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739149.html?_fr=mt1

일단 김의겸이 포문을 열었습니다. 제목도 죽여줍니다.

"문재인은 끝내 호남판 ‘사도세자’가 되는가"

다만 그 동안은 대책없이 문재인을 빨던 김의겸이 오늘만큼은 마지막 추진을 위해 알리바이를 깔았습니다. 그것은 이미 폐품이 된 유시민. 유시민의 김대중 비토론을 비난하면서 슬쩍 문재인을 문대중으로 만드는군요.


"20년 전쯤 서른여덟 살 유시민이 낸 책 한 권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97대선 게임의 법칙>이다. 거칠게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비호남 유권자들이 지닌 ‘반 김대중 정서’ 때문에 김대중(DJ) 총재는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DJ가 넘을 수 없는 ‘마의 벽’이 있다. 그러니 제3의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읽고 나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DJ 말고 도대체 누가 있는가, 왜 가장 앞서 있는 대선 후보를 내팽개치려는 건가, 조순 서울시장을 제3의 후보로 생각하나 본데 대선 후보를 그리 뚝딱 만들어낼 수 있나 하는 의문이다. 둘째는 DJ에 대한 호남인들의 절절한 한에 냉정한 현실 논리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감정선을 건드리면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통하지 않는 법이다. 아마도 그때 적잖은 호남인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듯하다. 유시민이 이후 정치 인생에서 과도하게 몰매를 맞은 건 이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김의겸이 그냥 김의겸이 아닙니다. 그럼데고 불구하고 유시민이 과도하게 몰매를 맞았다고 유시민을 이용한 댓가를 또 지면상의 사과로 끝맺는군요.


"며칠 전 전남의 한 단체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큰일입니다. 문재인 이야기만 나오면 광주 전남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가 안 됩니다. ‘문재인은 안 돼’라는 한마디에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와 통화를 하며 ‘문재인은 안 돼’라는 말이 20년 전 유시민이 말했던 ‘김대중으로는 안 돼’와 자꾸만 겹쳐 들렸다."

문재인=김대중. 이른바 문대중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김의겸 아직 50대 초중반일텐데 벌써 환청이 들리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문재인의 종아리를 치는 회초리에는 감정이 묻어 있다고 느껴진다. 호남이 그토록 밀어줬으면 고마운 줄을 알아야지 필요할 때만 표 달라고 손 벌리지 언제 한번 호남을 존중한 적이 있느냐는 서운함 말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게 자연의 섭리다. 친구가 원수 되는 법이고, 살갑던 연인일수록 살벌한 복수극이 펼쳐진다. 이른바 근친증오(近親憎惡), 근린증오(近隣憎惡)다."

김의겸 曰 "호남은 지금 패륜부모다" 이 단락은 간단해서 좋습니다.


"어쩌면 영조의 마음도 그렇지 않았을까? 영조는 자신이 무수리의 자식이라 업신여김을 받았지만 아들 사도세자만은 제왕의 기품을 지니기를 바랐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지고 끝내 분노로 치달아 아들을 뒤주에 가두고 말았다. 그래도 영조는 총명한 세손이 있었기에 끝내 뒤주 문을 열어주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호남이 그만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처지인가 싶다. 내년 대선도 구도 면에서는 야당이 여당에 상대가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지역, 세대, 이념 뭘 따져 봐도 불리하다. 그래도 인물들의 면면이 여당에 밀리지 않는다는 게 유일한 자산이다. 되도록 많은 후보들을 보유하고 서로 경쟁을 시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후보를 키우는 게 활로다. 그런데 이래서 쳐내고 저래서 쳐내면 그마저도 다 까먹게 된다."

김의겸 曰 "고향이 왜관인 호남인 나 김의겸 말을 듣고 주제파악을 하거라" 이것도 간단하고 간명해서 좋습니다.




김의겸이 예의 대책없는 글을 썼다면 그나마 머리를 굴리는 성한용은 저것보다는 조금 더 신경을 썼습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739011.html


"당시 호남 지식인들 사이에 현실 타협론은, 영남 사람인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려는 ‘비겁하고 얄팍한 술수’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었습니다. 현실 타협론으로는 수십년 동안 자행된 호남차별을 극복할 수 없다고 저항했습니다.

호남 지식인들의 이런 비판은 2년 뒤 사실로 입증됐습니다. 김영삼은 1990년 3당합당으로 민주화세력을 배신하고 영남 중심의 기득권 연합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호남 지식인들의 논리가 어쩌면 지금 천정배 의원이 내세우고 있는 ‘호남정치 복원’ 주장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그 논쟁에 끼어들지는 않겠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 논쟁이 논리적으로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은 그른 ‘철학적 논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호남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에 의해 옳고 그름이 판가름날 ‘정치적 논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의겸과는 달리 1987년의 사례로 나름 입증된 부분도 있다며 무자정 달려들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웬일로 철학적 논쟁이 아니라 선택으로 결정될 일이라며 한자락 깔아두기도 합니다. 대책없는 김의겸과 달리 머리를 조금 쓰는 성한용의 전형적인 테크닉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러나 역시 내가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라는 말 처럼 성한용도 이런 본색으로 끝을 맺습니다.


첫째, 호남은 다른 선택의 여지를 박탈당한 채 사실상 특정정당 지지를 강요받아온 상황 자체에 진저리를 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호남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더불어민주당의 ‘영남패권주의’ 세력을 이번에는 무조건 혼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호남의 이런 선택은 결과적으로 수도권에서 야권 분열로 인한 새누리당 압승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민의당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수도권 호남향우회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돌아서는 흐름이 뚜렷이 잡히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후보를 당선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얘깁니다.

선거 결과가 실제로 이렇게 나타나면 호남과 비호남 야권의 분열이 깊은 상처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럴 경우 4·13 이후 야권통합이 과연 추진될 수 있을 것인지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 결국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보수 기득권 일당독주 체제가 들어서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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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과 김의겸이 저러고 있는 걸 보니 호남 판세가 안 좋긴 하군요. 그런데 제 생각엔 특히 김의겸이 저러면 별로 효과가 없을 듯 합니다. 뭐든지 정도가 있다고 저 정도로 발광을 하면 사람들이 외면하게 되어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김의겸, 성한용 콤비 발광쇼가 마지막(?)인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둘 다 기명칼럼을 앞으로 남은 이틀간 울궈먹는 방법이 있고, 13일 1면에 호남의 선택을 주목한다는 곽모 대기자의 칼럼을 싣는 방법, 오피니언면을 이용한 이틀간의 대침공 등 온갖 발광쇼의 가능성이 남아있습니다.

흐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