨더가 좋기 때문이다.



다져스의 류현진과 커쇼를 비교한다면, 커쇼의 구위 > 류현진의 구위, 커쇼의 구속 >> 류현진의 구속이지만 커쇼의 커맨더 < 류현진의 커맨더이기 때문에 구속에 있어서는 상대가 안되는(?) 류현진이 다져스의 제3선발로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런데 140KM대의 송은범은 무브먼트가 낮다. 얼마나 낮느냐고? KBO 투수들의 무브먼트 평균치보다 낮다. 그러니 140KM대의 공을 던져도 난타를 당하는 것이다. 던지는 폼은 피칭머신처럼 일정하다. 더우기 송은범 스스로도 타자 몸쪽 공을 던지지 않는 이유가 '자기 공을 맞고 타자가 죽을까봐'라는 말에서 보듯 한쪽을 포기한 피칭, 그러니까 커맨더에서 50점은 깍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송은범이 비교적 잘던졌던 SK 시절의 투구 분석을 현대적 세이버 매트릭스 관점에서 보면 그는 당시 KBO 투수들의 평균치도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이유는 두가지 요인.



첫번째는 박경완이라는 KBO에서 비교불가의 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물론, 공의 반발력이 높아진 탓에 타고투저 현상이 생기지만 한국 타자들의 타격 발전 기술에 비해 한국 투수들의 투구 발전 기술이 뒤쳐진 탓도 있다.



송은범이 살아나는 것은 세가지이다.


몸쪽 공을 던지거나(요즘은 좀 던지기는 한다) 그리고 손의 악력을 키우는 것이다. 아니면 박경완의 볼 배합 비밀을 알려달라고 하거나. 오승환의 경우 사과를 종이 아닌 횡으로 짜르는 것을 '라디오 스타'에서 보여주었는데 그가 한국, 일본 나아가 메이저까지 평정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선동렬 전 기아 감독 그리고 김성근 현 한화 감독의 송은범에 대한 대처 방법을 보면 '야알못'의 정수를 보는 것 같아 답답하다. 또한, 송은범에 대한 각 방송사 및 기자들의 평가들에서는 '무브먼트'라는 개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뭐, OPS보다는 타율을 아직도 중시하고 투승타타를 중요시하는 KBO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래서 롯데의 1루수 박종윤이 엄청 까이고 그를 중용하는 롯데 감독들이 까이는 이유이다.)



이런 KBO의 꼬짐은 MLB에 진출할 때 류현진의 인터뷰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자들 : 몇 승이 목표입니까?

류현진 : 몇 승... 이런건 없고요... 방어율 3점대가 목표입니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