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참패를 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chasm marketing)으로 풀어본다면, '정치 시장에서 정치 소비자들의 요구 수요가 달라졌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예로, 새누리당은 '1년 전에 고위층을 포함한 다수의 탈북자들이 망명을 요청했던 사건'을 그동안 눙치고 있다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북풍을 기대하면서 전격 발표했지만 정치 시장에서의 정치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리고 4.13 총선에서의 더불어당의 의석수 제1당 등극은 전통적인 마케팅 관점인, 그러니까 '카지노에서는 콜라 등의 음료수를 제공해주고 맥도날드에서는 계산기를 사은품으로 주는 방식'을 동원한 결과였다. 이런 결과를 냉소적으로 풀어보자면, '문재인과 친노가 뛰어봐야 노무현의 봉하묘지이고 DJ의 손바닥이라는 것'이라는 것으로 더불어당의 선전 지역은 과거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지역'이었고 오히려 노무현이 그렇게 공들여 텃밭으로 가꾸었던 강원도에서 단 1석을 얻는데 그쳤다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접근하자면 '새누리당의 오만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면서도' 새로운 정치 소비를 하는 것은 또한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 새로운 정치 소비를 유보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정치적 선각수용자(Political Early Adopter)가 되기를 주저했지만 정치적 선각수용자의 결과를 보고 적극적으로 정치적 전기다수수용자(political Early Majority) 또는 하다 못해 정치적 후기다수수용자(political Late Majority)층으로 합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층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더불어당의 4.13 총선에서의 결과를, 문재인과 친노가 개혁세력이라는 것에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캐즘 마케팅으로 풀어보자면, 그들의 개혁 정책들은 현재 캐즘현상에 빠져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IT 시장에서 캐즘 현상에 빠진 기업들은 그 캐즘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되었듯, 더불어당은 지금 4.13 총선에서의 결과에 희희낙랄할 것이 아니라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4.13 총선의 결과를 캐즘 마케팅으로 풀어 대선에 대입해 보자면, 새누리당은 혁신적인 변화를 하지 않는 한, 대선 필패 국면이라는 것이고 더불어당은 캐즘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대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려면 좋건 싫건 1971년 대선 때부터의 전통으로 확립된 것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자리를 꿈꾸려면, 대선 후보들은 둘 중 하나, 그러니까 영남의 맹주임을 확인 받아야하거나 호남의 아들임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자신이 영남의 맹주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보이거나 아니면 호남의 아들로 각인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제3의 방식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1971년 대선 때부터 전통으로 자리잡은 '영남의 맹주 또는 호남의 아들' 구도를 깨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문재인과 친노가? '깨몽'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참 요긴하게 쓰인다.



 4.13 총선 이후 불거진 호남고립론에 대입해 본다면 아래의 표가 보여주듯 틀린 이야기이다. 국민의당의 인재풀 부족으로 변변한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지역에서조차 국민의당은 비례대표에서 의미있는 득표율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비례.gif



그런데 호남고립론은 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을 대입해 보면 맞는 이야기기는 하다. 호남은 자의건 타의건 이번에도 새로운 정치 수요 시장에서 가장 능동적으로 새로운 정치 상품인 안철수를 택했다는 것이다. 캐즘 마케팅으로 풀어보자면, 호남은 정치적 혁신수용자(political Innovator)인 안철수를 선택함으로서 정치적 선각수용자(political early adapter)의 역할을 함으로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런 호남고립론은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익숙한 장면이다. 사실, 그동안 진보진영에서 영남은 도외시하고 호남에게만 '왜 우리 상품을 소비하지 않느냐?'라고 들들 볶은 이유는 바로 호남은 지속적으로 정치적 선각수용자(political early adapter)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보수/우익으로 쏠린 대한민국에서 진보라는 새로운 정치 상품을 소비할 지역은 호남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4.13 총선에서 호남은 이번에도 정치적 선각수용자(political early adapter)의 역할을 자임했다. 그리고 이런 호남의 정치적 선각수용자 역할이 다수의 정치적 전기다수수용자(Political Early Majority)(또는 정치적 실용주의자(Political Pragmatist)) 층을 만들어내서 정권을 창출해낼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안철수와 국민의당에게 달려있다.


정권을 창출한다면 '호남고립론은 개도 안물어가는 우스운 이야기'가 될 것이고 정권 창출에 실패한다면, 호남고립론이라는 틀린 주장은 정치 시장에서 정설로 굳혀질 것이다. 많은 '틀린 이야기가 한국 정치 시장에서는 정설로 굳혀진 것'처럼 말이다.


어느 쪽이든, 4.13 총선에서 호남은 상당히 리스크가 큰 선택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는 이 호남의 리스크가 큰 선택이 매우 유쾌, 상쾌 그리고 통쾌하다. 정말, 오랜만에 정치 사이트에서 죽돌이 역할을 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덧글) 위에 언급된 용어들은 제프리 모어의 캐즘 마케팅에서 언급되는 용어들이며 그 용어들 앞에 political이라는 표현을 덧붙여서 캐즘마케팅을 정치적으로 변환하여 설명한 것이다. 혼동하지 마시기를.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