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원 건으로 혼자서 떠들면서 생각해 보니, 별로 이런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제가 문제를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은 제 주장을 물리고, 순수하게 질문자의 위치에 서겠습니다.

일단 기사부터..


1,710원 얘기를 처음 한 것은,(앞서 말했듯 뭘 알아서 한 말은 아니고)안철수 건이 문제가 있다, (좀 더 소극적으로) 법적으로는 몰라도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다는 얘기들의 요지가 결국 저 기사에 나오는 한 줄, 장외거래가가 3-5만원 하는 주식을 안철수가 1,710원에 샀기 때문이라는 말로 압축이 되더군요. 

말그대로 3-5만원 하는 물건을, 누군가에게 1710원에 팔았다면, 그건 손해를 아주 크게 보는 장사를 한 거죠. 내가 내 돈으로 그 짓을 했다면 나혼자 손해본 것으로 끝이지만, 내가 남의 돈으로 그 짓을 했다면 내게 일시킨 주인에게 손해를 끼친 거죠. 내가 책임을 피할 수가 없게 되는 문제고..

사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서 사후적으로 논리를 구성해 본 것인데, 장사와 주식은 셈법 자체가 다르겠죠. 그래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가 궁금하다는 겁니다.

사실 제가 한 말은, 3-5만원 하는 주식을 1,710원에 사는 일이 주식시장안에서 벌어지게 되는 경로를, 제 나름으로 추측해서 써본 겁니다. 이 생각의 모티브는, 실제 물건을 살 때 우리가 겪는 흔한 경험에서 따온 거구요.

내가 옷을 한벌 산다고 칩시다. 똑같은 옷이라도 어디서 샀는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동네 개똥이가 입고 있는 옷이 좋아보여서 시장가서 똑같은 옷을 구입했는데, 나는 10만원을 줬습니다. 하루는 개똥이와 똑같은 옷을 입고 만났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모습에 키득거리다가 야, 넌 얼마줬냐?고 물으니 개똥이는 똑같은 옷을 8만원 주고 샀답니다. 젠장..비싸게 주고 샀네..

근데 지나가던 명수가 똑같은 옷을 입고 나타납니다. 넌 얼마줬냐고 물으니 명수는 건너동네 시장에서 15만원 주고 샀답니다. 그래, 내가 명수보다는 낫구만..

이런 상황이 왜 벌어지는 겁니까? 또 이런 상황에서 더 싸게 옷을 사려면 어떻해야 하는 겁니까? 딴 거 없고 열심히 발품을 팔면 됩니다. 물론 발품파는 일 자체가 비용이죠. 집앞에서 편하게 10만원 주고 사면 될 것을, 좀 더 싸게 사겠다고 이 동네 저 동네 힘들게 돌아다녀야 하니까요. 리어카에서, 시장안에서, 혹은 백화점에서 이 옷이 제각각 얼마에 파는가를 일일이 다 물어보고 다녀야 합니다. 그중에 가장 싸게 파는 곳을 골라서 그 옷을 사는 거죠. 그래도 내가 안가본 다른 곳에서는 더 싸게 팔 가능성이 항상 존재합니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합니까? 내가 한군데 더 돌아댕기며 가격확인하는 것 보다 차라리 지금까지 둘러본 곳 중에서 사는 게 더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 까지..곧 더이상의 비용지출이 내게 편익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죠.

근데 대개는 이런 비용 지출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비용지출이 손해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내가 하루 날잡아 발품을 팔았고 그 옷을 6만원에 샀다고 칩시다. 개똥이 앞에서 내가 2만원 더 싸게 주고 샀다고 자랑해봐야 내가 발품을 판 그 날 개똥이는 노가다를 뗘서 6만 3천원을 벌었습니다. 결국은 내가 더 크게 손해를 본 거죠. 그래서 모두들 가까운 집앞에서 편하게 삽니다. 결국 보이지 않는 손이 제기능을 못한다는 이유로, 가격이 천차만별이 된 거죠..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물건이 나타났습니다. 최저가 검색이라는 게 가능하게 되었죠. 이제 그 옷을 가격검색만 하면 전국에서 가장 싸게 파는 곳을 금방 찾아낼 수 있습니다. 누구든 최저가로 그 옷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된 거죠. 그러므로 옷의 가격은 그 최저가를 향해 점점 수렴되어 갑니다. 그 최저가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균형가격이니까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제기능을 하기 때문에 판매자들은 점점 그 균형가격에 옷값을 맞출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러지 않으면 장사 망하니까..

