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는 가장 소중한 사람의 목숨이 가장 쓸데없이 팽겨쳐져 버린 기록" 

---- 한그루 사전에서 (한 때 전사에 탐닉하여 이년여를 회사에서 퇴근만 하면 인류의 전사를 뒤벼본 적이 있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사람의 목숨이 가장 쓸데없이 팽겨쳐져 버린 전투 중 하나'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벌어진 영국군과 일본군의 전투일 것이다.


당시 인도차이나 반도 주둔 일본군은 지휘부가 둘로 나뉘어져 파워 게임을 하고 있었고 그 파워 게임의 결과 무모한 돌파작전이 감행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일본군들의 소중한 목숨이 쓸데없이 평겨쳐져 버렸다. 오죽하면 적군의 사령관이던 영국의 파커 장군이 이런 말을 남였을까?



"무능한 지휘관이 야기시키는 참극과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숭고한 군인 정신을 나는 오늘, 같은 날 목격했다"



전사에서 무능한 지휘관들이 일으키는 참극은 상상을 초월한다. '유니온잭'을 지구촌 곳곳에 꽂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웠던 영국제국의 전사는 그 참극들로 점철되어 왔다. 솔직히, 그런 무모한 작전들을 수행하고도 영국제국이 건설이 되었는지 이해가 안갈 정도이다. 그리고 그 영국이 일으킨 참극 중 하나가 바로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솜전투'이다.


솜 전투는 독일의 무모한 전투인 베르뒹 전투의 역공을 위한 소모전의 성격을 띄었으며 그 결과, 개전 첫날 영국군의 사상자수가 6만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그 무모함으로 인한 참극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투에서 영국 지휘관들이 보여준 무능함과 무모함은 인도차이나 전투에서 일본군 장교들이 보여준 그 것을 훨씬 능가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솜전투에서 지휘관의 무능함과 무모함으로 야기된 참극은 대게 간과된다. 솜전투는 '인명을 소모전의 용도로 썼다'는 엽기에 가까운 슬픈 사실보다는 최초로 탱크가 등장한 전투로서 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이 기억되고 회자된다.



'솜 전투는 참극보다 최초로 탱크가 등장했다'는 사실로 더 많이 회자되는 것처럼 환타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펠렌노르 전투는 기억할지언정 솜전투는 알지 못한다.




반지의 제왕에서 등장하는 펠렌노르 전투는 작가 '톨킨 교수'가 참전한 솜 전투를 그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톨킨 교수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펠렌노르 전투는 기억해도 솜전투는 기억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왜 저 말을 했을까? 



톨킨 교수가 영국군으로 참전한 솜전투에서 역시 적군 독일군 장교로 참전한 '서부전선 이상없다'의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영혼을 위로하면서 했던 말은 아닐까?



솜전투가 한 명에게는 비극의 기록으로 그리고 다른 한명에게는 거대한 환타지의 소재로 작동한 것은 이채롭다. 어쩌면 톨킨 교수는 반지의 제왕을 집필하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의 목숨이 가장 쓸데없이 팽겨쳐져 버려졌던 솜전투' 그리고 그 솜전투의 참극이 잊혀져가는 것처럼 잊혀져가는 '서부전선 이상없다'의 작가 레마르크에게 어떤 부채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환타지는 새로운 쟝르는 아니다. 알고보면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학 장르이다. 왜냐하면, 각 나라의 건국신화들은 환타지이며 성서의 기록도 환타지이며 중국 4대 기서 중 삼국지, 수호지 및 서유기의 장르는 환타지이기 때문이다.



왜 '해리포터 시리즈' 열풍은 서양에서는 대단했지만 동양에서는 일부 '환타지 덕후들'에게만 환호를 받았을까? 그 이유를 톨킨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서구 제국은 건국신화가 없기 때문에 환타지에 열광하는 것"



삼국지가 발생한 유래가 오랑캐에게 나라를 빼앗긴 중화민족이 나라를 되찾기 위한 사상의 기조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물론, 중국 건국의 신화가 있음에도, 새로운 건국신화를 위한 환타지는 당시 민중들에게 열광을 받았고 그런 역사적 사실은 톨킨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고 보면 리얼한 기록인 불교가 동양에서 그리고 환타지 성격이 강한 기독교가 서양에서 그리고 리얼한 기록과 환타지의 중간 성격인 이슬람이 역시 동양과 서양의 접점인 지역에서 각각 융성했던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서구가 특히 환타지에 열광하는 것은 그들의 건국신화 대체효과였던 기독교가 과학에 밀려 붕괴되면서 새로운 대체물로서 환타지가 각광받는 것은 아닐까?



흐강님께서 왜 기독교보다는 환타지에 열광하는지.... 를 설명해달라고 하셨는데.... 이 정도면 답변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