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조사 결과를 보면서 제가 처음 느낀 기분은 안도감이었습니다.


저 자신이 새누리의 장기 집권에 대해 경기를 일으킬만큼 끔찍하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과는 별개로 정파적인 입장으로만 볼때도 제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적어도 제 주변을 볼 때) 새누리 골수 지지자로 보이는 인물들을 제외하면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독선에 대한 짜증과 분노가 거의 끓어오르다시피 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는데,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야권 분열로 새누리가 또다시 대승한다면 국민의당이 과연 그 후과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망해가는 집단이 대게 그렇듯이 야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패권을 가진 세력에 기대는 약육강식의 질서가 형성될테고, 인터넷 개떼러쉬라는 실질적인 무력을 가진 문재인과 그 패거리가 더욱 발악적으로 날뛰다 야권 전체가 고사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지요.


게다가 설령 야권이 완전 폭망해서 문재인이 나가리 되더라도 그건 그거대로 희망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할 얘기가 매우 많았지만 그런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냥 침묵하고 있었던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의외로(어쩌면 당연하게도)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제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더민당이나 국민의당, 심지어는 정의당 지지자들까지 해피한 순간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번 총선에서 정치권은 누가 더 심하게 삽질을 하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특히 야권, 더민당 같은 경우 이길 자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무원칙과 미봉책으로 일관하고도 큰 성과를 냈습니다.


깨시들이라면 당대표 경선 며칠 전 자행된 룰변경, 문재인의 각종 책임 회피를 위한 김상곤이니 조국이니 하는 인물들을 끌어들인 소위 혁신위니 비대위니 하는 것들이 보여준 불통과 이중 잣대, 그리고 김종인 체제에서 나타났던 수많은 문제들(결국 문재인의 정치라는 것은 변칙의 일상화와 밀실, 측근 정치의 정례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을 전혀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우기며 일방적인 찬사로 대충 뭉게고 넘어가다 큰 사고를 칠 것이 너무 뻔해보이는지라 전혀 희망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새누리가 이번 패배를 바탕으로 전면적인 혁신을 단행해서 대선에서 승리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