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연히 유투부에서 고성국의 담담타타를 보다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것을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유승민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 지 알고 싶어서 본 것인데 뜻밖에 문재인과 김종인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네요.] 문재인이 비행기를 타고 사표쓰겠다고 칩거중인 김종인을 만나러 급히 서울 김종인 집까지 갔을 때 당시 문재인과 김종인의 부인과의 대화 내용이 언론에 알려졌다고 합니다. (실제 대화 동영상은 직접 못봤는데, 공개된 내용은 이렇다고 합니다.)

그여자: "다 막아준다고 약속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남자: "이해찬 빼고는 제가 다 막았지 않았습니까"

한마디로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일들이 문재인의 비호 아래에서 김종인이 벌인 짜고 치던 고스톱이었다는 것을 이 두사람의 대화에서 완연하게 들통이 난 것이죠.

잘 아시다시피 이번 공천을 통해서 결국 벌어진 일을 (대략 시간상으로) 정리해보면, 

1. 고참 (원조) 친노 몇사람, 막말 친노 몇 사람정도 해서 정도 문재인이 보기에 상왕노릇하던 껄끄러운 사람들이 아주 잘 정리되었을 뿐 실제적으로 별로 바뀐 것이 없다라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중론인 것 같습니다.

2. 다른 한편으로 중요한 것은 호남계열 범친노였던 정세균 계열이 초라하게 몰락했고, 가장 큰 대선 경쟁자에 해당하는 박원순 계도 기동민을 제외하고 대부분 잘려 나갔으며, 또한 충청권 (친안희정계) 친노들도 잘려 나갔습니다. 결국 그 자리를 꿰찬 것은 문재인이 직접 데려온 사람들과 기존 친문계이고 이제 남은 것은 껍데기만 친노의 탈은 쓴 "진친문"들만 남은 것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3. 이번 김종인 땡깡 사태의 촉발은 그 측근 중심으로 비례대표 리스트를 만들고 스스로는 2번으로 들어갔던 것 때문에 그동안 참아왔던 당외 더민주 지지자들(문성근이나 조국같은 양반들)과 당내 (고참, 원조) 친노세력들의 임계점이 넘어가면서 발생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국, 문성근 같은 사람들이 크게 반발하다가 겨우 두세 시간 만에 합심하여 갑자기 sns에서 찬성으로 선회하는 발언을 하기 시작한 것을 두고 고성국같은 정치평론가들도 그 몇시간 동안 문재인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여길 수 밖에 없다라는 식으로 말하던데, 실제로 이 의견은 요 몇일 나왔던 아크로 유저들의 생각과 그리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급기야는 문재인이 직접 비행기 타고 날라왔지요. 그러자 이제는 모든 일이 태평해졌고, 몇일 동안 분노에 차서 김종인 욕하던 야권 지지 싸이트들도 대부분 잠잠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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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좀 더 돌려서 작년 혁신안 때로 가볼까요. 도대체 그때는 무엇 때문에 싸웠을까요. 시스템 공천이다 뭐다 하면서 그렇게 애지 중지하여 마지 않던 그 혁신안 때문에 당이 쪼개진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김종인은 들어오자 마자 보란듯이 혁신안을 내팽겨 버렸습니다. 그리고, 문재인은 위에 말한 공천 관련해서 김종인이 하는 모든 일에 음양으로 지원을 해줬습니다. (이렇다면 결국 혁신안 내팽개친 당사자는 문재인 입니다.)  복기해 보면 혁신안은 중요한 것이 아닌 단순히 명분이었을 뿐이고, 결론적으로 당시 안철수를 새정련에서 나가게 등 떠밀면서 함께 비노들의 일부를 정리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혁신안으로 줄다리기 하면서 안철수와 일부 비노들이 나가기 훨씬 전부터 이미 문재인이 김종인과 삼고초려 놀이를 하던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명 바꾸면서 갑자기 보란듯이 매일 (문재인이 직접 데려 왔다라는) 인재 영입쑈를 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관련된 준비를 그 전부터 치밀하게 해왔다라고 봐야 옳습니다. 