제가 상장 이전의 장외시장 거래와 상장 이후의 장내시장 거래를 구분해 본 것은, 위의 비유에 따르면 인터넷 최저가 검색이 가능하기 이전과 이후의 상황을 구분한 것과 같습니다. 상장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거래소 시장에서 매매가 이뤄지죠. 공신력 있는 기관인 한국거래소가 주식의 가격과 시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줍니다. 거래 과정도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에 더할나위 없이 빠르고 투명합니다. 대신 수요와 공급이 직접 만나는 일이 없고, 당연히 회사가 발행한 실물 주권을 구경할 일도 없어졌죠. 

하지만 장외거래가 주도하던 시절에는 사정이 달랐다고 들었습니다. 증권사가 중간에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사채시장에서 거래자 끼리 직접 만나 그 실물 주권을 사고 파는 경우도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투자금이 절실한 벤쳐회사 관계자들이 주권을 발행해서 사채시장을 기웃거렸다고 하더군요. 그와중에 전망있는 회사의 좋은 주식을 싼 가격에 산다던지, 혹은 허접한 회사의 주식을 비싸게 주고 산다던지 하는..거래과정에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주식의 가격이 일정하게 공시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수요자와 공급자의 의사타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겠죠. 마치 저와 개똥이와 명수가 옷 값을 제각각 지불하게 된 그 상황에서 처럼..

앞서의 기사에서 나오는, 장외거래가가 3-5만원인데 안철수는 그 주식을 1,710원에 샀다는 얘기가, 저는 바로 위의 경우와 겹쳐서 들리더군요. 

그래, 거래소 시장을 통해 주가가 실시간으로 공시되지 않는 이상, 그 주가를 처음부터 고정된 가격으로 이해할 수는 없겠지. 주식의 적정가치를 회계사들이 어림으로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토지의 감정가격과 실거래가가 언제나 다른 것 처럼, 주가 역시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적정가격으로 평가된 그것과 얼마든지 다를 수가 있는 거고. 물론 상장 이후에도 주가의 적정가치와 시장가격은 괴리가 발생하지만, 그 시장가격은 적정가치가 기준이 되어 그 주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전망이 개입하여 형성된 정당한 가격이고, 일단 시장가격이 형성된 이후로는 그 자체가 거래의 지표가 되어 거품 논란 역시 시장가격의 적정성 수준에서 발생하지만.. 

장외시장은 애초에 적정가치와 시장가격 자체를 연결할 수 있는 매개가 불투명하여, 가격괴리의 리스크가 다른 차원에서 발생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1710원 하는 주식이 장외거래에서 3-5만원으로 거래되는 희안한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닐까? 정부가 자꾸 장외거래 보다 거래소 시장을 이용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것 역시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라는 의미 외에도, 이러한 리스크를 제거한 제도권 시장에서 보다 안전하게 거래를 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근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무상증자+액면분할을 하여 1,710원이 된 것 뿐인데, 이 가격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말이 안되는 소리긴 하죠. 위에 전제를 깔지 않는 이상..

그래서 저도 강하게 주장은 했지만, 제가 그렇게 맞는 말 하고 있다는 확신에서 한 소리는 아니고, 이거 달리 이해할 수 있는 방도가 없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얘기 한 거거든요..혹시 제가 생각하는 과정 중에 거대한 삑싸리를 내게 된 징후나 단계가 보이면 과감없이 지적질을 해주셨으면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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