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는 사람과 한자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사실 나도 10여 년 전까지는 한글 전용에 대한 신념을 바꾸지 않고 있었다. 지금도 그 방향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더 이상 한자 교육을 외면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판단이다. 한자의 병기와는 별개로 적어도 한자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명분만을 내세워 한자 교육을 외면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후 세대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은 결코 실험적 관점에 의해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학생들도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의 이런 주장에 반대해 대화 상대는 '한자를 모른다고 해서 대화에 불편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마천루(磨天樓)는 요즘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지만 원래 영어의 sky scraper를 직역한 단어이다. 하늘을 부벼댈 정도로 높은 건물이라는 뜻이다.

물론 요즘은 대부분 고층건물로 통용하고 있으며 의미 전달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영어 skyscraper의 함의를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 절실하게 와 닿는 사례도 있다. 주페의 <경기병서곡>이 輕騎兵序曲이라는 것을 한자를 모르면 알기 어렵다. 그리고 이 곡의 경쾌한 다그닥다그닥 하는 음이 사실은 군마의 경쾌한 발굽 소리 묘사라는 것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모른다면 이 곡의 감상은 핵심이 빠지는 것 아닐까?

물론 영어로 Light Cavalry의 뜻을 아는 분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저 곡은 분명 <경기병 서곡>이지, Light Cavalry Overture가 아니다. 그렇다면 輕騎兵序曲의 뜻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경기병이란 중무장기병(重武裝騎兵)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중세 유럽의 기사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꺼운 갑옷과 투구로 무장하고 말에게도 상당한 갑주를 씌웠던 것에 비해 근세 들어와 가벼운 소총만 휴대한, 원래는 전투 기능이 거의 없었던 병사들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기본적인 한자를 알고 있으면 복잡한 설명 없이도 이런 전후관계의 이해가 비교적 쉽다. 물론 낡은 세대의 좁은 소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자에 대한 무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적 능력에 심각한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렇다. 그냥 낡은 세대의 기우라면 차라리 좋겠다.

https://youtu.be/7PFcwxzYz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