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에 대해 찾아보던 중, 이런 뉴스를 봤다. 

 안희정, "언젠가는 민노당과 통합논의 해야 할 것"

 그러니까 서민과 중산층은 곧 노동자이고, 전세계의 모든 민주당계 정당(혹은 리버럴 정당)들이 노동조합을 지지기반의 한 축으로 가지고 있으니, 한국 민주당도 노동자들, 즉 민노총의 지지를 얻기 위해 민노당과 합당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 읽은 순간, 내 입에서는 다음과 같은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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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左희정이야 "JP도 30대에 집권당 사무총장했는데 나는 왜 못해", "박통은 탱크몰고 한강을 넘었지만 우리는 노사모몰고 한강을 넘었다" 등의 뻘소리로 이미 전설이 되었다만. 여기선 왜 左희정의 소리가 X친 소리인지 양파껍질 까듯 하나하나 까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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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사모를 이끌고 한강을 건넜다>

일단 민주당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이기택 이후 최악의 몰락을 경험했다지만, 호남 고립의 올가미를 피하고 전국 정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충청권과 강원도, 제주도의 교두보들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민노당이 이외로 강세라는 제주도는 그렇다쳐도, 충청권과 강원도는 원래 보수적으로 알려져 있던 지역이었다. 유권자 중에 리버럴에 적대적인 것으로 알려진 고령층과 자영업자, 농민들의 비율이 꽤 높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된 것은 과거의 레드컴플렉스가 약화되고, '좀 왼쪽이면 어떠냐, 우리 주머니 채워준다는데' 탓도 있을 것이다. -_- 그렇다 해도, 이들 지역은 여전히 꽤 보수적이며, 실제로 이들 지역구 의원들은 관료-학자 등의 전문가 그룹이나 한나라당 출신이 대부분으로 리버럴 세력 내에서 우파-실용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민노당과 합당하고 본격적으로 좌향좌한다고 치자. 이들 지역구 의원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나? 이들이 탈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유권자들이 이들을 뽑아줄 것 같은가? 충청-강원이 수도권이나 영남보다 인구가 적다고 해도, 지역구 의석에 이들 지역에서 나오는 비례표까지 합치면 한 10석+a 정도는 된다. 그런데 이들이 이탈해버리면?
 어디 그뿐인가? 지금 민주당 수도권 의원들도 대부분이 우파 성향의 손학규계나 실용그룹이다. 민주당 내 좌파들이 얼마나 씨가 말랐으면, 열린우리당 때는 수X꼴통 소리까지 듣던 정동영계가 김근태나 천정배와 함께 민주당 내 좌파를 형성하고 있겠는가? -_-;; 그리고 민주당 내 좌파들을 죽여버린 것은 바로 수도권의 보수화된 유권자들이었다.  
 최악의 경우, 민주당은 평민당 시절보다 더한 몰락을 겪고 재기불능 상태까지 떨어질 수 있다. 충청-강원 10석, 수도권에서 10석만 떨어져나가도 바로 60석 대.....;;;;;;  

 그 리고 민주노동당. 민노당이 최근 호남이나 제주 등에서 세력 확장을 해나가고 있지만, 이들의 핵심 지지층은 기본적으로 울산, 창원, 거제 등의 영남의 제조업 노조들 -혹은 영남 진보벨트-이다. 그런데.... 이들 지역은 영패주의나 호남차별에서 자유롭냐면 그건 아니거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옛날 2000년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의 울산시장 후보 송철호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당시 화두가 '정치 개혁' 아니었겠나. 참신한 이미지도 있었고. 그런데, 그 선거에서 끝내 진보진영 출신 광역단체장은 나오지 않았다. 선거판이 뒤집어진 이유가....... 한나라당의 '송철호는 전라도 사람이래여~'라는 선전 때문이었지 아마?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호남당'으로 알려진 민주당하고 합당을 하면, 노조들은 뭐 그렇다 치고, 영남 진보벨트의 영남 정서가 강한 비노조 유권자들은 어떡할 건가? 그들이 과연 민주당을 찍어줄 것 같나?
  
 좌희정에게 묻고 싶다. 지금 여고괴담 찍자는 건지. 다같이 동반자살하자는 건가?

 김 욱이 이렇게 말했다. 정당의 지지는 그 토대를 반영할 뿐, 정당이 통합한다고 해서 그 토대인 유권자들이 사과상자 속 사과처럼 고스란히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고. 한나라당이 꼬마민주당하고도 합당하고, 자민련하고도 합당했지만 지지기반을 넓히지 못하는 것은, 사과가 가득 찬 줄 알고 텅빈 사과상자를 가져갔기 때문이라고. 左희정도 민노당하고 합당하면 영남 진보벨트의 유권자들이 사과상자 속 사과처럼 고스란히 따라올 줄 아나 보다. 유권자들이 무슨 사과냐? -_-^
 
 정범구의 말이 내 가슴을 친다.
 " 내가 인제 제도권 정치인의 입장에서 한 마디 더 하면, 주변에 노에게 영향을 주는 386 그룹이라는 게 다들 보좌진 출신 아니에요. 하다못해 구의원이나 시의원이라도 해보면, 그게 몇 천 표를 얻든지 대중들과 직접 피드백을 하면서 세상의 굴곡을 경험한 친구들인데. 이 친구들은 한 게 계속 책상에서 뭐 정국전망, 정세분석.. 이런 것만 하는 거 아냐. 페이퍼 가지고 어떻게 5천만을 소탕시킬 수 있냐 이거야."

