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거 이틀 앞두고 은평갑 지역구에서 더민당과 국민의당의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 쪗다고 합니다. 후보간 개별 단일화에 대해서는 국민의 당에서 열어두기로 했다고 했으니, 사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했었습니다.

국민의당 지지자들께서 이 사실에 분개하고 막 화를 내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은평갑 유권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솔직히 그럴만 했다고 봅니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총선은 결국 그 지역 국회 의원이 될 사람을 뽑는 선거입니다. 그러므로 그 '지역'과 '사람'이 최우선의 선결 과제입니다. 그 사람이 어느당 소속이냐는, 총선의 결과를 100% 결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됩니다. 

은평갑은 이미경이 내리 3선(17,18,19대)을 한 지역구입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가장 낙후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곳 주택 보유자들은 그거 팔아서 생전 어디 다른 곳에 이사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못사는 지역구니까 야당 지역구' 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미경이 처음 은평갑에서 당선되었을 때는 물론 탄핵사건 이후, 탄돌이들이 대거 등장하던 선거이기는 했었습니다만, 공보물에서 내세운 지역 공약의 질에서 당시 현역이던 한나라당 강인섭 후보를 압도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3선 하는 동안에도 지역공약에 나름 공을 드렸습니다만, 그 12년동안 다른 서울 지역 강북지역이 발전해 가는 동안 은평지역은 계속 뒤쳐지는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이미경이 여론조사에서 뒤쳐지는 결과들이 나왔던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이번 은평갑의 새누리당, 더민당, 국민의당 세 후보 공보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새누리당         최홍재 (링크)
  2.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링크)
  3. 국민의당         김신호 (링크)  

위의 링크를 차례로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3번 김신호 후보의 지역 공약이 제일 약합니다. 은평에서 오래 살았다면서, 문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뜬금없는 중국 자본 유치랑 마윈 이야기는 한심해 보이기 까지 합니다. 

20대 선거에서 수도권에 국민의당 후보에는 이렇듯 준비와 인물 경쟁력이 부족한 인물들이 많습니다. 어쩔수 없었습니다. 신생 정당이라, 정당 버프를 받을 수 있을지가 불불명한 상태였으니 좋은 후보 모시기에 한계가 있었던 겁니다. 

아마 선거가 끝나면, 더민당 쪽에서 국민의당에서 "수도권에 당선된 후보가 없다."라면서 총공세 들어올 텐데, 이 부분을 잘 방어해야 합니다. 수도권 정당 투표 결과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 결과가 좋게 나오면,  당장 다음 선거에서 '될만한' 사람을 데리고 올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게 됩니다. 


2.  문재인 전대표가 이사람 저사람 영입했다고 막 발표하고 다닐 때가 있었습니다. 그 마지막은 김종인 현대표였지만 말입니다. 그 많이 줄줄이 나열했던 사람들 중에 눈에 띄는 사람은 양향자 후보였습니다.

고졸 여사원 출신으로 삼성 전자 상무까지 진급했다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사람에게 저절로 눈길이 가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최종적으로 (삼성이랑 특수 관계있는) 성균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를 했으니, 고졸이라고 부르면 안된다.. 이런 볼멘 소리는 트집 잡기에 가깝습니다.일종의 카스트 처럼 한번 "고졸 여사원"으로 입사하면, 나중에 방송 통신대를 다니건, 야간 대학을 다니건, 대학원을 다니건 간에, 평생 고졸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는 것을 진짜 몰라서 그렇게 말하겠습니까. 

또 한가지 고무적이었던 부분은, 양향자씨 본인의 태도였습니다. "나는 굴지의 그룹에서 고졸로 시작해서 임원까지 했음. 니들도 노오력하면 나처럼 할 수 있어." 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본인의 인터뷰와 첫번째 프리젠테이션은 'X바, 이거 내가 여기까지 올라와 봐서 아는데 x나 이거 말도 안될정도로 어렵거든. 이 문제 좀 어떻게 해봐야  되는거 아니겠어?'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이제 곧 40대이지만, 제 주변의 30대 전후의 여성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들어왔었습니다. 엘리트 교육을 받고 분명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진급이나 커리어에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 꼭 그렇지 않더라고 하더라도, 여성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짊어 저야 하는 출산 및 육아의 부담과 그에 따르는 커리어의 단절. 대학 교육 까지 받았지만 결국 직장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실패하고, 가정에 올인해야 하는 사람들. 혹은 반대로 어려운 가정 형편에 부업으로라도 직장을 구해보고 싶지만, 아이 있는 여성에게는 내어줄 자리가 없는 모습. 억지로 참아가며 맞벌이로 직장에 다니지만, 가사, 육아, 교육의 모든 부담은 결국 여성에게 내려지는 모습...

이런 문제들이 지금 여성들의 문제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양향자씨의 삶의 궤적과 경험은 여러가지 건설적인 논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여성들은 직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 아무리 맞벌이를 하더라도 어쨌거나 가사와 육아의 책임이 여성에게 더 주어지기 때문이다."
  "메갈 오크들 지x하네. 여자들이 직장에서 맨날 인터넷으로 명품 쇼핑이나 하고 핑핑 노니까 승진 못하는 거지."

이럴 때 
  "... 내가 승진해 봐서 아는데. 여자들이 더 힘든거  맞는 말이거든요..."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양향자씨 말고, 몇명이나 더 있겠습니까.  조직생활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전문직 여성들 (변호사, 교수, 의사...) 과는 또 다른 목소리를 내 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민주당은 양향자씨의 포텐셜을 전혀 살리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낭비해 버렸습니다. 

고졸 여사원 출신으로 승진해서 임원이 된 양향자의 인생 궤적은 간데 없고, 맨 마지막 타이틀이었던 '삼성 상무' 만 남았습니다. 

개발팀 상무가 권한이 있으면 얼마나 있습니까.  과제 달성 책임 막중하고, 밤낮없이 일하다가 과로로 쓰러지는 자리지. 년수입도 잘나가는 법조인들이나 금융권 임원들, 아니 고위직 공무원에 비하면 쥐꼬리만 할겁니다. (실제 재산 신고, 세무 신고 내역도 얼마 안되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근데 그런 사람을 "삼성 상무" 라며 마치 삼성을 대표하는 사람인냥 세워놓고, 광주로 내려 보냈습니다. 국민의당이 지금처럼 뜨지 않았더라도, 가장 상대하기 힘들었을 천정배 대표 지역구 입니다. 그래놓고, 삼성 공장 유치 같은 허망한 공약을 내세우게 만들었습니다.

본인이 그럴 만한 힘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은, 아마 양향자씨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허나 양향자씨 본인은 오랜 회사생활을 통해서 몸에 밴, 그리고 아마 그녀의 지금까지의 성공을 이끌어왔던, 행동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 "위에서 까라면 깐다."  그래서 지금 웃기지도 않는 "삼성을 광주로" 생쇼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낭비된 양향자씨가 가지고 있었던 포텐션을 가진 사람을 만들려면 다시 몇십년이 필요하겠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더불어 민주당 비례 대표에 여성문제 성평등 문제가 두명이나 포진해 있다며, 더불어 민주당이야 말로 여성 문제에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두 분이 훌륭한 분임도 분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더불어 민주당이 양향자씨를 이렇게 허무하게 소모하는 방식을 지켜보고 나니, 더불어 민주당이 여성문제 -- 직장 여성의 육아문제, 경력단력 문제, 유리천장 문제.. 등등에 대해 진정으로 진지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생각은 도무지 들지가 않지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