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기술발전과 인간의 행복 사이에는 묘한 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 생활이 꽤 편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당장 가전제품으로 식기세척기, 세탁기, 진공청소기, 냉장고, 교통수단으로 자동차 등등을 생각하면 뻔하죠.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갈수록 이 기술이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데에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단순노동일 것 같아요.
현재에는 아직 기술발전이 충분하지 않아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만,
먼 미래에 기술이 발전하면 생산단가가 내려가서 단순노동의 측면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그 날이 10년 뒤에 오느냐, 100년 뒤에 오느냐 정도의 문제겠지요.

2.

그나마 인간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영화 <매트릭스> 직전의 상황입니다.
즉 인간은 칼 맑스가 그렸던 이상처럼, 여가를 즐기면서 정신적 성장을 추구하고,
노동은 기계가 모두 처리하는 그런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 그나마 평범한 인간의 입장에서는 가장 유리하지 않나 싶네요.
그렇지만 그렇게 될 경우에 <매트릭스>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기계가 너무 똑똑해져서 반란을 일으키고 인간을 역으로 지배하게 되면 어떡할까? 하는 것입니다.
혹자는 제가 너무 공상과학 소설을 많이 읽은 것 아니냐,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지만,
인간을 대체할 정도로 인공지능이 발달하게 된다면 과연 그런 일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3.

물론 그것도 이상적인 경우에나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보다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는,
대부분의 사람은 기계 때문에 실직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기계를 쓰는 것이 사람을 쓰는 것보다 싸게 되는 바로 그 순간에 그게 될 것이라고 예측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4.

물론 인간 중에서 능력이 있고 똑똑한 사람은 그런 사회에서도 잘 먹고 잘 살 겁니다.
고대 사회에서나, 봉건제 하에서나, 자본주의 하에서나,
역사에서 공통된 것이 있다면 힘있고 빽 좋고 능력 좋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로 기계 지배 사회가 된다 한들 힘 있고 빽 있고 능력 좋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을 겁니다.

5.

문제는 절대다수의 일반 사람입니다.
지금 지구 인구가 60억 정도라고 하는데 (아마 훨씬 넘겠죠?)
그 중에 기계가 발전하면 몇 사람 정도나 직업을 찾을 수 있을까요?
보통 고기술 사회가 되면, 단순노동은 필요성이 줄어들고 고급노동이 가치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런 고급노동이 모두가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고급노동이라고 하기가 어렵겠죠.
습득하기 어려운 기술을 바탕으로 하기에 고급노동인 것입니다.
따라서 극소수의 사람은 살아남는데, 나머지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잉여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 그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저로서는 잘 상상이 안 됩니다.

6.

문제는 딱히 이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겠죠.
한 나라에서 위와 같은 이유로 기계를 다 때려부숴 버린다면,
당장에 외국으로부터 침략의 대상이 되거나 경제적으로 공격을 받아 몰락할 것입니다.
그물망처럼 엮인 세계 자본주의의 역학에 따라서 말이지요.
따라서 이는 어찌보면 일종의 치킨게임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로 기술발전을 놓을 수는 없되, 그 부작용도 감내해야 하는...

7. 

아마 그렇게 된다면 민족주의가 더욱더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난리지만,
먼 미래에 기계 때문에 실직자가 늘어난다고 하면,
각국의 자본가들은 부를 재분배하기보다는 이민자나 타국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리겠죠.
자본주의 역학상 부를 섣불리 재분배했다가는 타국 자본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8.

제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직도 기술 발전의 속도나 수준이 제가 우려하는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먼 것 같기도 하구요.
어쩌면 제가 보수적이라서 그런 변화에 더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여하튼, 기술 발전에 따른 이런 딜레마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