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트위터로 김한길이 항상 강한자에게 붙는 인물이라며 안철수가 문재인과 손을 잡지 않은게 실수라고 했다는데, 트위터 하안거인지 동안거인지조차 계속 지키지 못하고 들락날락 거리는 이 분의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금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한길은 대통령 될 가능성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던 약체 정주영 국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보스가 돈을 뿌려대며 밤무대에 자주 불렀던 연예인들에게 한자리씩 주는 조직에서 거의 똥밭에서 구르다시피하면서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니 그야말로 어지간한 혼란상 앞에서 눈하나 깜짝 안하는 정치인이 된것도 우연은 아닐 겁니다.  어쨌거나 이 시기 김한길에게는 무슨 선택권이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니 강자를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구애를 받을 때는 여당인데다 영패를 등에 업은 김영삼 쪽이 훨씬 강한 상황에서 약자인 국민회의 편에 섰고, 노무현이 분당할 당시 탄핵이라는 헛발질이 없었으면 완전 망할 분위기였던 노무현 편에 있었지요. 

조국 식으로 굳이 지적하자면 현직 대통령 편에 선 것이 김한길이 강자쪽에 섰던 유일한 사례라고 봐야 할 겁니다. 노무현 캠프 핵심멤버였으니 당연하긴 합니다만. 

 

김한길은 자칭 진보들과 친노들의 호남에 대한 비하와 저주가 넘치던 열린우리당 분당 당시에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서도 '호남분들과 함께 정치를 하는게 왜 문제냐'면서 민주당과 통합을 성사해서 본인은 정치 생명을 잃었지만 민주세력의 붕괴를 막았습니다.


이후 나꼼수 친노 열풍이 서슬 퍼렇던 시절 한명숙의 힘으로 정치판에 복귀했으면서도 친노 편을 들지 않고 비,반노로서 지금까지 야권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며 이렇게 조국처럼 학벌과 지연으로 쉽게 야권의 명사 노릇을 하는 사람에게 터무니없는 모욕까지 당하는 판이지요.


무엇보다 조국은 본인 같은 깨시 논객들이 설쳐댄 탓에 안철수가 문재인에 대선후보를 양보해서 이 수난을 겪는다는 객관적인 사실조차 망각한 모양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김한길과 천정배가 야권 연대 문제에 있어서는 함께하고 있지만 이해관계는 좀 다릅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두사람 다 소위 민주 세력에서 높은 지위를 누렸던 사람들로서 새누리 압승을 막아야 한다는 책임 의식은 있을 겁니다.


또, 현재 연대론에 대한 호남의 민심 역시 엇갈리고 있습니다만, 정말로 새누리에게 개헌 저지선을 내줄 상황이 된다면 연대 반대론은 무서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겠지요.   


그것에 더해 두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현재 갈등의 이유가 대충 이해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천정배는 전남 광주지역 의원 물갈이를 주장해서 김한길과 대립한 바 있는만큼 이번에 임내현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자기 지지자들에게 할말이 없어졌기에 불만을 품던 차에 야권연대 문제에서마저 이견이 드러나니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반면, 김한길의 경우 자신의 당선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정치적 자산인 더민당 내 비노 세력을 지키기 위해 김종인과 대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일 겁니다.


사실 국민의 당이 더민당에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야권은 전체적으로 패배하면서 안그래도 온라인 당원이다 뭐다 잔뜩 받아들인 더민당 내에서 문재인이 최후의 희망 행세를 하며 복귀해서 더민당이 문재인 사당이 되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보는 제 입장에서는 김한길의 움직임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은 안철수를 자극하는 것은 더민당이 아쉬울 것이 없다는 식의 허세인 동시에 문재인에게 두 마음 품지 않고 있다는 충성 메세지를 꾸준히 보내는 것이겠지요.

 

그러면서도 협상을 안할 수는 없으니 정청래 버리기로 나름 성의를 보인 것인데 이 정도 큰 문제에 대해서는 아마 문재인의 승인을 받았을 겁니다.


문빠들의 종특은 어쩔 수 없는지 엉뚱한 박영선을 희생양으로 삼아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만, 박영선 자체가 조국, 안경환을 비대위원장으로 앉히겠다며 문재인 꼬붕을 자처한지 오래인데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죠.


정청래 본인은 문재인 패거리의 핵심이라도 되는 양 착각을 했겠지만 지난날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이상돈 영입을 반대하면서 단식에 들어가 흑막에서 일을 추진하던 빅보스 문재인 얼굴에 똥칠을 한 경력이 있는 만큼 문재인 입장에서 눈치없는 정청래 같은 싸움꾼이 부담스럽던 차에 야권 연대라는 명분도 있겠다 이참에 정리하자 했을 겁니다.


오히려 그동안 깨시들에게 너무 얻어 맞아 겁을 먹은 박영선은 '이래도 되나?'하는 우려를 했을 테지요.

 

개인적으론 문재인의 주구 노릇을 충실히 하고도 토사구팽 된 정청래가 좀 딱하긴 하더군요.


어쨌거나 김종인은 김한길더러 돌아오면 받아주겠다는 둥 수작을 부리고 있습니다만, 김한길이 더민당에 들어가는 순간 아무런 발언권이 없는 식물정치인이 될 처지임을 김한길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오늘 김한길이 선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았다는 기사를 보니 김한길도 만사를 다 포기한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여러 번 양보했다가 이리저리 털려온 안철수는 민주 세력이고 나발이고 이 기회에 더민당을 발본색원할 기세이니 양측 모두 강경론만 판을 치는 자리에서 언제나 온건론으로 사방에서 욕을 먹으면서도 근근히 버텨온 김한길조차 더는 버티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깨시들은 이 시간에도 김한길에 이지메를 가하며 의기양양해하고 있습니다만, 김한길이 물러나고 나면 그들은 그만큼 관대하고 합리적인 적을 다시 만나지 못할 겁니다.


천정배는 전부터 종종 느끼는 바이지만 말과 행동이 사안에 비해 과격한 경우가 많은데, 이번 중대 결심 발언도 그런 성향이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당무 거부 정도로 수위를 낮춘 것은 지지자들에게 할만큼 했음을 보이고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국민의 당의 상황으로 봤을때 김한길의 당무 거부야 큰 문제가 아닐지 모르지만, 천정배가 탈당한다는 것은 치명상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국민의 당이 호남 이외 지역에서 표적공천이라는 무기를 쓸 수 있는 것은 호남의 굳건한 지지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것인데, 호남에서 한 축이 무너져버리면 계산 착오가 날 수밖에 없지요.


결국 이들은 모두 백척간두에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인데 지지자간의 감정 싸움으로 야권 전체가 내상을 피할 수 없어보이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