그리고 저 위의 김종인 부인과 문재인의 대화와 김종인이 더민주로 들어오기 전에 안철수에 대해서 혹평했던 것들을 고려해볼 때, 비노를 팽하는 것을 넘어선 공천을 통한 "진친문" 구축 계획이 문재인과 김종인 사이에 그때부터 이미 짜여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비례대표 리스트도 그때 이미 서로 약속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그때는 철썩같이 모든 것을 다 막아주기로 약속해놓고 이제와서 (특히 김종인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비례대표 건은 막아주지 못하냐는 서운함이 김종인 부인의 입에서 나온 것이지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이 비례대표 파동도 문재인이 직접 나서서 막아줬으니 이해찬 빼고는 다 막아줬다는 것이 맞고, 정말로 문재인이 대부분 약속을 지켜줬다라고 평하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를 종합해보면, 문재인이 정치적으로 대단히 교묘해진 것 같습니다. 물론 예전 NLL 삽질같은 것을 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이 문재인 머리에서 나왔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문재인은 그만큼 배포가 있거나 IQ가 높은 정치인은 아니고, 이렇게 빠른 시간에 갑자기 그렇게 진화가 될리도 없습니다. 아마 대부분 김종인 머리에서 나온 계획과 문재인의 요구 - 친노운동권 중에서 진친문만 남기고 정리할 것, 자신을 독보적인 대선후보로 만들어줄 것 - 가 딜이 되면서 공천안이 완성된 것이겠지요. 문재인이 이런 여우를 발굴해서 데리고 와서 잘 써먹고 있다라는 것만해도 참으로 예전보다 정치적으로 능수능란 해졌다라고 할 만 합니다. (이것은 비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칭찬입니다.) 게다가, 마지막 발표된 비례대표 리스트 내에서도 원래 김종인이 원했던 사람들은 몇명 심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친문이 더 많이 들어갔다라고 정치평론가들이 평가하는 것을 보니 이 두사람의 딜에서 문재인이 받은 이득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여우같은 점에 대해서 심히 크게 비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정치인이 무슨 성인군자가 해야할 일이라고는 생각치는 않으니 그것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접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임 소재와 지지자들의 태도에 대해서는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지금까지 야권의 심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언제나 그랬듯이 문재인은 뒤에서 뒷짐지고 앉아서 지시만 하고 그 행동과 책임은 다른 사람이 지고 있는데, 이런 정치행태에 대해서는 대단히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완료된 각 당의 공천 내용을 보면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새누리당에서는 이한구가 아니라 박근혜가 져야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당에서는 천정배가 아니라 안철수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더불어 민주당에서는 김종인이 아니라 문재인이 져야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런데, 문재인은 이번에도 (특히나 그 지지자들 사이에서) 그 책임소재의 중심에서 빠져 보이려 노력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노릇이랍니까.

둘째, 많은 (온라인 상에서 보이는) 문재인 지지자들은 이상하게도 김종인에 대한 태도가 입당 처음에는 그의 정체성은 전혀 게의치 않고 완전 대박, 환호 일색으로 대하다가 나중에는 자기들 마음에 안드니 그때부터 정체성에 대해서 잘근잘근 까대기 시작하더니 또 이제와서 다시 꿀먹은 벙어리 되는 이런 싸이클을 도는 것에 대한 그 심리상태가 일단 이해가 안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사태의 가장 중심에 있고 더민주당 공천의 알파요 오메가이자 총선에 대해서 가장 책임감이 큰 것은 문재인 본인인데, 그는 일말의 사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착한 사람일 뿐이다라고 추켜 세우는 저 지지자들의 태도가 심히 우려가 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것이라면 그 팬심 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문재인한테 팬심이 있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를 모르겠네요. 도대체 이분이 노무현처럼 정치적으로 무슨 업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희생을 한 적도 없는데 말이에요. 혹시 이 팬심의 근원에 대해서 아시는 분 있으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