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대선 당시를 돌이켜보자. 호남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문재인에게 압도적인 투표를 했다. 그리고 호남이 더 이상 친노들의 숙주 역할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하찮은 표셔틀쯤으로 여기는 자들을 응징해주기를 바랐던 사람들 중의 많은 수가 호남의 그런 선택에 실망하고 나아가 악담을 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당시 나는 그 분들과 가볍게 투닥거린 적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호남의 선택은 존중해야한다는게 나의 주장이었다. 물론 문재인에게 몰표를 던진 호남의 집단적인 결정에 따라 우리도 문재인을 지지해야한다는 식의 대중추수적인 단순한 의미는 아니었다. 그런 결정을 강요당할 수 밖에 없는 호남의 현실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없이 그저 호남은 친노들에게 더 당해봐야 정신차린다는 식의 비난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분별없는 판단이자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나고, 나같은 난닝구들의 바램(?)대로 호남은 친노들을 응징하는 선택을 했다. 국민의당이라는 대안이 등장하자, 미뤄왔던 숙제를 한 것이다. 결국 2012년 호남의 실망스러운 선택은 친노들의 패악질을 몰라서도 아니고 숙주노릇이 좋아서 그랬던 것도 아니고 그저 대안이 없어서 그랬을 따름이었다. 나는 이번 총선 결과를 접하면서 지난 대선 당시 호남의 선택을 거칠게 비난했던 분들이 사과를 하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아직 그런 분들은 없다. 혹시 깨시들이 호남을 새누리당을 치기 위한 수단쯤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그 분들 역시 호남을 친노들을 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본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할 지점이다.


더불어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많은 분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다들 호남의 변화에 대해 갖가지 해석들을 하며 어떤 이들은 기뻐하고 어떤 이들은 호남개새끼론을 외치며 비난하는데, 막상 호남은 크게 변한게 없다는 사실이다. 더민당과 국민의당 지지율을 합하면 여전히 90%에 육박하고 새누리당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즉 '반새누리 야당몰표' 라는 기본 패턴은 한치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호남이 극적인 정치적 변신을 한것처럼 호들갑 떠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고, 호남이 더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자 마치 반새누리당 대열에서 이탈해 배신을 때린 것처럼 거품무는 정신병자들의 헛소리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러나 2012년과 2016년 호남의 선택이 마냥 똑같은 것은 아니고 분명 변한 것이 있다. 그것은 호남이 드디어 가치보다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익과 가치는 늘 한몸처럼 얽혀있는 것이지만 (남녀평등은 곧 여성의 이익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라) 언제나 이익이 본질이고 가치는 이익을 구현하는 수단이자 종속명제인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호남의 이익을 구현하려면 반드시 자유 평등 인권같은 민주적 가치들이 필요하지만, 그 가치들이 저절로 호남의 이익을 구현시켜주지는 않는다. 


개발에서 소외당한 호남이 먹고사니즘때문에 자유 평등 인권을 외치게 되고 그러다 민주화의 성지가 된 것인데, 민주화의 성지라는 훈장을 지키기 위해 먹고 사는 문제를 가벼이 여기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뒤집히고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하물며 인간과 동물의 불평등에도 분노하다가 막상 지역간 불평등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정신병자들과 호남이 언제까지고 같은 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긴 이익보다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는게 진보다라는 인식을 자랑스럽게 떠드는 자들에 이르면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겠다. 


이번 총선은 호남의 이익과 민주적 가치들을 분리시켜 호남의 이익을 지역주의로 라벨링하여 배제시키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에 복무하는 가치들만 소중히 여기던 자들에 대한 호남의 응징이었음을 기억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