 그래도 다른 친노 주류.... 아니, 안희정이야말로 진짜 친노 주류겠지. 친노를 대표해 최고위원까지 되었으니까. 다른 친노들, 친노 비주류들의 현실 인식이 좌희정보다는 낫길 바란다. 

 다행스러운 것) 안희정이 충남도지사 출마를 공언하고, 계룡-논산-금산 지역구 관리에 신경쓰는 걸 보니 충청 맹주를 노리는 모양인데, 그런데 충청남도는 꽤 보수적이잖아? 좌희정은 안 될 거야 아마.
 덤) 右광재 돌아와~

부록) '선진국형 리버럴 정당'과 미국식 의회에 대한 이글루스 블로거 분들의 의견

Commented by 카군 at 2009/09/13 12:05
허. 꿈은 노동당이지만 현실은 시궁창이군요 이거orz 그리고 사실 선진국형 리버럴 정당은 사실 본거지 가서도 상당히 미묘해지는게 현실인데 말이죠. 미쿡 민주당이야 공화당 싫으면 민주당이니 그렇게 된 거고, 그나마 좀 그거에 근접하는 애들이면 뉴 레이버 아님 사민당 정도려나...
ps. 친노계 정치인들이 공부를 덜 했다는 건 이미 반쯤 기정사실 아니었습니까?(...)

Commented by 카군 at 2009/09/13 12:32
1.
사실 쌀나라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네 의원들 컨트롤이 전혀 안 된다는 겁니다. 뭐 민주당의 전통이긴 합니다만=ㅅ=
리버먼처럼 지 꼴리는대로 나대는 인간도 잘만 노는걸 보면 답이 나오죠.(개인적으로 2000년엔 고어 러닝메이트였던 인간이 2008년엔 매케인 지지하고 자빠지는 걸 보고 진짜 기겁했습니다. 이 무슨 매버릭은 매버릭에 끌리는 것도 아니고...)
그에 비하면 공화당은 상대적으로 단결이 잘 되는 편이랄까요. 이번에 제대로 털리다보니 상대적으로 가카 이후 민주당처럼 똘똘 뭉치는 것도 있지만...
2.
뉴 레이버는 뭐 요즘 이 친구들이 Labor Party인지 Conservative Party인지 구분 못 하더군요(...) 보수당은 카메론이 오히려 리버럴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리면서 약진중이고(전 개인적으로 보리스 존슨이 런던 시장선거에서 켄 리빙스턴 털어버린걸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대처도 감당을 못 해서 무리수 두면서까지 쫓아냈던 "빨갱이 켄"을 언론사 칼럼니스트가...), 자민당(응?)은 그럭저럭 잘 살아가는 중이고...
ps. 개인적으론 좀 독일 사민당같은 친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론 1959년 고테스베르크 전당대회에서 자기들이 핵전략 관련으로 실수한 거를 깨닫고 “사회민주당은 자유와 민주적 질서의 방어 결의를 천명한다. 당은 조국의 방어를 승인한다!”라고 천명한 간지에서 제대로 뻑갔던 사람중 하나라ㅠㅠ

Commented by gforce at 2009/09/13 21:00
 정당이 소속 의원들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게 대통령제의 특징... 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미국식 의회의 특징인 것은 확실합니다. 미국 양당의 느슨한 의원 통제력은 의원들은 당의 의사보다는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견해에서 나온 것인데, 유권자가 좀더 적극적으로 입법과정에 개입할 수 있고, 양당정치라는 일견 제한된 프레임워크 아래에서도 다양한 정치적 견해들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이상적으로는 매우 좋은 제도라고 봅니다. 다만, 입법과정에서 정당의 어젠다가 통일성과 일관성을 잃기 쉽기 때문에, 그만큼 이해단체들에 의한 입법과정의 장악도 그만큼 쉬운 단점이 있지요.
 사실, 비정상적인 것은 현 공화당의 단결력입니다. 공화당이 유럽 내각제 국가들의 정당과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은 현지에서 여러 번 나온 견해인데, 중심이 되는 느슨한 사상(자유주의, 보수주의) 아래 다양한 이슈에 대한 다양한 자세가 모여들게 되는 미국 양당제도 아래의 양당 특성상, 양당에 의해 대표되는 정치적 견해들은 당 전체적으로 보면 사상적 일관성이 부족하게 마련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현 공화당의 단결력은 인위적으로 선택된 정치적 견해들을 결집한 인위적 사상--전체적으로 신보수주의에 가까운--을 가지고 사상적 순수성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이 순수성에 맞지 않는 견해를 가지고 있던 기존의 일원들이 떨어져나가거나, 동화되거나, 아니면 공화당의 사상적 변화를 인지하지도 못한 채 자신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는 새로운 공화당을 지지하게 되어버리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 현상은 공화당의 우경화를 점점 확실화시키고 말이죠.
 이 현상은, 유권자에게 주어지는 현실적인 선택이 공화당 아니면 민주당뿐인 미국 양당정치의 프레임워크 아래에서, 민주당의 정책과 정치적 견해(혹은, 그것들의 집합)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에게 주어지는 옵션을 제한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겁니다. 민주당에 반대하는 견해/입장을 가진 유권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대안이 공화당에 표를 던지는 것밖에 없더라도, 경선에서 후보를 잘 선택함으로서 자신들의 견해가 대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현 공화당의 "사상적 순수성"에 반하는 견해를 가진 반 민주당 유권자들은 그것마저도 힘들 지경에 처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