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원래 아래의 온땅에님의 글에 대한 댓글로 쓸려다가 글을 쓰다보니 길어져서 그냥 발제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총선 패배 이후 문재인과 안철수는 아웃되고 빈자리를 반기문이 채운다

http://theacro.com/zbxe/5223047



일련의 야권 지지자들중에서 혹시나 반기문을 야권 통합 후보로 내세우면 정권을 교체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의 투영이라고 봅니다. 문재인도 인터뷰에서 반기문총장이 참여정부때에 외교통상부장관을 했던 것을 인연으로 내세우며 야권의 자산이라 식의 표현을 몇번 했었던 것 같습니다. 친노들도 아마 이런 점에서 반기문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대감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반기문이 절대 야권으로 올 사람은 아니라고 봅니다. 첫번째로 그는 평생을 관료직으로 살았고, 안정적인 곳에서만 서 있었습니다. 야권이 무슨 틀이라도 정확하게 짜여져 있으면 모를까, 지금처럼 사분 오분되어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야권 지지자들초자 그것을 전망하기 힘든 상황인데 반기문 총장이 야권으로 자진해서 올 생각을 손톱만큼이라도 하고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입니다. 


두번째로는 반기문을 야권 대통령 후보로 생각하는 소위 말하는 야권 주류세력들이 마음가짐입니다. 지난번 대선을 생각해보시지요. 당시에도 문재인 인기는 단독으로는 20%대 정도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를 불쏘시게로 삼아서 막판 통합을 함으로써 거의 50%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지금 이와 비슷한 밑그림을 친문이나 운동권 86계열에서 최소한 플랜 B 정도로는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여우같은 반기문이 모를까요. 참여정부에서 장관했던 사람이라면 특히나 더민주당 주류 세력에 대해서 잘 알테고, 자신이 나와봤자 종극에는 안철수처럼 취급받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처음에 안철수가 대선에 등장했을 때의 친노세력들의 반응과 그 이후에 통합이 어려움을 겪자 일제히 마타도어로 바뀌던 지점을 생각해보시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세번째로는 지난번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반기문이 박근혜에 대해서 적극  칭찬했던 것을 기억해야합니다. (이 이외에도 이전에 몇번 정부 여당을 향해 씨그널을 보냈던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생각나면 추가하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미 여당쪽에서 반기문에 여러번 접촉이 갔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반기문이 한 것이 지난번 멘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여당쪽의 분위기는 어떤가. 제가 음모론을 살짝 펼쳐보자면, 아마도 이들은 일본 자민당식의 30년 장기집권 플랜을 계획하고 있을 것입니다. 야권이 지리멸렬한 지금같은 시점이야말로 절호의 찬스가 온 것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그것을 김무성을 가지고 한다? 이건 어렵다고 봅니다.


박근혜쪽의 입장을 보면  퇴임후를 걱정해야할 텐데, 그렇다고 김무성을 믿고 있지는 않다고 봅니다. 두가지 이유인데, 첫번째로는 김무성의 본선 경쟁력에 있습니다.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김무성은 박근혜만큼 충성도가 높지 않습니다. 따라서 만약 안철수가 야권 단독 대선 후보가 되는 일이 생기면, 김무성으로는 절대로 본 게임에서 승리할 수 없습니다. (이미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김무성을 밀었다가 그가 본선에서 안철수한테 밀리게 되면, 박근혜 퇴임후가 끔찍할 것이기 때문에 마냥 김무성만 믿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일단 한편으로 안철수 밀어내기 + 음지에서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밀어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여당의 형편이라고 봅니다. (한그루님 잘 표현하셨던데, 박근혜 몰래알바잡이 문재인 선대위원장이잖아요.)


두번째로는 김무성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박근혜의 퇴임후의 안위를 절대 보장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김무성의 당선이라는 것은 여권의 주류가 대구-경북에서 부산-경남또는 YS계로 넘어간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여권 내부에서도 숙청에 가까운 대대적인 물갈이가 진행될 것입니다. 박근혜 쪽에서 그리 달가워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권이 생각하는 최고의 씨나리오는 일단 이번 총선에서 개헌선 (200명)을 확보하여 프랑스식의 이원집정론 정부로 개헌을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외교-안보만 신경 쓰도록 하고, 내치는 당내에서 나눠먹기하는 것이지요. 이게 박근혜 라인에서는 가장 선호하는 쪽일 것이에요. 박근혜가 퇴임하고서도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림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김무성이나 부산-경남 진영에서는 이것을 별로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권력을 나눠먹고 싶겠습니까.  그래서 현재는 친박쪽이 물밑 작업으로 반기문을 접촉하고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위에서 말한 데로 반기문 스스로도 여권에 들어가는 것이 좋지, 험한 야권으로 갈 이유도 없습니다. 


그리고,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개헌선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박근혜쪽이나 대구-경북쪽에서는 김무성을 밀어내고 반기문을 옹호하려고 할 것입니다. 특히나 만약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에는 훨씬 더 절박하게 반기문을 원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될 것입니다. 아마 제 생각에는 반기문이 나오면 문재인은 상대 자체가 안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고, 안철수가 나오더라도 6:4 정도로 반기문이 유리합니다. (여론 조사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 박근혜한테는 가장 확실한 카드가 반기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야권은 추후로 반기문이 대선에 나올 것을 대비한 대응 플랜을 짜야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