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죽도록 싸웠다(fighting like hell)"고 스스로 고백할만큼 협정 체결을 주도하고 그후 한미FTA의 실질적인 주도자인 삼성그룹의 해외법률 사장 자리로 옮겨간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더민주당에 영입하고 인천 계양 갑에 출마를 선언했다고 한다.


5년 전 한미FTA반대운동을 펼칠 때였다. 그 당시 한미FTA 전도사 김현종은 또 다른 주역 김종훈 한미FTA 수석대표와 함께 '검은머리 미국인'으로 한미FTA반대운동의 주적이었다.


하긴 그런 인물들을 여야가 구분 없이 받아들이고 이처럼 국회로 진출시키는데 도와주려는 것 자체가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표현 그대로 새누리당-더민주 여야 거대정당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제1야당 더민주의 경우는 그 뿌리인 노무현 정권 때부터 삼성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이런 삼성맨(거기에다 삼성우먼 양형자 삼성전자 상무까지)을 국회에 심으려는 그 속내가 더욱 궁금하기만 하다.


마침 김현종이 출마를 하는 인천에는 하필 '한미FTA 3인방 김현종 송영길 홍영표'가 모두 출마한다는데, 홍영표 의원은 한·미 FTA 체결 지원위원회 지원단장,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그 당시 민주당 내 한미FTA 찬성론자 대표주자로 이번에 부평 을(홍영표)과 계양 을(송영길)에 각각 출마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인천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 김현종 후보 낙선운동을 펼친다는데 어쩌면 이번 총선에서 '한미FTA주적 낙선벨트'가 인천지역에서 형성될 듯하다. 



'한미FTA 주도' 김현종 출마에, "낙선 운동" 반발

인천시민사회·노동계 낙선 운동 뜻 밝혀.. "사회양극화 초래한 반 노동자 정치인"


오마이뉴스 | 한만송 | 입력 2016.02.26.     

      

"대한민국 대통령이 써 본 사람이다. 써보시고 믿어주셨던 경제통상 협상 전문가다. 성남·판교와 파주처럼 계양에서 숨은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주도하고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김현종(56)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입한 가운데, 김 전 본부장이 인천 계양 갑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25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운산업단지 활성화, 도시 리모델링, 한국지엠 생산라인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인천 계양<갑> 출마를 선언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그는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과 유엔 대사 등을 역임했지만, 한ㆍ미 FTA를 주도하면서 ‘검은 머리 외국인’이란 비아냥 소리도 들었다.
ⓒ 한만송


그는 이날 계양 갑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국내 경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젊은 층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계양을 한국의 실리콘벨리처럼 만든다면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 뒤 "대통령이 쓴 전문가로 당이 저를 선택했고, 이제는 계양구민이 저를 선택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당 중앙이나 지역과 협의를 거쳤느냐'는 질문엔 "논의를 수차례 했다"고 답했다.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고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까지 지낸 그의 출마 기자회견에 지역 언론은 큰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인천시민사회·노동계 "낙선운동 할 것"

넓게 보아 야권에 우호적 태도를 유지해온 인천지역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 등은 김 전 본부장의 계양 갑 출마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사회 양극화를 심화한 한·미 FTA를 주도한 것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25일 오후 밝힌 성명서에서 "위키리크스(정부나 기업의 불법행위 등 자체적으로 입수한 비공개 문건을 폭로하는 인터넷 사이트) 문건을 보면 김 전 본부장은 미국계 초국적 제약회사에 불리한 '약가 적정화 방안'이 한국에서 시행되지 않게 노력했고, 이 정책이 청와대와 논의 중이란 것을 미국 대사관에 미리 귀띔까지 해줬다고 한다"며 "한·미 FTA 협상에서 국익을 위해 일한 인물인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개성공단 폐쇄 후 '북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개성공단을 폐쇄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해, 개성공단으로 고통을 겪는 국민에게 큰 상처를 줬다"며 "이런 발언을 한 김 전 본부장은 평화도시 인천이라는 곳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한·미 FTA 체결 지원위원회 지원단장을 지낸 홍영표 국회의원, 더민주당 내 한미FTA 찬성론자 대표주자인 송영길 전 인천시장까지, 한·미 FTA 3인방이 부평과 계양에 출마하는 꼴이 됐다"고 혹평했다. 김 전 본부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야권 분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홍영표(부평 을) 의원과 송영길(계양 을) 예비후보에게로 확산되는 모양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더민주당이 김 전 본부장을 공천한다면 인천시민사회와 논의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노동계에서도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지난 25일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민주노총은 반 노동자 정치인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며 "사회 양극화 심화를 초래한 한·미 FTA 주도 인물의 출마를 가만히 놔두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당 안에서도 반대 여론, "검은 머리 미국공무원 안 돼"

