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 선거가 끝나니 여기저기 설치고 다니더군요. 그거야 당연히 그럴만합니다. 수법이 어디서 많이 보던 수법입니다. 그게 뭐냐면 잔류 비노들이 써먹은 메시지 엇갈리기 수법. 박영선 등의 지난 궤적을 보면 보수 언론에선 톤을 아주 높게 잡고 당장 탈당할 것처럼 진보 언론에선 고민을 하지만 어쩌고 저쩌고 톤을 애매하게 잡았습니다. 마

찬가지로 중앙일보에선 "안철수와 대화하겠다, 문재인 호남 참패 은퇴 약속은 그냥 봐주자" 조선일보에서는 "문재인 호남가서 참패했다, 문재인 내 말도 안 듣는 사람이다, 안철수는 헛소리 한다 이러더군요" 일단 안철수에 대한 비판보다 중요한게 문재인에 대한 발언 같습니다. 

일단 중앙일보에서 김종인은 경선은 안 받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국회의원 이름도 다 모르고, 조직도 없고 세력도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또 동시에 이 당을 정권교체까지 이끌고 싶다"는 말도 하더군요. 상식이 있다면 이 발언은 내가 당대표를 또 해야 되겠다는 말로 듣는게 맞을 겁니다. 무슨 민주정책연구원이니, 정책위의장이니 이런거 하려고 하는 말로 해석하는 것이야 말로 우스꽝스럽습니다.

전 김종인의 입장이 이해가 갑니다. 비례만 5선인 사람이 당대표 선거를 치른다는 건 말이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선거 경험이 0인데다 조직도 없으니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선거도 끝났는데 어떻게 추대를 하냐는 겁니다. 까놓고 말해 불과 몇달전 연말에 온라인 10만 당원이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이 사람들 보고 투표권 주지 말자는 소리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이해찬이 걸려있습니다. 이해찬은 당선 직후 트위터에다가 "전당대회 전에 복당한다"고 밝혔더군요. 복당을 하는거야 자기 자유지만 전당대회 전임을 명시적으로 쓴 것 자체가 의미심장합니다. 이것도 이해찬이 복당해서 전당대회 사회자 하려고 그런 것이다.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아니 뭐 갑자기 사회자 마이크 잡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가능성은 매우 떨어집니다. 저 말은 누가 들어더 당권에 관심이 있는 걸로 읽는게 맞을 겁니다.


문제는 이해찬과 김종인이 전당대회에 붙는 상황 자체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문재인 입장에서 그렇습니다. 억지로 뭉개고 있지만 여전히 호남 참패시 정계은퇴 약속을 뭉개고 있는 것으로 공격을 받는 차에 전당대회에 친문계 의원이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이 됩니다. 당대표 캠프에 친문계 의원이 참여한다면 누가 전당대회에 불개입하겠다는 문재인의 주장을 믿어주겠습니까. 그 즉시 상대측은 문심, 문재인의 리모콘 정치라고 할테고, 아주 복잡해집니다.

게다가 이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김종인은 반복적으로 다 망해가던 노빠당 살려주고 120석 만들었는데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할 수 없다. 더 이상 당에 남을 생각이 '추호'도 없다. 이럴게 뻔합니다. 아마 종편, 보수언론은 이때다 싶어서 역시나 쓰고 버리는 뒤통수 친노, 배신전문 친노라며 친노와 갈라선 수 많은 정치인들의 역사를 보여줄 겁니다. 여기에 이때가 싶은 이종걸, 박영선 같은 정치인들도 어떻게 모신 분인데 하늘이 무너지네 땅이 솟아나네 난리도 아닐 겁니다.


결국 어떻게 될까? 전 큰 이변이 없는 한(큰 이변이 하나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이해찬은 버려지고 김종인이 재추대나 형식적 전당대회로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오히려 후자가 될 경우 김종인이 더 많은 권력을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전당대회 룰이야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현재로서는 재추대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그 즈음되면 문재인과 노빠들은 베드로처럼 이해찬은 친노가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세번 부정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빠들이야 그럴 일 없다고 하겠지만 세상이 그런 겁니다. 김종인은 할 짓이 없어서 말년에 노욕이라는 비난, 심심하면 철새짓을 한다는 비난을 들어가면서 그 나이에 가발쓰고 온갖 쇼를 하면서 선거판을 뛰었을까요. 그렇게 그 고행(?)을 하고서 갑자기 홀연한 표정으로 난 이제 집에 간다 그러겠습니까. (그 수법을 쓴 김무성조차 더 큰 걸 원해서 그런 것 뿐입니다)

그리고 아마 여기서 50년대 후반생부터 시작되는 범86세대들의 분노는 더 커질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해당 세대들의 야권 주변인들이 김종인에 대한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 심정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선거에서 얻어걸리려면, 국보위 출신 김종인, 박근혜 정부의 정치 검사였던 조응천 같은 사람들을 앞에 내세워야 하는 지경입니다. 그러니 열받아도 어쩌겠습니까.


이해찬에 대해선 복잡하게 생각할게 없습니다. 문재인이 조금이라도 이해찬 생각이 있었다면, 후보는 내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김종인이 고집부리면 못한다고요? 아무리 최지성이 힘이 세도 이재용, 이건희에 비할 수가 없는데 그런 헛소리를 믿는 사람은 지능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정무적 판단이라는 큰 근거는 없는 무조건적인 퇴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은 열심히 나서지 않았습니다. 노빠들이야 이 말을 부정하면서 우리 문재인 님이 뒤에서는 이해찬을 구하기 위해 엄청나게 뛰어다니셨다고 하겠지만 그렇게 설치고 다녔으면 여기저기 흔적이 남아 보도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런거 없습니다. 이해찬조차 눈치가 있는지 공천탈락 이후엔 문재인에 대한 언급이 별로 보이질 않습니다. 심지어 친문계 의원들이라는 사람들도 이해찬의 공천 탈락에 대해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눈치가 있으면 알아야 할텐데, 노빠들은 알고 있을까요. 알면서 모르는 척을 할까요.






추신: 제가 말하는 큰 이변은 정말 김종인이 하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어르신이라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당을 떠나거나 조용한 국회의원으로 빠질 수도 있을 겁니다. 심지어 이해찬이 요구하는대로 복당을 받아주고 사과까지 해줄 수도 있겠지요. 세상에 신기한 일은 얼마든지 일어나니까요. 

하지만 웬만해서는 이해찬은 베드로 아니 문드로나 노드로들 앞에서 세번 부정당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