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시            장 진기


가을마당 감나무에

유에프오가 떠 있다


 편대로 무리지어 있다가

  겨울이 되자 서너대만 남았다


 내가 지구에서 포유류로 사는 동안

 은하의 태양계를 방문하여 나를 지키는

  홍시 유에프오 등불


  까치의 공격을 받으며

  겨우네 켜 있다


                                    -시집 <슬픈 지구>(문학들 시선>에서 발췌


 


* 아주 짧은 시. 가을 감나무에 몇개 남지 않은 홍시와 유에프오를 연결한 발상이 재미있다.

고향에서 독신으로 ,농사짓고 환경운동하며 시 창작에 몰두하는 이 시인은 본란에 구면이다.

오래 전 <뼈국>으로 다수 유저들의 눈길을 끈바 있다.

그의 시집이 새로 나왔는데 환경운동 영향인지 시 세계가 개인서정에서 지구와 사람의 관계로

넒게 확장되고 한층 치열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홍시를 유에프오로 연결한 것도 그러니까 시집 전체로 보면 자연스럽다. 그의 한층 치열해진

시 전체를 소개하지 못하는 게 조금은 아쉽지만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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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너무 아쉬워 다시 비교적 짧은 시 한편을 부록삼아 소개한다.


              

            나는 사이비다                장 진기


힌두교는 소를 먹지 않는다

무슬림은 돼지를 먹지 않는다

 

하나의 고기를 먹지 않아도 종교다


이철송 시인은 구제역 매몰 이후 채식만 한다

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성인이 아니다

우리의 육식거부는 혐오에 있다


하나의 동물만 존중하여도 성인이다


이철송 시인은 다신교다

나는 사이비다



 * 비유들이 재미있는데 이 시에서 생명과 환경, 윤리 문제에 고민하는 시인의 마음 한자락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매끄러운 말로 치장하지 않고 존재의 근원을 파고드는 진지한 자세가

신뢰감을 준다. 그가 더욱 발전할 것 같다는 예감.


*문학도 중앙권력이 막대하고 지방 거주 시인들은 거의 소외된 게 현실이다. 중요한 건 그가

어떤 시, 어떤 작품을 쓰느냐일 것이다. 이런 공간이 그런 폐해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