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0대 총선 투표가 한창이네요. 이 시간 현재 투표율이 50% 정도 되는 모양인데 저는 아직 투표 안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꺼이 투표를 하고 싶은 후보가 없네요. 억지로 투표를 하는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아 망설이고 있습니다. 예전에 오세훈이 서울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반대 투표를 강행했을 때, 야권에서 투표기권을 독려하면서 '기권도 권리다'고 주장한 바 있으니, 굳이 투표를 할 이유도 없는 것이죠. 마음에 드는 후보도 없는데 억지춘향격으로 투표를 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저는 기권할 생각입니다.


이제 약 두시간이 지나면 투표가 끝나고 언론사의 출구조사를 통해 대략 윤곽이 드러나겠지요. 언론사 출구조사가 결과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지만 대략의 윤곽은 파악할 수 있으니 투표가 끝나는 6시 이후에 20대 총선의 결과가 나타나겠지요.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관심은 역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몇 석을 차지할 것인지가 가장 궁금한 점인데 국민의당 주장대로 호남에서 20석 이상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둘지가 관심입니다. 친노패권에 憤氣撑天한 일부 호남인들의 뜨거운 열망을 안고 창당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압승을 거두고 호남의 새로운 패권 세력으로 등장한다면 야권의 정치지형은 그야말로 桑田碧海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국민의당이 호남의 패권을 쥐고 야권에서 더민주당과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정치판이 꽤나 다이내믹할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 야당의 선명성 경쟁으로 혼란스러울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국민의당 지지자들과 더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상호 적개심을 바탕으로 격렬한 권력투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의원직 숫자로야 더민주당이 우세하겠지만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집중력과 결집력에 있어서는 국민의당이 앞설 것으로 보여지는 바 야권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예측불허일 것입니다. 만약 국민의당이 야권의 심장인 호남에서의 확실한 우위를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면 야권의 최종 승자는 국민의당이 될 것이고, 반대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승리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의미있는 득표를 하지 못한다면 진보진영 내에서 '야권분열 세력'이나 '지역주의 세력'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호남당'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곧 위기에 봉착할 것입니다.


제 생각에 국민의당이 정치권에 연착륙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데 안철수와 천정배, 정동영 등 국민의당 수뇌부는 정당의 기본조건인 정체성의 일치나 이념이 동일한 것이 아니라 친노패권에 대한 분노에 기반한 吳越同舟로 보이고 선거가 끝나면 床異夢吳을 꿈꿀 것으로 보여 자중지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안철수와 천정배, 정동영, 그리고 더 보탠다면 김한길, 이들의 정치성향은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이들이 과연 원만하게 국민의당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요? 저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여집니다. 만약 안철수가 완벽한 카리스마로 당을 장악하고 정치적 능력을 발휘한다면 가능하겠지만 글쎄요...안철수가 그만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하기에는 무리죠. 안철수가 이번에 과거의 우유부단한 언행에서 換骨奪胎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이후에도 지속가능할지 의문이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합리적 진보(?)를 자처하는 안철수가 과거 '탈레반'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강경 좌파 성향인 천정배나 정동영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인지가 의심스럽습니다. 더욱이 아직은 정치적 권모술수에 익숙치 않을 안철수가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그들을 당할 수 있을까도 회의적입니다. 결국 국민의당은 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당권 투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고 지도부의 서로 다른 성향으로 볼 때 상당한 불협화음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긴 새누리당이나 더민주당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겠지만 제 생각에는 국민의당이 더 심각한 내홍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또 국민의당 불안요소의 하나는 확실한 대권주자가 없다는 점이죠. 물론 안철수가 대권주자의 한 명이기는 하나 안철수는 국민의당 창당으로 진보진영 내에서 상당히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입니다. 차기 대선에 안철수가 출마한다고 해도 더민주 지지자들로부터 비토를 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친노를 비롯한 더민주 지지자들 사이에서 안철수에 대한 적개심이 대단하더만요. 정동영이 엊그제 말하기를 지난 17대 대선에서 친노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대신 MB를 지지했다면서 분개하던데 안철수의 출마는 지금의 분위기로 봐서는 정동영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천정배가 대선 후보가 되는 것도 상상하기 쉽지 않고 정동영은 더욱 그렇구요(일각에서는 동교동계가 정동영을 다시 대선 후보로 내세울려고 한다는 풍문이 있는 모양입니다만 가능성이 희박한 얘기죠). 국민의당을 지지한 일부 호남인들은 '까지것 정권을 못잡으면 어떠냐'는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정당은 정권의 획득이 주 목적인데 정권 창출에 의지가 없는 정당이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정당 역사에 그런 정당이 존재했습니까? 아니할말로 군소정당인 정의당도 정권을 잡겠다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는데 정권을 안 잡겠다니 말이 안 되죠. 결국 국민의당도 정권을 힉득할 가능성이 있어야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인데 확실한 대권주자가 없다는 것은 상당한 불안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제(12일) 김종인은 국민의당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제3당은 성공하지 못한다. 정당사 역사가 그렇듯, 제3당은 태어났다가 슬그머니 여당에 흡수되는 게 운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당"이라고 매도했습니다. 국민의당 때문에 선거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개인적으로도 더민주당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독한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국민의당이 여당에 흡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물론 예전에 어떤 진보적 정치인이 안철수를 두고 "새누리당에 가야할 사람"이라고 한 적도 있고 김경재나 한화갑처럼 여당으로 간 사람이 있기는 하나 천정배와 정동영이 새누리당으로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김종인의 얘기처럼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제 3당이 비교적 장기간 존속한 경우는 자민련이 거의 유일합니다(자민련도 결국 여당에 흡수됐죠). 결국 국민의당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실히 증명하지 못하고 대권창출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붕괴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국민의당이 단순한 '호남정치의 복원'이나 외치면서 호남패권의 장악에 희희낙락하는것이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의 주도권을 획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입니다만 그게 지금 분위기로는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니 국민의당의 고민이 깊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워낙 변화무쌍하고 흔히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하니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죠. 어쨌든 선거는 끝났고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어떤 길을 걸을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