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아직 분위기가 복기를 할 상황은 절대 아니고 많은 곳이 박빙의 상황입니다만, 이번 선거판세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큰 줄기를 제 나름데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선거가 끝나기 전에 해야 좀 더 객관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이 맞다는 것은 아니고, 다른 생각이 있는 분들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에서 글을 써봤습니다.


1. 일단 초반에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의 절대우세 속에서 시작합니다. 애초에 야권분열이 있기 훨씬 이전 작년 여름부터 무능력한 새정련을 보면서 새누리당 170-80석 이야기는 나온지 오래였고, 개헌저지선이 위급하다라는 식의 이야기도 심심치않게 나왔습니다. 출발 자체가 새누리에게 상당히 유리했습니다. 이것은 새누리가 잘해서는 절대 아니고 새정련이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혹자들은 안철수가 깽판을 쳐서 그렇다고 안철수 욕을 하는데, 이것은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반대입니다. 여론상 당시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완패를 당한다는 분석이 이미 새정련 내부에서 기정 사실화 되어 있었고, 이것이 안철수의 혁신전대같은 것의 명분이 되었던 것임을 상기시켜 드립니다.


2. 제 생각에는 이렇게 기본적으로 여권이 유리한 상황인데 거기에 작년말과 올해초 야권이 분열까지 하는 것을 쳐다보며 새누리당 진박들은 자신들이 선거에서 이미 대승리할 것이라고 자만에 빠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적으로 새누리당(한나라당)은 내부 단속을 대단히 잘하는 편입니다. 참여정부 후반기, 박근혜와 MB의 라이벌 구도에서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10여년 넘게 진화된 새누리쪽의 친박 vs 비박 싸움은 반대쪽 야권의 친노 vs 비노의 싸움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조용하고 얌전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새누리당 공천이 유승민 사태로 정점을 찍으면서 김무성이 옥쇄를 가지고 달아날 정도로 개판 일보직전까지 갔었는데, 이것은 과거에 벌어졌던 새누리당내 당내 투쟁의 양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진흙탕입니다. 이런 새누리당의 민낯이 전국민 앞에서 들어나 버렸습니다.  진보쪽 입장에서야 이런 새누리당의 행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이놈도 저놈도 똑같은데 그나마 새누리당이 집권하는 것이 나라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중도보수층의 입장에서는 아주 신선한 충격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해봅니다.

아마 초반에 선거가 박빙의 상황이었다면 새누리당도 내부 단속을 먼저해야할 것이라 비박들에게 어느 정도 양보와 타협을 하면서 공천 잡음이 없이 결속을 하였을 것이고,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층 - 특히나 정당의 수권능력을 큰 가치로 두는 보수층 지지자 - 들도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꾸준히 새누리당 지지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데 초반 원싸이드한 상황에서 나온 진박들의 오만이 이번 선거판을 완전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중에 하나로 현재 새누리당 지지층중에서 투표를 꼭 하겠다라는 비율이 오히려 야당(더민주+국민의당) 지지자들의 적극 투표 의사를 비춘 사람들의 비율보다 적다고 합니다. 아마 이 분석때문에 여의도 연구소에서 얼마전에 130석이니 하면서 엄살을 피운 것이라고 봅니다. 어쨋든그만큼 새누리당은 지지층 결집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위태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지금 새누리, 더민주, 국민의당 이렇게 세 당의 사령탑중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는 것이 누구냐하면 바로 김무성입니다. 도대체 김무성이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잘 들어나지 않습니다. 지지와 안티를 떠나서 가장 스폿라이트를 받고 있는 사람은 안철수이고 그 다음이 더민주 김종인+문재인입니다. 김무성은 관심의 밖에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선거의 여왕이 진두지휘하면서 끝발을 날리던 기억을 되새겨 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나올 정도로 새누리당이 형편없는 상황입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여전히 불리하다는 것은 다들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이렇게 새누리당이 지난 두번의 총선과 지선 이후로 가장 크게 삽질을 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야당이 과반수를 넘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면 그것은 결국 야권이 여권보다 훨씬 더 큰 삽질을 하고 있다라는 반증입니다.

일단 여기에서 돌풍의 핵이 되는 국민의 당의 책임이 거의 없다는 것을 말씀 드립니다. 국민의 당 지지자들의 면모를 보면 더민주당에서 옮겨온 사람들도 있지만, 전부터 양당체제에 회의감을 품어왔던 사람들이나 무당층이었던 사람들도 많습니다. 외연이 훨씬 넓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국민의 당으로 옮겨왔습니다. 즉, 국민의 당은 원래 취지데로 자기 몫을 하고 있다라는 소리입니다.

결국 새누리당의 삽집을 덮어줄 만큼의 삽질을 하고 있는 당은 더민주당입니다. 지금 총선을 잘 살펴보면 여당 심판 또는 박근혜 정부 심판론같은 구호는 전혀 존재감이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신물이 난 국민들이 많다라는 것은 지나가는 개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중요한 이슈는 사라지고 없는 것일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지선이건 총선이건 대선이건, 선거때가 되면 sns 기존 야당 지지자들은 앞다투어 국정 심판론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놀랍게도 특히 더민주당 지지자들이 인터넷 또는 sns에 포스팅하는 것을 보면 정권 심판론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안철수와 국민의당 심판론/책임론 또는 호남고립론(호남국개론), 또는 호남을 협박하는 이야기들만 넘쳐납니다.

저는 이런 네가티브 전략과 호남을 자기네들 호주머니 정도로 여기고 있는 정신상태를 틀킨 것이야 말로 더민주를 현재의 이런 나락의 상태로 떨어지게 했다고 봅니다. 여기에 신물이 난 기존 야권지지층들이 더민주에서 계속 이탈을 하고 있는 것이 제 눈에도 보이는데 이들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예를 들면, 제 생각에는 문성근이 노원에 가서 안철수를 역사에 반역자니 뭐니하면서 외치고 다닌 것 때문에 거꾸로 안철수 지지율을 더 올라갔다고 봅니다.

애초에 더민주당이 선거 연대에 대해서는 일치감치 포기하고 (즉 국민의당에 전혀 게의치않고) 호남의 선택을 존중해주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국정운영의 집요하게 꼬집고 공격해 들어가는데에 열중했으면 어땠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박근혜와 진박에 대해서 염증이 암으로 전이되려고 하는 현 상태라면, 더민주가 수도권 전체와 영남 일부에서 대승을 거두어서 설사 국민의당이 호남을 다 석권한다고 했더라도 기존의 가지고 있었던 의석수만큼은 유지할 수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따라서 새누리는 과반수는 꿈도 못꾸는 상태가 되었을 것이구요. 하기야 그동안 보여준 정신상태를 보건에 애초에 더민주 진문 세력이 그럴 정도의 포용력과 정치적 유연성이 있을리가 없는데, 제가 무리한 주문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4. 어쨋든 아직 선거가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 이대로 굳어진다면 결과적으로 네가티브에 몰두한 더민주당 수뇌부와 호남의 선택에 대해서 경멸과 협박으로 일관한 그 극성 지지자들이 나서서 야권에 유래없이 좋았을 뻔한 선거를 망쳤다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제발 남탓, 다른 정치인탓, 유권자탓 좀 그만하고 진솔하게 자기 스스로 먼저 책임을 질 줄 아는 품위는 갖추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