장하나(비례) 더민주당 국회의원은 김 전 본부장 영입에 대해 "국민은 아직 용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검은 머리 미국공무원은 안 된다"고 영입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장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간지 <시사IN>의 2011년 9월 보도된 기사를 공유했다. 해당 기사는 그해 9월 2일 <위키리스크>가 미국의 외교 전문 25만여 건을 공개한 것으로 각국 정부가 그동안 자국민들에게 숨겨온 비밀 정보다. 이 기사엔 '김 전 본부장이 한국보다 미국에 더 협조적이었다'고 게재돼있다.

김 전 본부장의 출마 소식을 접한 같은 당 유동수 계양 갑 예비후보는 매우 반발하고 있다. 더민주당 인천시당 관계자들도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시사인천>이 만난 더민주당 핵심 관계자들은 "중앙이나 지역에서 상의가 거의 없었다"며 "송파나 용산 출마설이 있었는데 갑자기 인천 출마를 선언해 모두 당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홍영표 인천시당 위원장도 그의 계양 갑 출마에 부정적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전 본부장 쪽 관계자는 "중앙이나 지역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됐고, 그런 조율 속에서 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를 주도한 것에 대한 반대 여론에 대해선 "대한민국은 개방형 통상 국가라 FTA 추진은 불가피했고,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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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영입'과 '더민주'의 우클릭

"더 늦기 전에 '비상체제'로 돌입해야합니다. 정계, 재계,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이제는 지역과 전략 위주로 체결하는 메가FTA를 주도하고, 우리 자유무역구와 중국 자유무역구를 상호 개방하여 금융, 의료 서비스 등이 진출해야 합니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입당 인사 중 일부다. 한미 FTA를 주도했던 그가 이제는 '메가FTA'를 주장하고 나섰다.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다!"는 "제 깊은 곳으로부터의 음성"(?)을 들었다며, "구한말과 같은 국제적 상황 위기에 처한 국가와 우리 민족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정치를 입문하게 됐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와 '국제외교'를 강조했다.

"저는 장관급인 대한민국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세계 45개국과의 FTA 협상을 진두지휘하며 대한민국의 글로벌 진출 1.0 시대의 후반부를 참여정부에서 국민여러분과 함께 하였습니다. 이제 글로벌 진출 2.0시대를 정치인으로서 국민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국제기구인 WTO, 대한민국 정부의 통상교섭본부장, UN대사, 개인기업인 삼성해외법률사장을 두루 거쳤습니다. 그러나 정치신인으로 입문합니다.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되살리고, '우리나라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김현종 전 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종 영입'카드와 함께 더민주의 '우클릭' 행보와 김종인 대표의 정체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어가고 있다.

한미 FTA 논란 당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연구단 단장이었던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의 공저자이기도 한 그는 1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야당의 우편향' 걱정한 이들에게 던진 메시지

"김현종 전 통상본부장이 더민주당에 '입사'했다. 저어기 강남 어디에 공천한다고 한다. 김종인 위원장이 영입했다지만, 실상 문재인 전 대표가 역할했지 싶다. 그런데 입사소감이 흥미롭다. TPP 등 '메가 FTA'를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고 한다. 뭐 현장을 떠난 지 오래돼 업무 감이 현저히 떨어지나 보다. 가당찮은 소릴 하고 있다. TPP는 더민주나 이 분이 주도 안 해도 이미 하기로 되어 있다.

그리고 개성공단은 폐쇄해도 된다고도 했다. F22, 핵잠수함이나 등등을 미국이 내주면 말이다. 이 또한 국제정치맹이나 할 법한 가소로운 소리다. 개성공단은 박근혜 이전에 미국이 진즉부터 손톱 밑에 가시처럼 여겨왔다. 한미일 3각 동맹에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긴 뮐 준단 말인가. 나 이 분과 국회 공청회등지에서 수차례 논쟁한 바 있다.

