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되는 칼럼..사실 북한 핵 문제는 궁극적 김일성 집안이 왜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핵개발에 올인하느냐 그 의도를 살펴봐야 해결책이 찾아질 것이라고 보여진다.

북한 김일성집안은 한국전쟁 때 미국 B-29로 융단폭격 당한 평양공습 트라우마, 전 후 수십 년에 걸친 미국 주도의 대북 경제제재로 인한 대기아 참상까지 겪었던 아픈 기억들..김일성 집안의 대미 공포와 그로 인한 생존 위기감은 거의 무의식 차원에까지 닿을만큼 뿌리가 깊다고 본다. 거기에 소련을 비롯한 공산블록이 붕괴되자 그 극도의 공포감이 결국 핵개발로 나서게 만들었고, 더 나아가 미국에 의해 후세인 카다피 등이 실제로 제거 당하자 더욱 핵에 매달리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미국과 국제사회가 그들이 바라는 평화협정이나 북미 수교 같은 것으로 김일성 집안의 생존을 확실하게 보장해준다면 그들 역시 움츠렸던 마음을 열고 핵까지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 바로 그런 북미 수교나 평화협정 체결 같은 작업에 남한이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초기에 김정은에 대해 큰 누나 역할을 하겠다고 했을 때 그런 기대를 가졌었는데...기대한 것이 연목구어라고 무리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남북 당사자가 이성을 되찾아 그런 외교적 해결의 길을 모색해 가기를 바랄 따름이다.



[김영희 칼럼] 핵 동결과 평화협정의 교환이 답이다

북의 핵 동결·군사훈련 중단 제안진지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다

제재와 고립은 북한에 안 통해북·미 수교 → 평화협정만이 북한 비핵화 돌파구 열 수 있어


중앙일보 | 김영희 | 입력 2016.02.05.   


북한은 4차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나면 한국과 미국에 대화 공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의 표현을 빌리면 4차 핵실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4차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북한은 도발 모드에서 대화 모드로 전환할 것이다. 북한이 화해의 손을 내미는 것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가 끝난 뒤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4차 핵실험 20일 뒤, 북한이 예고한 미사일 발사 전에 주목할 만한 제안이 북한에서 나왔다. 한국과 미국의 자세에 따라서는 핵·미사일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 만한 제안이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북한 외무성 산하기관인 군축평화연구소의 최은주라는 연구원이 지난 1월 26일 NK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핵실험 모라토리엄(동결)과 한·미 합동군사연습의 중지를 맞바꾸자는 2015년 1월의 제안을 되풀이했다. NK뉴스는 채드 오 캐럴이라는 친북 인사가 워싱턴에서 운영하는 매체다. 최은주는 또 북한이 2015년 8월 제안한 평화협정 체결도 되풀이했다. 그는 1970년대에는 핵무기를 갖지 않았던 북한이 지금은 핵보유 국가로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평화협정을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은주의 글은 북한이 한국과 국제사회의 “혹독한 대가”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중국의 뒤통수를 치면서 4차 핵실험을 하고 위성 발사로 위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이유의 한 부분을 보여준 것이다.

북한이 대남통일전선부도 국방위원회도 아닌 외무성하고도 그 산하기관의 일개 연구원의 이름으로 한국과 미국과 일본이 격앙되어 있는 민감한 시기에 평화협정 체결과 핵 모라토리엄과 한·미 합동군사연습의 중지의 맞교환을 다시 제안한 것은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는 탐색전인 것으로 보인다. 최은주는 72년의 7·4 공동성명과 74년 미국에 평화협정을 제안했던 사실까지 언급하면서 그때의 비핵국가 북한과 오늘의 핵보유국 북한의 힘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말도 무시할 만큼 컸다.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하자”는 메시지다.

청와대는 비상대책회의를 마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혹독한 대가”가 무엇인가. 중국과 러시아가 물타기 한 유엔 안보리 제재와 미국의 금융제재, 일본의 독자적인 제재, 한국의 확성기 방송, 어쩌면 개성공단 축소 말고는 북한 정권에 치명적인, 아니 치명적은 아니라도 심각한 타격을 줄 “혹독한 대가”는 없어 보인다. 북한은 4차 핵실험으로 어차피 제재를 당하게 되어 있다. 미사일 발사로 열 대 맞을 곤장을 스무 대 맞은들 무슨 대수냐는 배짱인 것 같다. 그게 맞는 말이어서 우리로서는 참으로 난감하다.

대북제재는 아무리 혹독한 것이라도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핵·미사일 문제 해결 없이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는 없다. 도발과 효과 없는 제재와 긴장의 무한 반복만 있을 뿐이다. 핵 문제 해결의 최종 단계는 휴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이다. 그에 앞선 단계가 북·미 수교다. 북·미 수교의 조건으로 이제는 비핵화는 바랄 수도 없다. 그래서 핵 모라토리엄이다. 북한은 모라토리엄의 교환 대상으로 북·미 수교보다 한·미 합동군사연습의 중단에 더 무게를 두는 것 같다. 잘된 일 아닌가. 한·미 연합군사력은 충분한 대북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 재래식 무기체계에서 북한은 수적으로만 우세할 뿐 질적으로는 한·미 연합전력에 훨씬 못 미친다. 레이더에 안 잡히고 북한에 출격해 지휘부를 공격할 수 있는 오키나와의 F-22,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B-2 스텔스 폭격기, 괌에서 5시간 안에 날아올 수 있는 B-52 전략폭격기, 결국 배치되고야 말 고고도 요격미사일 사드와 쌍을 이룰 저고도 하층 방어용 PAC-3 미사일이 가공할 대북 억지력이다. 북한이 자멸을 각오하지 않고는 본격적인 도발을 못한다.

북한 정권이 군축평화연구소의 연구원 이름으로 관측기구를 띄운 핵 모라토리엄과 한·미 합동군사연습의 교환은 대북제재와는 별도로 진지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다.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위반하면 군사연습은 언제든지 재개하면 된다. 이제는 한반도의 평화를 생각해야 한다. “혹독한 대가”의 경고가 제재와 고립에 이골이 난 북한엔 안 통한다. 핵 모라토리엄과 군사연습 중단→북·미 수교→평화협정만이 핵실험과 제재의 악순환을 끊고 북한 비핵화의 돌파구를 열 수 있다. 그런 뒤 신뢰가 충분히 쌓이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 북·미 수교는 북한에 IMF와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의 차관을 쓸 문호를 연다. 뒤따를 북·일 수교는 100억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북한에 안긴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