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실시된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1당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축제의 현장엔 불편한 기운도 역력했다. 광주의 8석은 모두 내줬다. 각 10석이 걸린 전남과 전북에서는 1석, 2석을 얻는데 그쳤다. 그야말로 '참패'였다.

급기야 더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은 이제 호남이 아니라 수도권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당 안팎에선 '호남홀대론'과 '반(反) 문재인 정서'가 원인으로 부상했다. 이번 총선에서 호남홀대론과 반문 정서는 정말 존재했을까.

<뉴스1>이 수도권에 거주 중인 호남출신 시민들에게 '호남홀대론'과 '반문 정서'에 대한 생각을 깊숙히 들여다봤다.

수도권 거주 호남 민심은 단순하지 않았다. 상당수는 더민주당이 호남을 홀대했다고 답했다. 일부는 화살을 문재인 전 대표에게 돌렸다.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심판을 받았듯, 호남에서도 심판을 받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반면, 더민주당에 대한 여전한 기대감도 존재했다. 호남 정치인을 홀대했기 때문에 호남에서 패한 것이고, 호남홀대론의 프레임을 국민의당이 역이용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나아가 양당체제를 깬 국민의당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큰 아픔이 올 것이라는 질책도 있었다.

◇'야당 찍어줬는데 그 덕을 본 게 뭐냐"· "더민주 중심은 '친노', 이미 호남과는 거리 멀어"

'호남홀대론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수도권 호남 민심은 냉랭했다. 광주와 전남, 전북으로 굳이 지역을 나누지 않더라도 답변은 유사했다

전북 전주 출신 은행원 윤모씨(49)는 "솔직히 호남에서 야당 찍어주는 데 사실 그 덕을 본 게 뭐가 있느냐. 오죽하면 김무성(전 새누리당 대표)이 '자존심도 없느냐'라고 했겠느냐"며 "전주에서도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당선됐는데, 이같은 지역 정서가 반영된 결과라고 봐야한다"고 언급했다.

윤씨는 "현재 더민주당의 중심세력은 '친노계열'이라 이미 호남과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보고있다"고 덧붙였다.  

광주 출신 직장인 김모씨(29·여)는 이번 총선 때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김씨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홀대'라는 단어가 쓰였는지 더민주당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고향에 있는 부모님들은 더민주당이 호남 발전을 위해서 성과를 낸 것도 없다고 하고, 호남 출신을 챙기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와 달리 총선을 앞둔 설 명절 때도 더민주당에 호의적인 분위기는 없었다"고 했다.

전북 익산 출신 주부 김모씨(47·여)는 "김대중 정권 때도 전북은 전남보다 별 득을 못 봤다. 공기업 지역 이전도 보면 돈 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영남지방으로 많이 가고, 가치가 없는 공기업이 호남 쪽으로 갔다"며 "이같은 호남 홀대가 이번 총선에서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전주 출신 직장인 강모씨(27·여)는 "호남지역 발전을 위해서 가시적인 결과물을 안 낸 게 사실이다. 이것을 호남 사람들이 표로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며 "부모님 얘기를 들어봐도 '더민주당은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있다. 더민주당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민심을 빼앗긴 것"이라고 답했다.

광주에서 36년동안 거주했던 강모씨(56)는 "호남에서 밀어줘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바뀐 것이 없다"며 "결국 호남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이 더민주당을 탈당한 것은 호남을 홀대했기 때문이다"고 날을 세웠다.

◇ "이번 총선은 문재인에 대한 반기"…'반문 정서'도 존재"

호남홀대론의 책임은 더민주당을 이끈 문 전 대표라는 답도 많았다. 광주 출신 직장인 김씨(여)는 "문 전 대표가 총선 전 광주에 내려가 지지가 없다면 정계 은퇴를 하거나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호남에서 참패했는데도 총선 결과가 괜찮으니 이 발언이 쏙 들어갔다"라며 "생각 없이 총선 승리를 위해 아무말이나 뱉고 책임은 지지 않는 모습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말 실망했다"고 했다.

