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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이나 조직생활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리더(leader)와 보스(boss)의 차이에 관한 글들을 한두번쯤  읽고 공감해 보았을 지 모르겠습니다.  링크 1,2,3

위에 링크들에도 잘 요약되어 있지만, 보통 회자되는 리더와 보스의 차이는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보스
  • 자신은 큰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고 명령하려할 뿐, 직접 나서서 일을 진행하려 하지 않는다.  
  • 잘못된 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되, 성공적인 일에 대한 공적만 챙기려고 한다.
  • 자신의 권위에 민감하며, 의전 등을 통해 대우 받기를 바란다. 
  • 호통치고 꾸짖으며, 공포감을 불어넣어 통해 팀원들을 움직이려한다.
  • 자기 사람 심기와 사내 정치에 민감하다

리더
  • 팀원들의 의견에 귀를 귀울이되, 자신이 비전을 가지고 일을 직접 추진한다.
  • 일이 안되었을때의 책임을 기꺼이 자기에게 돌리고, 성공에 대한 공적은 팀원들과 나눈다.
  • 팀원들과의 상호 신뢰와 확신을 통해 존중을 이끌어낸다. 
  • 비전을 보여주며 설득을 통해 팀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시킨다.
  • 공유되는 목표를 통해 그룹 전체의 성공을 도모한다.

직장생활, 사회생활 해본 사람이라면 대충 공감하실 겁니다. 그리고 보스 타입의 상사는 아무나 될 수 있지만, 리더 타입의 상사를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이 이야기를 굳이 꺼낸 이유는 구새정치민주연합의 두 전직대표 -- 안철수 의원와 문재인 의원 두 사람이, 이번 4.13 총선국면에서 이러한 리더와 보스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해서 입니다. 



2. 문재인 의원은 리더라기 보다는 보스였습니다.  입으로는 이번 선거가 "새누리당의 의회 독재를 막고 개헌을 저지해야 하는 중차대한 선거"라서, 이 선거에서 지는 것은 "민족에 대한 반역으로 기록"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정작 문재인 본인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본인 명목이 적합도 1위의 대선후보라면, 당연히 자기가 책임지고 그 중요하다는 선거를 이끌어야 했을겁니다. 적어도 그게 야당의 리더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대신 문재인 의원은 (그 전까지는 재보선을 비참하게 2연패 하고 나서도 꾿꾿하게 당대표 자리에 연연하던것과 코믹할 정도로 대조적으로) 선거 국면에 들어가기 직전에 무책임하게 당대표직을 사퇴해버립니다.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인 김종인씨를 데리고 와서 자기 앞에 내세웁니다. (*다른 소리지만 저는 아직도 야당 당대표 자리가 어떻게 그렇게 어이없게 '지명 승계'가 될 수 있는지 잘 이해가 안됩니다. 안철수/김한길 당대표가 사임하면서 "후임으로 박영선 의원을 임명하겠음. 비상시국이니 박수쳐서 통과시켜 주심." 이랬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겠습니까?) 

본인과 극렬 지지자들은 무슨 대단한 희생을 하는 것 처럼 포장을 했지만, 공천 잡음과 (오래전부터 예상되어 오던) 선거 패배의 책임로부터 한 발 떨어지려 한 얕은 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국회의원 불출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들이 말하는 것처럼, 민주세력이 호남에 갇히는 것을 막아야 하고 '동진'이 중요하다면, 몇석 되지도 않는 부산의 현역의원으로, 당대표로서, 대선 주자로서, 그 의석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을 것입니다. 그나마 3선 하던 조경태 의원과는 각을 세워 쫒아내서 새누리당 가게 만들고, 본인 지역구 마저도 그냥 손 놓고 포기해 버립니다.이번에 공천된 배재정 의원이 그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 유세를 벌인다거나.. 그런것도 없습니다.  그냥 그 지역구 날아가는거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는 중입니다.  (심지어 손학규 전의원도 분당을 출마 포기 한 다음 선거에 자기 후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 유세는 나갔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다른것 없습니다. 공연히 지역구 나갔다가 선거에서 떨어지면, 자기의 '대선 후보로서의 위치'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부산 의석이야 어쨌건, 야당의 영남 공략이 얼마나 중요하건 간에, 실패할 것 같은 일에 책임지고 달려들기를 회피하는 것입니다. 

그래 그렇게 열심히 책임 회피 세팅을 문재인 의원이 (김종인 셀프 비례대표 파문때 잠깐 등장해서 본인이 흑막임을 보여준 거 빼놓으면) 다시 대중들 앞에 등장한 게 언제입니까? 호남에서 국민의당의 지지세가 강해져서, 당선가능한 지역구들의 숫자가 적어졌을 떄?

아닙니다. 사실은 호남에서의 지지세를 바탕으로 안철수 의원이 전국에 지원연설을 나갈때, 사람들이 안철수를 보러 몰린다고, 대선때 분위기 같다는 이야기들이 나돌면서 였습니다. 즉,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야권 대선 후보' 프리미엄이 위협받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부터였다는 말입니다. 

문재인 의원이 광주 방문했을 때, 계란을 맞는 쇼행위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전 좀 시큰둥 했지만, 사실 그런 쇼행위가 실제로 일어났다면 어쩌면 더불어민주당이 득표율을 재고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수는 있습니다. 

