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의 김종인이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올렸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네요. 저는 언론의 기사를 보고 웃고 말았습니다. 지인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지인이 하는 말이 " 그 양반이 그거 할려고 더민주에 간 것이지 그게 아니면 뭐하러 갔겠냐"고 하더군요. 저는 김종인의 '사심없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었고 더민주에서 이해찬이나 정청래같은 이른바 '친노'들을 과감히 쳐내는 것을 보면서 '와~~김종인 쎄네!'라고 생각했고 새누리당의 공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총선에서 더민주가 의외로 선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언론의 보도를 보니 문재인이 김종인을 영입할 때 이미 비례대표 2번을 약속했다고 하더군요. 문, 김 두 사람이 그 문제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으니 자세한 내막이야 알 수는 없지만 문재인이 비례대표 2번을 주겠다고 하자 김종인은 " 내가 자리에 욕심이 있는 것 아니다"면서 짐짓 사양하는 척을 했다는군요. 그랬던 인간이 완전한 당선권인 비례대표 2번에다 자기 이름을 떡하니 올려놓는 것을 보면 참으로 대담무쌍하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후안무치한 뻔뻔한 인간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뭐 뻔뻔할려면 대담해야 하니 둘다라고 봐야겠죠. 어느 기자가 김종인에게 "자신을 비례대표 2번을 올린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김종인의 대답이 걸작이네요. "그게 무슨 문제냐"고 했다죠. 한마디로 김종인은 염치를 모르는 인간인 것 같습니다.


 

저는 김종인이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올려놓았다는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이 박근혜가 왜 김종인을 중용하지 않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아마 박근혜는 김종인의 사심을 읽은 것이 아닐까 싶네요. 전에 어떤 언론 기사를 보니 박근혜는 자신의 선거를 도운 사람이 그 공을 내세우면서 청탁 비스무리한 얘기를 하면 "이럴려고 선거를 도왔습니까?"라고 했다더군요. 그리고 그 사람은 다시 상종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청치인의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은 은근히 그 보답을 바라지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습니까? 아마 김종인도 박근혜에게 은근히 국회의원 자리를 언급했거나 아니면 경제부총리나 더 욕심을 부렸다면 총리를 탐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박근혜가 냉정하게 거절하자 삐져서 박근혜를 비판하기 시작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그 점에서는 이상돈도 비슷할 것 같군요). 박근혜를 비판하자 더민주에사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문재인이 김종인에게 " 김종인씨, 국회의원 한번 더 하게 해줄테니 우리 당에 와서 칼춤 한번 추시오"라고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김종인은 문재인의 빽을 믿고 선무당짓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종인의 선무당 칼춤에 이해찬과 정청래 등 여럿 죽었지요. 김종인의 비례대표 2번 소식을 들은 정청래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긴 정청래로서는 열받을 수밖에 없겠죠. 아니 당을 위해서 사심없이 개혁을 한다는 인간이 자기 자리에 골몰하고 있으니 칼을 맞고 쓰러진 정청래로서는 얼마나 승질이 나겠습니까. 저라도 그런 소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이해찬은 아직 반응이 없나 봅니다만 이해찬도 성질이 만만치 않으니 틀림없이 한소리 할겁니다. 이해찬이 들고 일어난다면 정말 볼만한 게임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문재인이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겠습니다만 문재인으로서도 이해찬이 친노의 상왕 노릇을 하면서 거들먹거리는 것이 마땅찮았을테고 자신이 김종인에게 비례대표 2번을 제안했다면 결과가 뻔하겠지만요.



김종인은 지난번 관훈토론에서 총선에서 107석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고 당을 떠나겠다는 발언을 한바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비례대표 2번에 자신을 올린 이유에 대해 내년 대선 때까지 당에 머물면서 대선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며칠 사이에 발언이 전혀 다르죠. 즉 다음 총선에서 107석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당을 떠나지 않고 대표 노릇을 하면서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겁니다. 물론 총선에서 패하면 대표 자리에 그냥 눌러 앉아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김종인의 뻔뻔함으로 볼 때 막무가내식으로 버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아니 제 생각에는 다음 총선에서 더민주가 100석 이상은 충분히 확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차기 대선 때까지 김종인이 당 대표 노릇을 하면서 권력의 단 맛을 즐기지 않을까 싶네요. 게다가 만약 107석을 훨씬 뛰어넘는 의석을 확보한다면 김종인은 환상에 빠져 대권을 욕심낼 수도 있을겁니다. 어느 정치분석가는 김종인이 미국의 샌더스를 언급한 얘기를 하면서 김종인이 대권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더군요. 샌더스에 비교하지 않더라도 더민주가 총선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다면 김종인이 '어랏! 국민들이 나를 무지하게 좋아하는가 보구마이. 대통령에 한번 나서보까?"하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문재인이야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될테니  울고 불고 난리를 치겠지만요.



그나저나 요즘 김종인은 제 세상 만난 것 같습니다. 새누리에서 찬밥 신세로 있다가 더민주에서 왕 노릇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보수 진영에 있을 때는 누구하나 관심도 안 가져주니 박근혜 욕이나 하면서 징징거렸는 데 진보 진영에 가니 당 대표도 하고 자신이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으니 어깨가 으쓱하지 않겠습니까. 방송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아우라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밤에 잘 때마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하면서 허벅지를 꼬집지나 않는지 모를 일이지요. 고목에 다시 꽃이 핀다더니 김종인의 노년 인생이 이렇게 활짝 필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할아버지 김병로가 저승에서 밀어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김종인은 좀더 겸손해져야 할겁니다. 자신이 지금 누리고 있는 권력은 사상누각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아야 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 해서는 곤란합니다.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 중의 하나가 얼마 전에 작고한 신영복 씨의 <담론>인데 그 책에 김종인에게 어울리는 참으로 귀중한 글이 하나 있습니다. 프랑스 사상가 알튀세르의 글을 인용한 내용인데 "히말라야 높은 설산에 사는 토끼가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평지에 사는 코끼리보다 자기가 크다고 착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김종인은 자신이 지금 누리고 있는 권력은 자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순전한 행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올리는 등 뻔뻔한 행동을 계속한다면 필시 큰 화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