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 때 아크로서 열혈 안철수 지지자로 활동했었던 꼬륵이라고 합니다. 안철수로 인해서 처음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가, 결국 정치에 회의감을 느끼고, 잠시 거리를 두었었는데요. 다시 이번 총선을 통해서 희망을 보았고,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아크로에 방문하여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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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가 대선후보 사퇴를 선언하고, 그 다음 방향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안철수가 호남과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고, 민주당 내부의 비노를 모두 흡수하고, 새누리당의 합리적인 보수 세력을 흡수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모르는 안철수에겐 사실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소설같은 이야기였죠. 정치에 뛰어든지 1년도 안 된 안철수가... 무슨 수로 민주당 내부의 비노를 설득하고 흡수할 것이며, 제3의 정당을 만들 수 있겠느냐 하는 게 다수의 생각이었죠. 그 당시 안철수 열혈 지지자들은 혹시나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할 정도로 현실 감각이 없었다고 봅니다.  

 대선이 끝난 후의 상황은 안철수의 초창기 안풍도 많이 꺼진 상태였고, 내부에서도 안철수와 결별을 선언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안철수도 아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감도 잡지 못 하는 막막한 상황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에 압승을 거두고, 정당을 만들겠다는 막연한 시도를 하지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안철수는 문제의식만 갖고 있었을 뿐, 뚜렷한 해법이나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봅니다. 그 당시를 떠올려보면... 윤여준, 금태섭, 송호창 등이 안철수의 최측근으로 활약했고, 최장집까지 모셔오는 쾌거를 달성하죠. 최장집은 정의당과 연결시켜, 노동자를 위한 정당으로 만들고 싶어했으나, 이것이 좌절되고 떠나기도 했지만요. 


 그런데 창당 과정을 진행 중에 갑자기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언합니다. 경쟁력있는 인물을 영입하는데 한계를 느낀 상황에서, 마침 김한길이 손을 내밀었얼죠. 안철수는 김한길을 민주당 내부에서 개혁을 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동지라고 판단하고, 민주당 내부에서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민주당 안에서 개혁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보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야권 분열로 인한 완패에 대한 부담/책임감 역시 컸을테고요.  

 그렇게 급조하여 통합하고, 지방선거를 치릅니다. 결과는 평타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바로 이어진 보궐선거에서 성과를 내지 못 하고, 공동대표에서 물러납니다. 사실 체질 개선을 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촉박한 시간이었죠. 그렇게 박영선이 임시로 비대위를 맡고, 문재인이 당대표가 되어 혁신과 총선을 맡게 되는데요. 

  그 당시 민주당의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기에 정말 고강도 개혁/혁신으로 국민들에게 확 달라진 걸 보여줘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혁신위가 구성되고, 혁신작업이 끝나갈 무렵에도 지지율은 정체상태로 여전히 반토막 상태에 머무릅니다. 이 시점에서 안철수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현재 상태로는 총선에서 어렵다고 말이죠. 국민들에게 확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주기엔 미흡하다며, 현재 상태를 반전시킬 카드로 혁신전당대회를 제안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죠. 문재인과 그 측근은 현재 민주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이지만, 이대로 진행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안철수의 제안은 아예 논의할 가치도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거절합니다. 그렇게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자신이 민주당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고,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불가능하단 걸 깨닫고, 자신의 세력을 만들겠다고, 유능한 수권 가능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탈당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만 하더라도 안철수의 지지율이 최저점을 찍은 상태였기에, 안철수가 그저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평가절하했고, 안철수가 탈당해서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서 였는지, 각종 평론가들의 조롱이 이어졌습니다. 5%도 안 되는 거품 안철수로 평가절하 당했었죠.  


그런데 탈당 후에 갑자기 선거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새누리당의 반토막 지지율이었던 야권이, 안철수가 탈당하면서 야권이 총 합이 새누리당을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죠. 심지어 민주당의 지지율과 박빙으로 나오기도 했고요. 


 그렇게 안철수가 여전히 건재함을 드러내고, 민주당의 김한길 같은 비노 중진들을 데려오는데 성공합니다. 거기에 합리적 보수로 알려졌으나 안철수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해오던 윤여준과 이상돈을 영입하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안철수의 호남 영향력을 견제해온 박지원, 천정배, 심지어 매우 진보적인 정동영까지 영입하는데 성공합니다. 물론 과거에 함께 했던 김성식, 박선숙 등을 다시 데려왔고요.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그저 소설에 불과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어 버린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죠. 다자대결 구도로 갔을 경우,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 하고, 새누리당에게 압도적인 의석을 준다면, 책임론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 했을 겁니다. 이에 부담을 느낀 김한길과 천정배가 공격적으로 통합/연대를 제안했음에도, 과거완 달리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패배하더라도 다자대결 구도로 갈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합니다. 여기에서 다시 연대/통합하면, 과거와 달라지는 것이 없기에,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국민에게 결과를 맡긴 것이죠. 이 과정에서 김한길은 발을 뺐고요.  