이 분 왈, 한미FTA협정문에 개성의 ㄱ도 없지 않느냐는 나의 면박에, '아니다 한미FTA를 통해 수많은 개성공단을 지을 수 있게 되었고, 협정문에 개성공단을 넣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식의 답변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이제는 스스로 앞장서 개성공단을 부정한다.

그리고 한중이 자유무역지구를 서로 개방해 금융, 의료를 진출하잖다. 참 삼성스러운 발상이다. 금융을 주력으로, 또 의료민영화도 주도하고 싶은 모양이다. 기업이익이 국가이익이라고 삼성 사장 시절에 말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지금 중국이 한국이 사드배치하면 힘과 행동을 보이겠다고 하는 판에 참 물정모르는 소리한다, 이 또한 감이 떨어져서 그런 듯 싶다.

다시 더민주당에 묻고 싶다. 당신들 누군가? 백남기 선생같은 분이 얼마나 더 나와야 만족할런가."

'한미 FTA 반대' 대표선수였던 이해영 교수, 김현종 전 본부장의 입당 소감에 대한 비판에 몹시도 날이 서 있다. 이해영 교수는 TPP 등 메가 FTA와 개성 공간 폐쇄, 한중 자유무역지구 등 조목조목 간결하고 집중력있게 반박했다. 이 교수뿐만 아니다. 더민주의 '김현종 영입'은 '야당의 우편향'을 걱정해왔던 이들에게 뚜렷한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한미 FTA 전도사를 영입한 것을 보면, 더민주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듯"이라며 "김종인씨는 자신의 사적 생각과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공식적 정책을 구별할 줄 알아야..."라고 언급한 바 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던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역시 쓴소리를 냈다.

"더민주당이 김현종을 영입했단다. 한미 FTA의 그 김현종, 이후 삼성 이사로 밥벌이를 한 그 김현종이다. 더민주당은 앞으로 나에게 뭔가 같이 하자고 말하지 말라."

박근혜 정권과 더민주, 무엇이 다른가

'한미 FTA 전도사'와 경제 외교 전문가 사이, 김현종 전 본부장을 향한 시선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더민주가 가리키는 '경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점이리라. 그 공과를 가리기에 앞서 한미 FTA와 서민과 진보정치와 거리가 멀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 장하나 의원은 김현종 전 본부장이 "미국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고 했다던 지난 2011년 위키리스크가 폭로한 미국 외교 문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일례로 의약품 수입 협상과 관련, 통상교섭대표단을 통솔했던 김현종 전 본부장이 "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죽도록 싸웠다(fighting like hell)"고 말한 부분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한미 FTA와 관련 더민주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나 대통합민주신당과 그 주축인사들이 이명박 정부 당시 한미 FTA를 반대해왔다는 과거를 놓고 볼 때, '김현종 카드'는 더민주의 '우편향' 인사 논란을 부채질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또 UN대사로 승진(?)한 뒤, 그가 "개인기업"이라고 칭한 "삼성 해외법률 사장" 이력도 논란을 부추기긴 마찬가지다. '고졸신화' 유명해진 양형자 전 삼성전자 상무의 영입과 달리 김현종 전 본부장이 전형적인 '금수저' 출신에 '삼성 사장'까지 지냈던 이력은 의구심을 더하는 대목이다. 과연 그가 외치고 자신감을 피력하는 '경제'와 '외교'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경제민주화를 포기한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에 천착한 것과 과연 어떻게 다를지 말이다.

지난 18일 임동원·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 "평화·통일의 시대적 사명을 통감하지 못하는 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종인 대표의 "북한궤멸론" 발언을 포함해 야당의 정체성과 우클릭에 심각한 수준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야당은 '선거 승리'도 추구해야 하지만 동시에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이 땅에서 평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이 묻고 있다. '도대체 박근혜 정부와 야당이 무엇이 다르냐?'고,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무엇이 달라지겠느냐?'고."

'김현종 카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연 지금 더민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더민주가 승리하면, '창조경제'가 아닌 '서민경제'를 우선시 할 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