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와 지지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철수입니다.



선거가 38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선거상황은 혼탁하기 짝이 없습니다. 민생과 일자리에 대한 치열한 정책 경쟁이 아니라 정치공학적 접근만 남았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이러면 또다시 가장 무능한 국회라는 비판 받아온 19대 국회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래서는 국민의 가장 절박한 삶의 문제에 국회가 답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 국민의당은 선거를 혼탁하게 만드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정책경쟁하고 실력으로 평가받는 선거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의당부터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종인 위원장께서는 며칠전 새누리당 승리를 막기 위해 야권통합하자고 했습니다. 진정성이 없는 제안입니다. 제안 이틀 전에 우리 당 천정배 공동대표를 떨어뜨리려 영입인사를 이른바 자객 공천 해놓고 통합을 말할 수 있습니까? 한 손에 칼을 들고 악수를 청하는 것은 명백한 협박이고 회유입니다. 그 얼마 전에 우리당에 와 있는 분들도 컷오프 명단으로 발표하겠다고 무례한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모욕하면서 합치자, 돌아오라고 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제안이 아니라 정치공작입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인 2011년에 당시 한나라당 세가 확장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말로만 한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저는 야권통합을 위해 세 번이나 결단했습니다. 국민 앞에 세 번이나 저를 믿고 지지해달라고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한 번은 성공했고, 두 번은 실패했습니다. 박원순 시장께서는 저의 양보가 헛되지 않게 승리하셨습니다그리고 시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시장이 되셨습니다.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두 번의 보증은 실패했습니다. 약속한 정권교체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야당다운 야당으로 변하지도 않았습니다. 합당의 접착제였던 기초선거 무공천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선 두 번의 잘못된 보증은 제가 꼭 갚겠습니다. 저는 작년 12월 탈당하기 전에 문재인 대표의 혁신안만으로는 부족하니 더 담대한 혁신을 하자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배타적이고 이분법적인 낡은 진보를 청산하자고 했더니 새누리당 같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내보내서라도 지켜려 했던 그 혁신안은 지금 어디 갔습니까? 그렇게 강조하던 정체성은 어디 갔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가 좋지만 힘들다면 원칙 있는 패배를 택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원칙있는 패배가 원칙없는 승리보다는 낫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원칙 없는 승리라도 좋다는 태도 아닙니까? 어떻게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새누리당의 세 확산을 막는 통합의 결단을 세 번이나 했는데, 김종인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세 확산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제가 문재인후보 당선을 위해 손잡고 다닐 때 김종인위원장은 문재인후보 떨어트리려 박근혜후보와 함께 한 사람입니다. 도대체 누가 새누리당의 승리를 더 바라지 않을 것입니까? 도대체 누가 통합을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국민의당은 기득권 양당담합체제를 깨고 3당 경쟁체제를 만들려고 나온 정당입니다. 못해도 1, 더 못해도 2등은 하는 현재의 정치체제로는 대한민국 문제를 절대 풀 수 없습니다양당 공생체제를 3당 경쟁체제로 바꿔야 헬조선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통합은 현 양당체제를 유지하고, 현재의 상황만을 모면하려는 하책이고 만년 야당하자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이제 더 이상 국민을 희망고문 할 수는 없습니다. 야권통합으로는 의석을 몇 더 늘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습니다. 원칙 없이, 뭉치기만 해서는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저 만년 2, 만년야당의 길입니다. 정권교체 못해도 좋으니 국회의원 다시 됐으면 좋겠다는 전략 아닌 전략입니다.



국민의당은 정치인을 위해 존재하는 당이 아닙니다. 국민을 위한 당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태어난 당입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합니다.그러나 이제 시작입니다. 국민의당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작은 변화라도 꼭 돌려드리겠습니다. 경제가 절벽이고, 일자리가 벼랑 끝이고, 외교와 안보가 위태롭습니다. 이번 선거는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선거입니다.이번 선거는 경제를 살릴 것인가, 여야 간 싸움만 계속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선거입니다.



이번 선거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여야의 힘겨루기로 민생을 외면하는 국회를 또 만들 것인가를 선택하는 선거입니다. 이번 선거는 국민의 명예와 국익을 지키는 외교를 펼칠 것인지, 냉탕과 온탕을 오락가락하는 외교를 묵인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선거입니다. 이번 선거는 말로만 안보를 앞세우는 정당과 안보는 늘 뒷전인 정당에게 계속 나라를 맡길 것인지 선택하는 선거입니다.



국민의당과 저는 지금 힘들고 두려운 광야에 있습니다.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사방에는 적들뿐입니다. 그래도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땅을 향해 전진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해 모두 이 광야에서 죽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통합 관련 입장을 정하기로 한 연석회의에서 많은 의원들께서 굳은 결의를 보여주셨습니다. ‘힘든 선거가 될 줄 알면서도 나왔다. 내가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보다 대한민국 정치가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 죽는다면 이 당에서 죽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눈물나게 고마웠습니다. 죽기를 각오하면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런 각오로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께서 국민의당에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국민을 위한 작은 변화라도 보여드리겠습니다. 국민의당에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2016. 3. 6
안 철 수


http://people21.kr/wordpress/ahn201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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仲尼再生 " 夜 의  走筆  " 취임사

 

저를 아크로 주필로 추천하시는 회원여러분의 글을 읽고, 오늘 본인은 본인의 향후 거취를 놓고 깊이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끝없이 되뇌며, 다수 회원의 요청대로 아크로 "밤의 주필" 직을 기꺼이 수락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일신의 안녕 만을 위한다면 봉급 한 푼 못 받는 이 명예직을 수락할 수 없었겠지만, 이미 공인 아닌 공인이 된 몸으로서 이 위기의 시대에 역사가 제 어깨에 지운 이 짐을 떠맡기로, 본인은 이 아름다운 밤 위대한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