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수십년 동안 경제성장, 민주화행보로 경제 정치 문화의 롤 모델을 세계에
과시했다. 그런데 유독 통일정책만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치적
리더십에 관한 평가는 삼가겠다.
 젤리거 교수는 정치상황, 그리고 정치상황이 분단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외국인으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 독일인 다운 조심스런 태도이다. 그러나 그의 속셈이 어떤 것인지는 앞 뒤
글로 미루어 충분히 파악이 된다.
 헬무트 콜이 등장할 때 다수는 그가 사회당 정책을 접어버리고 보수정책으로 선회할 거라고 예상했다. 초
기에 그는 사회당이 동독과 맺은 각종 협약을 거부했으나 결국에는 미시적 수정으로 선회해서 동독과의 파
트너를 수용한다. 사실상 사회당 정책계승이다. 동독 인민의회 선거시기엔 반대당인 사회당과 자유민주당과
과감하게 손을 잡았다. 서독은 하나로 뭉친 것이다.

 이른바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이 바뀐 한국 사례가 어땠는지는 구지 여기서 재론할 필요도 없겠다. 모든 것을
뒤집어버린다. 햇볕정책-실제는 화해협력정책-은 실패했다고 크게 홍보한다. 그래야 뒤집어 엎은 행위가 정당
화된다. 어린애더러 눈사람을 만들라고 지시해놓고 돌아와 보니 그럴듯한 눈사람이 만들어졌다. 그걸 어른이
밟아 뭉개버리고 어린이에게 말한다. "너는 눈 사람 하나도 만들지 못하는가?"
 햇볕에도 불구하고 핵을 만들지 않았는가? 라고 말한다. 핵은 마오와 김일성대화에도 등장하는 역사가 꽤 오
랜 북의 생존전략의 핵심이다. 보수정권 8년 사이 북핵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개성공단 초기 기획자인
이화대 초빙교수 서훈 씨 말-북을 여행하고 북 기업과 거래한 전세계 모든 사람이 핵개발에 책임있다고 할
수 있나? 대북정책에서 대중정치에 무개를 두면 안 된다.-
대중정치에 무개 두면 안 된다. 이 말이 중요하다. 

 단순히 독일사례만 본보기로 든다면 한국은 흡수정책이나 압박정책 보다는 북 주민들을
향해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의 매력 알리기, 즉 대화와 교류정책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과
북의 국력은 단순비교로 40대1이다. 동구권 우수국가이던 동독을 생각하면 한국은 독일
보다 이점에서 훨씬 유리한 무기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걸 사용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요약을 위해 약간 내용을 수정했다. 한국이 북 주민을 향해 대화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분단선에서 확성기
로 많은 남측의 우월성을 알리고 있고 또 1달라를 넣은 풍선날리기도 그간 집요하게 실행해 오지 않았는가?
그리고 각종 드라마 유입, 중국을 통한 한국상품 반입으로 북 주민 대부분은 이미 한국이 부자라는 것 쯤은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젤리거가 말하는 "매력적인 국가"의 의미는 "자신
들의 미래를 믿고 의탁할 수 있는 보다 든든하고 신뢰가 가는 나라"일 것이다. 확성기와 고무풍선과 상위층
에 일부 공급되는 한국상품 만으로 "든든하고 신뢰가 가는 나라" 인식을 심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북이 '고
난의 행진' 시기에 수백만이 아사하는 동안 잘 사는 부자나라 한국은 쌀 한톨 보내주지 않았다.

 서훈 교수 말을 다시 인용한다. 젤리거와 같은 논조다. 북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자유민주주의, 시
장경제 우월성을 북 주민들이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남쪽 만이 아니라 한반
도 전체의 관리자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북의 지도자건 주민이건 자주 만나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인적정보이다. 개성공단 초기 계획대로 30만 근로자가 공단에
출근하면 자기네 체제에 큰 부담이 된다고 고민하는 북 지도층을 보았다. 4인 가족으로
120만이 남측과 직간접 접촉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군부와 북 일부가 공단개설에 반대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적극 주장해서 개설이 가능했던 것이
다. 지금도 북이 공단에 미련을 갖는 큰 이유중 하나는 김정일의 유훈이기 때문이다.

 "북엔 노동당과 장마당이 있는데 우린 장마당이 더 좋아요." 내가 유튜브에서 본 한 장면이다. 최근 북쪽도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북의 주민을 오래 세뇌되어 자주적 사고를 모르는 사람들로 생각하면 큰 착각이
다. 그들은 누구보다 지혜롭고 기백이 높은 사람들이다. 다만 좌우전후에 둘러친 사슬이 그들의 행동사고반
경을 옭아매고 있고 남쪽마져 그 올가미의 한축을 굳게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현
상유지가 가장 기본적 전략이고..이것이 그들 국익에 부합한다고 본다. 통일된 한반도에선 복잡한 현상이 벌
어질 수 밖에 없다고 여긴다.-서훈 교수의 말.
남측의 일부 정파나 그들을 떠받드는 사람들도 어쩌면 이 언급에 해당될 것이다.
공산주의는 지구에서 소멸된지 오래다. 기형적인 1인 독재가 오직 한곳에서 숨을 쉬고 있을 뿐. 그 체제가
지속가능할까? 성냥개비 한개를 세워놓은 모습이 연상된다. 앞서 말한 통일된 한반도를 겁내는 사람들이
아마도 그 체제의 연명을 돕고 있을 것이다.
*나는 가급적 독일사람 젤리거 교수의 글을 전하고 자신은 비껴 있을 생각이었는데, 쓰다 보니, 많이 절제
한다고 했는데도 자기 어설픈 생각이 개재된 것 같다. 너무 텀을 길게 잡은 점 양해를 구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