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그래픽/ 김민하 편집장

인재 영입은 무릇 ‘탁’ 치는 맛이다. 어떤 이름들을 발탁해 이미지를 쇄신한다. 그 실체가 무엇이건 간에 그 정명론으로 혁신의 기운을 선뵌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정치의 익숙한 전략이다. 선거를 앞두고, 난데없이 분화된 야권이 아우성 중이다. 포커판 레이스처럼 인재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람이 저쪽으로 몰려간다’는 위기감을 느낀 새누리당도 허겁지겁이다. 안철수 의원은 ‘중원’을 먹겠다며 덤비고, 당명을 바꾼 더불어민주당은 조롱의 대상이 된 ‘더불어’를 사람으로 보여주려 한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의 영입은 그나마 당에 활력을 불어넣었단 평가를 받았다. 새누리당은 특별한 전략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고도의 정체성 전략을 이제야 선보이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종합편성채널에서 ‘막말’과 ‘수준 이하’의 발화를 선보였던 이들을 싹쓸이했다.

그들 가운데 이번주 가장 주목을 받았던 영입 인사는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업부의 상무를 지낸 양향자씨였다. 여러 가지 상징성들이 주목받았다. 치열하기론 세계 일류라는 삼성전자에서, 도무지 뚫을 수 없다는 유리벽을 깨버린 여성이다. 게다가 유수의 글로벌 명문 대학에서 MBA 같은 걸 이수한 이력이 아닌 고졸 노동자 출신이다. 전남 화순 출생이고, 광주여상을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들을 향해 ‘훈계’가 아닌 ‘공감’을 표한 입당 메시지 역시 감동적이었다. 문재인 대표는 “가장 자랑스런 영입”이라 했고, 대다수의 언론들 역시 ‘신화’의 주인공을 감격스럽게 ‘예우’했다.

‘탁’ 치는 맛으로만 보면 잘한, 그럴싸한 영입이다. 하지만 그 호명의 정치에서 몇 가지 삐딱한 생각이 든다. 그의 훌륭한 이력을 두고 유독 ‘고졸’이란 점을 강조하는 맥락은 어떤 감수성의 반작용일까. ‘SKY-인서울-지잡대’로 짜인 한국 사회의 강고한 학벌 카스트를 모르는 바 아니다. 개개인들은 그걸 자조할 수 있고, 안줏거리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걸 극복해가겠다는 입장을 가진 정당이 오히려 그 현실적 강고함에 기대어, 아주 예외적으로 그걸 뚫고 전진해온 이름을 캐스팅하는 방식의 연출을 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더불어를 꿈꾼다는 정당조차 ‘고졸’은 삼성전자 상무쯤을 해봐야 정치적 인격체로서 대접하는 것일까.

문제는 또 있다. 그의 훌륭한 이력은 정말 훌륭한 것일까. 전남 화순 출생에 광주여상을 나와 삼성전자에 취업한 양향자씨의 이력은 유별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산학 협력’ 차원에서 그 경로를 밟아, 많은 노동자들을 취업시켰다. 그리고 그 경로를 밟았던 삼성의 어떤 노동자들은 백혈병과 악성림프종으로 죽어갔다. 양씨와 같은 화순 출신의 고 박효순(1984년생)씨는 고3 때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2012년 악성림프종이 발병해서 스물일곱의 나이로 사망했다. 광주여상 3학년 때 삼성전자 반도체에 입사한 이숙영(1976년생)씨 역시 백혈병으로 서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이숙영씨와 같은 라인에서 2인1조로 일했던 황유미씨 역시 스물셋에 백혈병으로 숨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고 사망한 이들의 수는 76명에 달한다.

이번주, 그 문제에 대해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합의를 했다는 내용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합의는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것뿐이었고, ‘보상’과 ‘사과’는 여전히 미합의로 남아 있다. 언론은 그걸 간과한 채, 삼성의 보도자료대로 전했고, 삼성전자 반도체 상무 출신의 양향자씨가 이에 대해 어떤 입장과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는지는 아예 의문조차 품지 않았다. 야당과 언론이 삼성을 우대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의 성공이 진정 함께 더불어 민주사회를 꿈꾸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10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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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양향자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사업부 상무를 새로운 인재로 정치권에 영입한 데 대해, 삼성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가 "노골적인 삼성 편들기"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이 현역의원들의 '탈당 릴레이'에 인재 영입 카드로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역풍이 일 가능성이 있다.

