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 소감부터 간략하게 적자면, 국민의당의 호남 석권과 비례대표 약진을 통한 40석 확보는 익히 예상하던 바라서 그리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새누리가 이 정도로 참패할지는 예상밖이어서 조금 놀랐네요. 아무래도 새누리당은 더 이상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를 감당할 수 없고, 국가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도 없는 정당이라는게 확실하게 판정이 난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은 이명박부터 박근혜까지 지들이 가진 능력으로 해볼 수 있는 거는 다 해본 것 같고, 그 성적표가 이번 총선 결과라는 생각이 드네요. 즉 새누리당은 이제 더 이상 보여줄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이고, 차후 한국의 정치지형이 어떻게 변해갈 지 사뭇 기대가 되는 바입니다. 


각설하고, 이번 선거는 저 개인적으로 호남의 딜레마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선거가 아닐까 합니다. 호남에 필요한 것은 크게 두가지인데, 전국적 단위에서는 개발의 불평등을 시정하는 좌파적인 포지션이 필요한 반면 호남 내부적으로는 자본주의적 개발과 산업화라는 우파적인 포지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서로 상충하는 딜레마입니다.


왜 호남이 그런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되었는지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생략합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더민당 운동권친노 스타일의 좌파 정당은 자본주의적 개발과 산업화라는 호남 지역단위의 우파적인 요구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고, 새누리당같은 영남중심 우파포지션 정당은 지역간 불평등 해소라는 좌파적인 요구를 담아낼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돌이켜보면 호남은 87년 김대중의 평민당 이래로, 줄곧 집권가능한 정당 중 가장 왼쪽에 있는 정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왔습니다. 영남패권주의 집권여당이 주도하는 영남과 수도권 우선 개발이라는 한국적 상황에서, 호남에 가장 시급한 것은 그런 구도를 깨고 개발의 불평등 시정을 약속받는 것이었으니까요. 그것은 자본주의적 발전에 뒤쳐지고 낙후된 호남 입장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할 선행과제였고, 그것이 바로 김대중 노무현 정동영 문재인까지 줄기차게 반새누리당 야당을 지지한 근본 이유입니다. 


그런데 호남은 점점 운동권친노들과 동상이몽의 처지라는 걸 깨달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호남의 표를 받아 자신들의 좌파적 가치실현에만 몰두할 뿐, 정작 호남의 또 다른 중대 요구인 자본주의적 개발과 산업화같은건 안중에도 없으니까요. 호남이 이따금 볼멘 소리로 그런 속내를 드러내거나 요구하면 구태 지역이기주의라고 낙인찍기 바빴고, 노무현의 10원짜리 발언같은게 바로 그런 배경을 깔고 등장했던 것이죠. 그렇게 긴가 민가하던 호남이 드디어 확실하게 마음을 굳힌게 이번 국민의당의 싹쓸이인 것이고 곧 운동권친노들에 대한 확실한 결별선언이라 할 것입니다.  


어찌보면 호남의 요구는 아주 간명합니다. '지역간 불평등 시정을 위한 호남의 자본주의적 발전과 산업화' 딱 그것이죠. 다른 것들은 모두 그것을 위한 사족들에 불과하구요. 아마도 고결하신 패션좌파들은 이 무슨 박정희스러운 소리냐며 펄쩍 뛸 것 같고, 그들의 고매한 눈에는 저급한 지역주의적 욕망으로 보일 것은 뻔할 뻔자 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거부터 해명을 해야할겁니다. 다른 지역들은 이미 모두 그런 경로를 따라 발전했는데 왜 호남만은 예외이어야만 하는지 말이죠. 민주화의 성지가 그래서야 쓰겠냐라는 개 풀뜯어먹는 헛소리 말구요.


따지고보면 좌파들이 그렇게나 죽고 못사는 노동자들의 투쟁이라고 별거 없습니다. 결국 본인들의 조금 더 두툼한 월급봉투와 사내복지라는 욕망의 표현일 뿐이죠. 그런데 그런 투쟁의식으로 가득한 노동자도 아니고 평범한 일반시민인 호남인들이 자기 사는 동네에 자본이 유입되고 그 떡고물로 집값 땅값 좀 더 오르기를 바라는,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의 당연한 욕망을 드러냈을 때 왜 그렇게 도끼눈을 뜨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쯤 되면 국민의당이 뭘 해야하는지는 분명해지는거고 알고 보면 쉽습니다. 새누리당이 영남에 하던거를 호남에 하면 되는거죠. 진보고 좌파고 나발이고 일단 그거부터 해결해서 균형을 맞춘 다음에 해야하는 다음 이야기인 것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