서울에서 35년을 살아온 서모씨(65)는 "이번 더민주당 비례대표 선정 때 호남인사들이 제외됐다. 이것은 호남에 대한 홀대다"라며 "안철수(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밀어줬다기보다 문 전 대표에 반기를 든 것이다"고 언급했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공기업에 재직 중인 서모씨(59)는 "지난 대선 때 문 전 대표에게 호남에서 90%가까운 지지율을 보냈는데 결국 호남 정치세력을 다 몰아냈다"라며 "이번에도 '호남에서 지지하지 않으면 대선 안 나가겠다'는 쓸데없는 얘기를 했다. 서울에 사는 호남 출신들도 엄청 많은데 그런 사람들도 다 보듬고 해야 한다. 진심이 없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20여년 전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박모씨(45·여)는 "실제로 주변 사람들을 보면 '문재인 꼴도 보기 싫다. 그만큼 해줬는데 여태 (호남에) 한 게 뭐냐'고 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많은 광주사람이 지난 몇 년간 호남홀대론을 절실하게 느껴왔다고 한다. 특히 정권 교체에 실패한 이후로 반문 정서까지 더해져 이런 총선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답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국민의당 의원들 대다수 더민주 출신…홀대론 있었다면 같이 심판받았어야" 

전남 여수 출신의 직장인 김모씨(32)는 결국 국민의 당에 기회를 한 번 준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씨는 "따지고 보면 호남홀대론과 이번 투표는 별개라는 생각이다. 국민의당 당선자들은 결국 기존 더민주당 출신"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호남홀대론은 결국 국민의당 의원들의 책임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진정 호남홀대론이 작용했다면 호남에서는 새누리당이 다수가 돼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여전히 호남에서 야당 세가 강한 것은 여당의 횡포를 막아달라는 민심이 반영된 것이다. 그럼에도 더민주당에 대한 희망이 점점 없어지니 이번 총선 때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으로 많이 몰린 것 같다"며 "국민의당 선전은 '이번에도 속아본다', '한번 믿어보자'는 감정 들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 출신 회사원 최모씨(32)는 "어르신들은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에 새 정치에 대한 기대를 안 대표에게 투영한 것 같다. 하지만 젊은 호남 사람들은 아직 문 전 대표 개인에 대한 호감이 더 크다고 본다"며 "나도 이번 총선에서는 정권 심판의 의미로 더민주당을 선택했다. 만약 젊은 세대가 국민의당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기존 기득권 전체에 대한 반감으로 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국민의당의 압승은 더민주의 참패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차선의 선택'으로 봐야한다는 답도 여럿이었다.

광주 출신의 대학생 김모씨(26)는 "더민주당이 호남에서 의석을 많이 차지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당과 지역구 득표율이 많이 차이 나는 것은 아니다"며 "결과론적으로 국민의당의 승리지만 호남 지역에 깔린 정서는 결국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나오면서 표가 분산됐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전주 출신 회사원 장모씨(28)는 "이번 총선 결과는 '야권'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하락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라며 "그래도 새누리당은 싫은 마음이 커서 그 표가 국민의당에 간 것"이라고 했다.

전남 순천 출신 직장인 박모씨(34)는 "이번 국민의당에 투표한 사람들도 나중에 더민주당이 잘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 호남 정치인 내친 더민주당에 대한 심판…공천 실망, 비민주적 의사소통도 문제

국민의당의 압승은 결국 호남 정치인을 내친 더민주에 대한 자체 심판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고모씨(32)는 "호남홀대론의 실체는 더민주당에서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호남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홀대를 말하는 것"이라며 "국민의당이 상처받은 호남 정서를 읽고 그들을 거둬들여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낸 것이라고 본다. 호남은 국민의당, 안 대표를 지지한 게 아니라 더민주당을 심판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권별로 정책을 연구하는 게 내 일이었다. 노무현 정권만큼 호남을 챙긴 사람은 없다. 정책의 우선순위나 인사의 우선순위를 봐도 실질적으로 호남에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 호남은 항상 앞에 있었다고 본다"라며 "다시 말하지만 이번 호남의 표심은 더민주당이 '호남 정치인'을 내친 것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출신 대학생 김모씨(21·여)는 "문 전 대표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영입한 것에 대해서 많이 실망했고, 당이 호남에 보내는 메시지인 공천에서 많은 사람이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천에서 호남을 표밭이라 생각하는 더민주당의 무심함이 돋보였다. 후보들에 대한 자질과 인성에 대한 꼼꼼한 평가 없이 공천했다. 이러한 상황이 더민주에 대한 피로감과 분노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김종인 대표의 과거 국보위 전력에 대한 자연스러운 거부감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또한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보여준 비민주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그나마 남아있는 더민주당 지지자들을 떠나게 한 것"이라고 했다.
  