이종란 노무사는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2일 양 상무를 영입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며 "'양 상무는 전남 화순 출생으로 광주여상을 졸업한 호남 출신 고졸 여성 임원'이라며 학벌·여성이라는 약자적 지위를 극복한 인재영입이라는 식인데, 나는 이런 더민주당의 행보가 불쾌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  

이 노무사는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자본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있어 새누리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비꼬며 "더불어민주당이 '헌법 유린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수많은 젊은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삼성 재벌을 비판하기는커녕 '인재'라며 삼성 상무를 영입하는 뻔뻔함은 창피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노무사는 특히 "양 상무의 이력을 보니 더욱 속이 끓는다"며 "양 상무는 자신의 고향 화순과, 모교인 광주여상 후배들이 백혈병과 악성 림프종으로 죽어간 사실에 관심이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화순의 시골 마을에서 효심 깊었던 고(故) 박효순(1984년생) 씨는 고3때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9라인 포토공정에서 일하다 퇴직 후 악성림프종이 발병해 2012년 스물일곱의 나이로 사망했고, 광주여상 3학년때 삼성반도체에 입사한 이숙영(1976년생) 씨는 3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이 발병해 2005년 서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고 적었다.  

고 이숙영 씨는 2007년 사망해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고 황유미 씨와 2인 1조로 함께 일했던 이라고 이 노무사는 덧붙였다. 그는 "양 상무처럼 '반도체 연구원 보조'로 분석 업무를 맡아왔던 오퍼레이터 정모 씨도 2010년 백혈병이 발병했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깊은 고통과 상처를 견뎌야 했다"며 "갑자기 찾아든 백혈병 진단을 받고 서럽고 무서웠고 가족들과 생이별을 당해야 했던 이들의 수가 최소 222명이고 사망자는 76명이다. 그럼에도 삼성은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는 앞서 지난 12일 양 상무의 입당 기자회견에 참석해 "양 상무는 학벌, 지역, 성별 등 우리 사회의 수많은 차별을 혁신한 아이콘"이라며 "양 상무가 체화한 다양한 경험이 불평등과 차별의 낡은 구조를 혁신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었다. 문 대표는 "우리 당이 '유능한 경제정당'으로서 연구개발 분야 등 기술혁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도 양 상무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표는 지난 2012년 12월 2일, 진보정의당(현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공동선언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등 노동 현안이 법과 상식에 따라 빠른 시간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었다. (☞관련 기사 : 문재인-심상정 공동선언 "폭넓은 연대, 대선승리 후에도 협력")  

또 문 대표는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삼성 장학생'의 참여정부 장악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만) 참여정부가 끝나고 난 후에야 국정운영의 메커니즘을 온전히 알았다. 참여정부가 재벌개혁에 대해 제대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크게 반성한다"고 했었다.  

한편 현재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은 무소속 대선후보였던 지난 2012년 10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6년간 근무한 이후 백혈병과 뇌종양을 얻어 투병 중인 한혜경 씨를 찾아 문병하고 산업재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행보로 눈길을 끌었던 바 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삼성백혈병 피해자' 만나 '분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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仲尼再生 " 夜 의  走筆  " 취임사

 

저를 아크로 주필로 추천하시는 회원여러분의 글을 읽고, 오늘 본인은 본인의 향후 거취를 놓고 깊이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끝없이 되뇌며, 다수 회원의 요청대로 아크로 "밤의 주필" 직을 기꺼이 수락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내 일신의 안녕 만을 위한다면 봉급 한 푼 못 받는 이 명예직을 수락할 수 없었겠지만, 이미 공인 아닌 공인이 된 몸으로서 이 위기의 시대에 역사가 제 어깨에 지운 이 짐을 떠맡기로, 본인은 이 아름다운 밤 위대한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