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길어지면 읽기 짜증나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제가 국민의당 창당 이후 가장 아쉽게 생각했던 부분은 호남의원 물갈이론을 전면에 내세운 것입니다.

 

물론, 호남에서의 승패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바 아니고, 경쟁력이 눈에 띄게 부족한 일부 의원들을 부득이하게 교체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일 겁니다.


그러나 안그래도 더민당 측에서 구태 b급 공천탈락자들이 도망이라도 간것처럼(실제로 탈당 의원들이 잔류 의원들보다 개개인의 자질이 나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선전하며 국민의당을 매도하고 있던 때에, 무슨 승부수나 되는 양 물갈이를 떠벌리는 것은 자해나 다름없는 한심한 전략입니다.


스스로 떨거지들 모임이라고 자인이라도 하는 겁니까?


설령 물갈이가 꼭 필요하더라도 조용히 진행해야 할 판에 상대방의 주장에 동조라도 하듯이 지도부가 앞장서서 칼춤을 춰대면 그렇잖아도 모래알 같은 정당이 어떻게 단결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 조금 부족한 사람들조차 격려하고 각성시켜서 결과를 내는 것이 훌륭한 리더쉽일텐데, 하물며 더민당 잔류파보다 한결 나은 사람들을 가지고도 선수탓을 하는 것이 합당하겠습니까?


게다가 이 사람들은 모두 작게는 김한길 크게는 안철수에게 정치 인생을 걸고 온 사람들인데, 서로 응원하고 추켜세워도 모자랄판에 실상이야 어쨌건 간에 지난 재보선 권은희 전략공천으로 섭섭함이 있다고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천정배 측이 반쯤 목을 날려버리면 앙금이 남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실제 내막이야 어쨌든 외면적으로 공당의 결정이 개인적 감정에 따라 좌우되는 듯한 인상을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간미 내지 덕성 같은 것은 정치 지도자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금 호남 물갈이를 앞세우는 것은 안철수는 무책임한 사람으로, 천정배는 무자비한 사람으로, 국민의당은 떨거지 집단으로 만드는 최악의 수입니다.


사실, 원래 저는 교수니 논객이니 하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훈수꾼들의 주장을 정치인들이 그냥 참고 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조직을 들어다 바치는 풍토를 몹시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신념을 가지고 사람들을 이끌어가야 할 정치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 확신이 없으면 그런 훈수꾼들을 맹신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엊그제 정동영 영입에 대해 왈가왈부하던 이상돈이 입당해서 선대위원장을 맡는 모습을 보며 크게 실망을 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습니다.


다만 정동영의 입당이 확정되었다는 것은 안철수가 정동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정동영이 납득할만한 제안을 했기 때문이라고 보기에, 또한 이상돈과 정동영 두 사람이 모두 언행을 조심하고 있는 만큼 이상돈도 영 눈치없는 사람은 아닌 듯 하고, 정동영도 생각하는 바가 있으리라 보기에 그 문제에 대해서 더는 거론하지 않으려 합니다.


사실 저는 처음부터 '야권의 반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노와 비노 사이, 그리고 비노와 안철수 사이의 믿음이 얼마나 굳건하냐가 가장 관건이라고 보았기에 저 같은 사람까지 이런 저런 말을 보태 갈등을 키우는데 일조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게다가 여러 언론에서 안철수, 천정배가 김한길과 갈등하고 있으며, 김한길과 더민당 탈당파를 견제하기 위해 영입했다던 이상돈은 오히려 호남 물갈이론에 반대하고, 안철수는 정동영을 포용하는 모습에서 이들이 단순한 계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니며, 각자 신당의 성공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다만, 불리한 언론환경을 고려할때 갈등의 노출을 최소화하며 모든 주요 구성원이 신념에 차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듯이 보이는 것만이 유권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보기에 어줍잖은 쓴소리를 하나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