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베스트 프랜드들 중에 정말 이상한 친구 한 명이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은 단 하루도 하지 않은, 대학 졸업 후 4년 차에 슈퍼마켓을 하나 차린 후 지금까지 슈퍼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판단하기에 그가 '정말 이상한 친구'인 이유는, 그리고 그가 직장 생활은 단 하루도 하지 않은 이유는,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이 좌절 당했을 때' 우리가 흔히 하는 second choice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성악가의 꿈이 좌절된 후 second choice로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 그러니까 선생이나 교수를 미래에 하고 싶은 일로 진로를 바꾸었으며 그마저도 달성하기 힘든 환경이 되자 또 다른 선택인 '엔지니어의 길'을 택한 것처럼 우리는 대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을 때 대안을 마련 행동에 옮기기 마련인데 이 '정말 이상한 친구'는 그런 second choice없이 유일무이한 장래 희망만을 고집하였다.


중학교 3학년 때 그와 같은 반이 되고 친해지면서 서로 장래의 꿈을 이야기했을 때 그의 꿈은 기자였다. 그리고 그의 꿈인 기자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바뀌지 않았고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제4의 고시라는 기자 시험에 세번을 낙방하고서야 그는 그의 꿈을 포기했다. 자신의 꿈이 좌절된 후 '중소기업에라도 취업하라(뭐, 요즘은 중소기업도 못가서 난리지만 당시에는 대기업에 가지 못하는 대졸자들은 전공과목이 특별하거나 공부를 무지 안한 친구로 간주되던 시절이었다)'라는 나와 주변의 충고는 듣는듯 마는듯... 그렇게 그는 폐인의 나락으로 전락해갔다.


그리고 사회생활에 쫓기듯 몇개월을 보낸 후 만난 그는 슈퍼마켓 사장이 되어 있었다. 황당함과 함께 안타까움을 느꼈던 이유는 꿈의 좌절의 흔적인 각종 일간지와 정치/시사 관련 주간지, 월간지의 최신호들을 그의 방에서 보고 나서였다. 내 감정을 알아차렸는지 그는 턱으로 일간지들을 가리키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저거? 그냥 일상의 취미 생활이지 뭐"


1992년 대선에서 나는 투표를 포기할 생각을 했었다. 1987년과 1997년은 '당위성' 때문에 DJ에게 투표를 했지만 1992년의 나는, 물론 그 전에도 그랬지만, '양비론으로 가득찬 정치혐오자'였고 대선에서 딱히 투표할 이유도 없었고 또한 투표를 하기 위한 판단이 필요한 정보 수집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신문은 물론 TV뉴스도 보지 못할 정도로 바빴으니까.


그런데 대선 막바지에 만난 친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다음 대선에서 DJ에게 투표해라. 뭐, 나도 딱히 DJ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YS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 절단나겠더라. 여의도에서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YS의 무식은 상상을 초월해서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과연 국정운영을 할 지적 능력이 되는지 의심스럽다고 하더라"


그렇게 친구에게 설득을 당해서 나는 1992년에 DJ에게 투표를 했고................. YS는 그 무식함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성수대교 절단낸 것처럼 나라를 절단냈다.



1992년 대선 때의 일을 생각하면서 2년 후의 대선을 생각해 본다. 생각해 보면, YS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가 방미 후 귀국길에서 당시에는 신자유주의에 대하여 전혀 지식이 없었던 국내 상황과는 관계없이 - 당시 신자유주의에 대하여 국내가 얼마나 무지했느냐 하면, 한 노동연구소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되면 노동자들의 천국 시대가 될 것이다'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무지의 극치를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발표할 정도였다 - '세계화'를 주창했는데 그 '세계화'라는 것은 대통령의 철학을 국정에 반영한 것이 아닌, YS가 각종 깜짝쇼를 연출한 후 이야기했던, '놀랐제?'라는, 깜짝쇼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미래가 비극적으로 바뀌어 갔다는 것은, 그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할 체제이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YS의 무식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대통령이 되어 난 무엇을 하겠다'라는 철학은 없이 단지 '대통령이 되는 것만이 목표'인 YS....... 그 YS의 이미지가 문재인과 김무성에게 겹쳐 떠올려진다. 그리고 안철수는 경제분야에서는 이제 검증을 받을 차례다.


대통령이 되는 것이 목표인 문재인과 김무성....................... 그리고 미래학자들은 내년에 정권교체시기에 '한국에 제2 IMF가 올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한다. 어쩌면 1992년에 YS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세계석학들이 경고했던, '과거 정권들의 경제정책들의 실수를 수정하지 않으면 한국은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라는 그 때와 상황이 너무 흡사하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에게 투표했다'라는 것을 무심코 말했다가 '어떻게 호남사람이 박근혜에게 투표할 수 있느냐?'라고 주변에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고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당에 투표를 했는데 호남에서 국민의 당의 지지율이 압도적이라 '이번에는 욕은 안먹겠지?'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다음 대선에서 안철수가 나와야 하는데............. 안철수가 또 낙마할지 모르겠다'라고 염려를 하던 지인의 말을 떠올리면서... 다음 대선은 어쩌면 1992년 데쟈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안철수의 낙마는 3당 야합의 야당 버전이고 문재인과 김무성의 무철학은 YS의 그 것과 같으므로. 그리고 상황은 1992년보다 더 안좋다. 당시에 DJ와 호남은 고립되었지만 똘똘 뭉쳤는데 지금 안철수는 내부에서 흔들기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흔들기의 주범들이 호남정치 복원을 주장하던 3인방 중에 두 명인 정동영과 천정배이고 이들은 노무현 바이러스에 지독히도 감염된 중증 환자이니까.


이 두 사람에게 지독한 비판을 하고 싶지만 그래도 안철수 진영에 합류하여 국민의 당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게 했다는 것 때문에 비판하지도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지금, 국민의 당 지지자들이 가장 주력해야할 것은 '안철수 낙마론'과 그 것을 실현시키는 기폭제인 '연대론'` 차단이다. 연대론은 그 싹부터 짤라내야 한다. 그러나 흐름이 또 그렇게 간다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어쩌겠는가? 하늘의 뜻이 그러한데?


만일, 안철수가 낙마한다면 내 second choice는 당연히 김무성이다.


'김무성도 문제고 김무성이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것이 더 문제'이듯' '문재인도 문제고 문재인이 친노 진영이라서 더 문제'인 상황에서 그나마 선택할 것은 그들의 인적자원 구성 아니겠는가? 비유하자면, 새누리당이 정치적 조폭이라면 친노는 정치적 양아치인데 그나마 조폭이 양아치보다 더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