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과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해 양 진영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안철수와 국민의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양상 같습니다.


그런데 물론 최근 국민의 당에서 나타난 여러 잡음들은 성급한 지지자들을 실망시킬 요소가 많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안철수가 우익 행보를 보였다고 해서 딱히 지지율이 올라갔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념적으로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문제가 불거질수록 양진영 지지층이 결집되었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안그래도 불리한 언론 환경 속에서 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해 국민의 당이 무엇을 하는지 지지 정당의 입장을 매니악하게 찾아보는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애시당초 이런 한국 정치의 지형 때문에 제3당은 어려울 것이라고 누차 주장했고 안철수의 탈당에도 회의적이었습니다만 지금와서 그런 이야기를 해봤자 영양가 없는 소리인 만큼 접어둡시다.


어쨌거나 대북 문제나 사드 배치 문제에서 기존 야권과 같은 입장을 표명해서 중도층이 떨어져나간 것은 중도로의 확장성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안철수 입장에선 아플 수도 있겠습니다만, 태도를 바꾸는 것은 더욱 큰 손해가 될 것인즉 이런 문제에서는 손해를 좀 보더라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게 낫다고 봅니다. 지금은 잠시 괴롭겠지만 그게 공명정대한 길입니다.


세상사는 오르내림이 있게 마련이고 정치라고 다를게 없을 겁니다.

위기 관리를 최우선으로 해야하는 정부가 오히려 위기를 최대한 부풀리는 박근혜식 강공책 역시 많은 무리수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여러 빈틈이 드러나게 될테니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특히, 김종인이 이 문제에 대해 여러차례 애매한 태도를 보인 상황에서 굳은 신념을 야권지지자들에게 보여 신뢰를 얻는다면 중도에서 본 손실을 더민당쪽에서 벌충하는 길이 열릴 수도 있겠지요.


주지하다시피 현재 상황은 안철수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압도하던 시절에 먹힐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상태가 됐다고 봐야 할 겁니다. 


국민의 당이 더민당을 압도하거나 비슷한 지지율을 보인다면 중도를 포용하는 쪽으로 나가야겠지만, 지금과 같이 진영 간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처절하게 야당내 지지자를 끌어모아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중도로의 확장은 일단 예선 통과가 끝난 후에 고민할 문제겠죠.


이를 위해선 핵심 쟁점에서 야권 지지자들의 시선을 충분히 끌만큼 강단있고 선명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겁니다.

야권내의 반대 세력, 말하자면 한상진 교수의 국부발언에 펄펄 뛰었던 사람들을 최소한 중립으로 돌아서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최소한 그 정도는 되어야 하다못해 야권 연대를 하더라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안철수는 야권연대가 없다고 하고, 그것에 찬성하는 분들이 많은 것(물론 저 역시 더민당이라는 문재인 사당과의 연대가 탐탁치 않습니다)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현재 상황은 야권 내 양 세력간의 증오심이 너무 심해서 야권 연대를 해봤자 소용 없을 것 같습니다.

안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지요.

그리고 제가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이 세가 약한 쪽은 야권 분열자들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구요.


문재인은 총선에서 야권이 어려울 것을 알고서 자신이 당을 다시 장악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후에 민주당과 절대 섞일 수 없는 인물이자 시대정신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정치적 생명이 끝난 (말하자면 문재인을 절대 위협할 수 없는 인물인) 국보위 출신 김종인을 과대 포장해서 자칭 수십년 전통의 민주 세력 수장 자리에 앉혔습니다. 


이것은 교묘한 꼼수이긴 합니다만,  무리한 시도는 반드시 화를 부르게 마련입니다.


김종인이 아무런 명분없이 민주당 수장 자리를 꿰어차고 그것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모습에 학을 떼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겁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듯이 여기에 파고들만한 틈이 있을 것 같습니다.


김종인을 때리는 것은 딱히 야권 지지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도 않을테지만, 안철수가 직접 김종인을 공격하는 것이 모양이 좋지 않다면 (국보위 출신을 비판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 저격수를 선발해야 할 겁니다. 진중권 식으로 당 외부에 그런 인사가 있어주는 것도 좋겠지요.


김종인을 집중 공격할 때 노문빠들이 김종인을 옹호하기 시작하면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 될 것이고, 옹호를 안한다면 야권지지자들은 점점 '저런 인물이 어떻게 야권 수장의 자리에 올랐는가'라는 의문을 반드시 품게 될 겁니다.


어쨌거나 콧노래 부르면서 야당 정치인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만큼, 안철수도 풀죽지 말고 심기일전해서 다시 할일을 해 나가길 바랍니다.


* 교섭단체가 아닌 정당은 안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인 언론에서 아예 언급조차 해주지 않으니 교섭단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모든 노력이 몇배로 힘들고 효과는 적을 겁니다. (그렇다고 꼭 신기남을 받아야한다는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