문론 그런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방문한 문재인 의원의 모습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하고 그 손을 들어주는데 촛점이 맞춰지고 있지 않습니다. 외려 그런 모습을 대신, "이것봐라 호남에 내려간 문재인 의원 주변에도 이렇게 구름관중이 모인다."라는 모습을 연출하고 홍보하는 데에 초점을 더 맞추고 있었습니다. 더민당 후보들의 당락, 호남 의석 몇 석 보다는 '대권 후보'로의 문재인 의원의 위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모습에 그저 혀를 차게 되는데, 문재인 의원 호남 지지율이 아무리 10%대로 떨어진다고 한들,  호남 대도시 지역 기본 인구가 있는데 천명, 이천명 모으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작년 K리그 전북 모터스 홈경기만 해도 주중경기 포함 평균 1만 7천명씩 관중이 입장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뭐랄까, 인기가 떨어져 가는게 확연한 아이돌 그룹이 콘서트장에서 몇만이 입장했네 하면서 애써 자기 위안하면서 언론 플레이하는 모습이 연상될 지경입니다. 


3.  반면 안철수 의원이 보여준 모습은 리더의 모습과 가까웠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분명 기존 정치인들이나 한국 'K저씨'들의 전매특허 같은 "권위주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적습니다. 일단 워낙 선해 보이는 모범생 스타일인데다가, 만만해 보이는 이공계 출신에... 그러다보니 그런 모습은 곧잘 '리더쉽 부족'으로 오인되기 쉽상이었습니다. 

시작지점과 방향성이 조금씩 다른 사람들을 모아서 출범했던 국민의 당이었기에 처음엔 흔들림이 많았습니다. 국민의당을 견제하려는 기존 정치권의 공작과 언론의 집중 포화 또한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조그만 파열음도 확대 재생산 되고, 확신을 가지지 못한 멤버들은 사방에서 흔들어대고, 그렇게 커진 파열음은 다시 또 언론을 통해 다시 재생되는 일이 반복했습니다.

호남에서도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국민의당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다면서, 어려운 고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시점부터 안철수 의원의 리더십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안철수 의원이 본인의 비전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다른 부분은 타협하더라도, 국민의당 창단의 명분이자 본질인 부분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말도 안되는 이른 합당은 말할것도 없고, 단순히 야권이 야합에 의한 나눠먹기, 지분싸움일 뿐인 당대당 연대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후보간 연대에 대해서는 열어 두었습니다.) 결국 의총에서 안철수의 비전에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김한길 의원 역시 이 문제에 있어서 본인의 책임을 지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합니다.) 

그리고 안철수 대표는 이 선거 결과에 본인 스스로 책임을 질 것 임을 천명하고, 본인이 직접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에는 사실 몇가지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국민의당이 사당화가 된다며 안철수가 빠져아 된다는 의견, 안철수는 노원병에 집중해야 된다는 의견, 노원병에서 불출마하고 전국에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 등등이었습니다.  특히 국민의당이 약세인 시점에서 노원병 지역구 여론조사가 안철수 의원에게 만만치 않게 나왔던 부분도 작용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을 노원병에 묶어 두기 위한 기성 정치권 --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작전도 물론 있었습니다. 먼저 새누리당의 이준석씨 공천은 사기에 나온 손빈(손자)의 세마리 말 경주의 고사와 같은 내용 (자신의 약한말로 상대의 강한말을 상대하게 함) 입니다. 이준석씨에게는 젋은 엘리트라는 이미지와, 종편과 예능들을 통해서 얼굴이 알려졌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거물급 당중진도 아니기에 새누리 입장에서도 떨어져도 부담은 아닙니다. (게다가 심지어 이준석씨는 유승민계로 이제 분류되고 있으니...) 이는 사상구에 공천했던 손수조씨를 통해 한번 써먹었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더민당에서도 당연히 다른 후보(황창하)를 공천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황창하 후보가 당선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안철수 의원을 견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야권 연대의 지렛대로 쓸 생각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종편 등의 채널에서도 노원병을 접전구로 표현하고, 친노/친박 추종자들은 인터넷과 SNS을 떠돌면서 안철수 개인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 '안철수 낙선 하고 정계 은퇴한다 ㅋㅋㅋ'

안철수 의원은 이 어렵다면 어려운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선언합니다. 노원병 유권자들과의 약속이라며 본인 지역구 출마도 서슴치 않게 강행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전국을 돌며, 매일 매일 수개에서 수십개의 지역에 지원 유세를 벌입니다. 그리고 밤에는 인터넷 생방송으로 지지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정당 대표 TV 토론도 제안하고 언론 인터뷰에도 응합니다.

이러한 안철수 의원 본인의 불굴의 의지와 계속되는 노력이 국민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처음부터 높았던것도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안철수의 지원 유세가 인산인해를 이뤘던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본인이 리드하는, 국민의당의 계속되는 일관된 메시지가 점차적으로 유권자들에게 호응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정당지지율의 상승, 정당 비례 투표 의도의 여론조사 결과의 상승등의 지표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에 처음에 야권 연대불가를 천명한 안철수 의원에게 반신반의하던 국민의당의 출마자들과 지지자들도 안철수 의원의 리더쉽을 따라서 점차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자기 몸 살라가면서 전국을 돌면서 지원 유세를 하는 모습, 거기에 호응해주는 국민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나 안철수의원 유세 사진 모습의 대부분은 그 지역 후보자와 함께 서서 지원해 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솔직하게 이야기 해서 인물 경쟁력에서 내세울 것이 부족한 국민의당 후보자들로서는 그 시점이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시점입니다. 안철수 의원이 당공동대표로서 이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김홍걸씨를 동반하고 다니면서, '흥 나..나도 인기라면 뒤지지 않는다능..' 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치중했던 문재인 의원의 호남 순방과 가장 비교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4. 앞으로 며칠 남지 않은 선거운동 일정이 어떻게 끝날지, 그리고 제가 지지하는 국민의당의 최종 성적이 어떻게 될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이번 선거 국면을 통해,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리더쉽이 어떤 것이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반면, 문재인 의원을 자신의 좁은 한계만을 다시한번 드러내고 말았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