 그리고 총선에서 드디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둡니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 2배에 가까운 38석을 확보하게 뒤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됩니다. 

 호남에서 대승을 거두었고, 수도권에서도 비록 당선자는 많이 내지 못 했지만, 인물 경쟁력이 있는 지역에선 다자대결에서도 지역구 1위를 다투는 의미있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관악갑의 경우 김성식의 지지율과 정당 득표율이 소수점까지 일치한다고 했고, 그 외 인물 경쟁력이 있는 지역에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정당 득표율에서는 더민주당을 앞서기까지 합니다. 이는 인지도 높고, 경쟁력있는 인물만 있었다면, 수도권 지역구에서 큰 성과를 내는 것이 가능했다고 추측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역경과 어려움, 딜레마의 상황에서 결국엔 자기 세력을 만들면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성과를 거두었고, 전례없던 다자대결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점과, 공정성장론이란 철학/가치로 모호한 새정치를 좀 더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안철수는 대권주자로써의 잠재력과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양한 이유로 국민의당/안철수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습니다. 심지어 호남과 호남 사람을 배신자로 낙인을 찍으면서, 새누리에 몰표를 주는 대구와 똑같다고 비판하기도 하더군요. 더 나아가 이번 선거 결과가 호남색을 뺐기에 얻을 수 있던 성과라면서, 호남당 이미지를 지우고, 전국정당으로 나아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요


 김한길/천정배/박지원/정동영 등은 모두 구태세력으로 평가절하하고, 국민의당에 새인물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매도하기도 하고, 안철수가 지역주의를 악의적으로 부추기고 선동하여, 호남을 속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수도권에서 겨우 2석을 얻고, 호남에서만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한 호남지역당/호남 자민련이라고 하는 등 다양한 비판을 받는 상황이 현재 모습인데요.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에 앞서서, 전 친가와 외가 모두 수도권에만 계셨고, 호남/영남/충청에는 일체 연고가 없습니다. 부디 색안경을 끼고 보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치 경력이 오래되었다고 구태 정치인/부패 정치인이라고 단정짓는 것이야 말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능력있는 인물은 계속 밀어주고, 능력있는 신인은 키워주는 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 즉 문재인과 각을 세우는 인물들을 모두 악으로 간주하는 행태야말로 구태고 고쳐야 할 1순위가 아닐까요? 

 전 사실 노무현/문재인이 호남을 홀대했는지 여부는 잘 모릅니다. 이에 관한 자료들은 많이 찾아봤습니다. 해석에 따라서 달라지는 부분이 있기에, 전 그들의 속마음을 주제로 논쟁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암묵적으로 영남 사람들끼리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는 현상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권력을 차지하는 비중이 영남인들이 분명히 많았습니다. 영남 사람들이 모두 호남에 대한 적대의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연령이 있으신 분들은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둘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딱 이 정도입니다. 


 노무현/문재인, 새누리당이 절대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새누리가 집권한다고 국가가 망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486/운동권/친노/친문/ 그리고 그 지지자들의 가치관/방법론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안철수가 지향하는 방향이 시대정신에 더 부합한다고 볼 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후세대에게 맡기고 싶습니다. 


 대선 지지율 1위를 유지하는 문재인을 굳이 깎아내리고 싶지도 않고,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을 악으로 규정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제 주변에서 문재인을 지지하지만, 참 좋은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신들은 선이고, 상대를 모두 악으로 규정하는 지지자들은 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분법적 사고는 일제강점기나 독재시대에나 유효했다고 생각합니다. daum이나 오유 같은 사이트에서 문재인이 선이고, 상대는 악으로 규정하고 무차별 공격하는 현상들이 자주 목격는데, 더민주당/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너무 암울하거든요. 

 비록 가치관/방법론이 다르더라도, 합의에 이르면 좋겠지만, 합의하지 못 하더라도,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서로의 생각 차이를 분명히 하는 정도로만 성숙해진다면, 좀 더 나은 미래가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가 저를 포함한 모든 지지자들에게 큰 자극이 되고,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