◇ 국민의당 '호남홀대론' 역이용해 성공…"국민의당, 호남을 인질로 잡고 있어"

광주 출신 직장인 김모씨(34)는 "국가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을 먼저 생각해야지 호남 친화적인 정부가 들어서서 호남에만 먼저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옳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전제한 뒤 "아무래도 호남 민심은 그동안의 감정이 쌓여 실망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호남에서는 홀대론이라는 프레임이 먹힌다. 실체가 없음에도 총선 기간 재생산됐다"라며 "(이로 인해)호남이 스스로 새로운 인물을 원한다면서 실수 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국민의당 당선인 대부분은 더민주당의 구태 정치인들이 당명만 바꾸고 나와서 그대로 당선된 경우도 많다"고 했다.

김씨는 "총선 날 제사를 지내러 고향에 다녀왔는데 집안 어른들은 (호남홀대론에 반발해)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더민주당 구태 의원들이 당적만 옮긴 것인데 뭐가 다르냐'고 반문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선된 천정배, 김동철 등 광주 국민의당 당선인들이 14일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2016.4.1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그러면서 "국민의당 생각대로 3당이 있으면 좋지만 그에따라 거대 여당을 상대하는 것이 되레 힘들어질 수 있다. 물론 국민의당이 잘하면 여당의 힘을 약하게 만들 수 있으나 국민의당 측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지 않다"라며 "국민의당의 존재가 지금 야권에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국민의당에서 호남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국민의당'… "호소력 있었다" 기대감도

국민의당에 기대감을 거는 민심도 읽을 수 있었다. 광주 출신 취업준비생 최모씨(28·여)는 "원래 더민주당 지지자였지만 이번 총선에는 국민의당을 찍었다"며 "더민주당이 싫었던 것은 아니고, '제3당'이라는 국민의당의 선전이 호소력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씨(32)도 "그동안 호남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기호 2번'만을 찍었는데 이는 우리의 부모 세대들로부터 받은 영향이 크다"며 "이번 총선에선 국민의당이 등장,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젊은 세대는 우리의 의지대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전주 출신 은행원 윤씨는 "이번 총선에서 사람들은 인물을 보고 투표하기보단 정당 투표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 호남 민심은 더민주당이 호남을 대변하지 못 한다고 판단하고, 국민의당이 호남을 대변하는 당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 "국민의당, 상처받은 민심 잘 보듬어야…못하면 더 큰 역풍"

여수 출신 직장인 김씨는 "결국 기존 더민주당 출신의 국민의당 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다가오는 대선과 다음 총선 때는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에 기회를 준 것이다. 상처받은 호남 민심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결국 호남 민심은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광주 출신 대학생 김씨(여)는 "국민의당 역시 호남의 성공에 대해서 호남의 민심이 국민의당으로 돌아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차악인 국민의당을 선택했다는 사람도 많고, 득표율 차이도 크지 않았다. 또한 여전히 호남의 많은 사람들이 안 대표의 정치행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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仲尼再生 " 夜 의  走筆  " 취임사

 

저를 아크로 주필로 추천하시는 회원여러분의 글을 읽고, 오늘 본인은 본인의 향후 거취를 놓고 깊이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끝없이 되뇌며, 다수 회원의 요청대로 아크로 "밤의 주필" 직을 기꺼이 수락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일신의 안녕 만을 위한다면 봉급 한 푼 못 받는 이 명예직을 수락할 수 없었겠지만, 이미 공인 아닌 공인이 된 몸으로서 이 위기의 시대에 역사가 제 어깨에 지운 이 짐을 떠맡기로, 본인은 이 아름다운 밤 위대한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