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잘생기고 멋지고 능력 있고 정의로운 주인공들이 현실에서 실패하고 좌절하는 것이 슬펐다.

그래서 '아름다운 것은 슬픈 것'이라는 따위 감상적인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여기기도 했다.

요즘은 잘생기고 멋진 사람들이 대개 능력도 탁월하다. 이들이 실수로 인생의 좌절과 추락에 빠질 위험도 점차 줄어든다. 과학과 시스템의 발달이 그런 불합리(?)한 결과로 가는 구멍을 최소화해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잘생기고 멋지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이기도 하다는 의견도 있다. 내 좁은 경험에 비춰봤을 때 완전히 엉터리 이야기 같지만은 않다.

어렸을 때의 그 슬픔이 이제는 보상 받았는데, 이제 더 안전하고 심지어 더 정의로운 사회인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 사회가 점점 더 무서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대는 운명과 비극이 실종된 시대이다. 운명은 확률 계산으로, 비극은 비슷비슷한 기성품 스토리텔링의 범람으로 극복되었다.

이 시대의 진짜 희귀한 자원은 벗어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을 붙잡고 씨름하는 캐릭터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민망한 민낯도 바로 여기에서 드러난다.

이걸 가장 잘 드러내는 지표가 바로 문학, 서사문학이다. 대한민국에는 문학이 없다. 문학이 없는 사회는 인문학이 없는 사회이고 다른 측면이 제아무리 발달해도 기본적으로 천박한 사회이다.

천박한 사회는 오래가지 못한다. 구성원들에게 자부심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자신들이 지켜야 할 가치가 이 사회에 있다는 사실을 설득하는 데 최종적으로는 실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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