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적부터 일본의 천황에 대해서 기이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습니다. 천황가의 혈통이 백제인이다. 한반도 도래인 출신이다라서가 아니었습니다. 단순한 천황 자체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 천황에 대한 존재가 일본인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천황은 어떻게 정립되는 것인가가 제 고민이었습니다.

최근, 점점 실제화 되고 있는 일본의 '정상국가화'와 '위안부 문제'를 보면서, 이에 얽힌 천황제에 대한 생각을 아크레에서 고견을 듣고 싶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여느 나라나, 헌법은 그 나라의 속성을 바로 드러냅니다. 물론, 성문법이 아닌 나라는(바로 떠오르는 나라는 영국 밖에 없습니다만..) 이러한 기회조차도 없지만, 성문법인 나라가 많기에 여러나라 헌법을 보면 나라의 성향이 바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예컨대,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라고 규명을 해놓았고, 미국의 경우 헌법 수정 제1조는 '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라고 시작하는 '표현의 자유'를 명확히 해놓고 있습니다. 중국 조차도 '중화인민공화국은 노동자계급이 영도하고, 공·농연맹에 기초한 인민민주전정의 사회주의 국가이다.'라고 명시했습니다. 공통점은 모두 '국민'의 권리에 관하여 논하는 것으로 헌법을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다릅니다. 과거 일본제국헌법도 그렇고, 소위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현재도, 일본의 헌법 1조는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덴노는, 일본국의 상징으로 일본국민통합의 상징이며, 이 지위는, 주권이 존재하는 일본국민의 총의에 기초한다. 天皇は、日本國の象徵であり日本國民統合の象徵であつて、この地位は、主權の存する日本國民の總意に基く。"
왕정이 이루어지는 타 국가를 보더라도, 헌법 1조 정도는 모두 국민의 권리에 관하여 설명을 하고, 2조 부터 왕에 대하여 논하거나, '입헌군주정'이다. '세습군주정'이다 논하는 반면에, 일본은 헌법 1조부터 자랑스레 덴노에 대하여 논하고, 무려 '일본국민통합'의 상징이라는 규정을 해놓았으며 더 나아가 이는 일본국민의 '총의'에 비롯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총의'에 대한 설명은 어디를 보아도 없습니다. 세계 만국을보더라도 이정도로 무지막지한 헌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말해, 일본의 헌법은 '일본=천황'이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여, 우리는 일본의 성향을 논할때 그들의 극우성향이나, 자세 등의 국민 성향에 대해서 말했지만은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일본의 천황에 대해서 이해를 해야한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그렇다면, 천황은 누구일까요? 아니, 천황은 일본인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일본인들이 정말 천황을 신으로 생각하는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전쟁 후, 맥아더에 의해 쇼와 덴노는 '인간선언'을 하였습니다. 그 이전에도, 신으로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본의 역사에서 보이는 조정과 막부라는 이중정부 행태가 이를 증명합니다. 이른바 만세일계라 불리는 덴노들 중에는 막부에 치여, 보리밥과 옷을 기어 입을 정도로 내팽겨졌던 때도 있습니다. 무려 700년 간, 덴노는 일본 민중들에게 유리된채,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무로막치 막부 시절에는 남북조 시대라고 하여, 덴노의 정통성 조차 문제가 되던 시기도 있었지요.

단지, 일본의 위정자들이 덴노를 꼭두각시로 세워 이용하는 것일까요? 일본 메이지 유신의 역사를 보면, 사츠마와 초슈의 양 번 지사들이 덴노를 꼭두각시로 생각한 적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덴노를 말할때 손으로 미뉴에트 인형극 포즈를 취하면서 비웃었다고도 하지요. 일본의 헌법 또한 교묘하게 덴노의 권한을 묶어논 흔적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천황이 총리가 내민 공문서에 도장을 안찍어줄 경우'에는 '도장을 안찍어주는 천황은 정신이 잠깐 이상하신 것이므로, 섭정을 내세운다.' 등의 해석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러나, 천황이 결정적인 순간에 일본의 역사를 좌지우지 한 면이 등장하여, 과연 꼭두각시였나 의문이 듭니다. 맥아더가 천황의 전쟁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아, 유야무야 넘어가는 측면이 있지만, 천황은 당시 일본제국헌법에 따라 군통수권자였고, 대본영에서 모든 보고를 들었으며, 심지어 명확한 침략 명령을 내렸다는 증거도 부지기수입니다. 또한 이른바 '성단聖斷'이라 불리는 전쟁 항복 결단도 천황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위정자들에게 압력을 받은 것일까요? 이에 관한 정확한 증거는 없어 예단하기 어렵습니다만,(증거 자체가 파기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전쟁 항복 결단만큼은 천황에게 있어 보입니다. 전쟁 막바지에 일본은 주전파의 군부와 주화파의 내각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정확히 둘로 나뉘어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총리였던 스즈키는 이 판단을 내각이 아닌, 천황에게 떠 넘기고, 천황은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단지 이것이 꼭두각시일까요? 천황은 일본 국민과 그 위정자들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정의내릴수 있는 것일까요?

위안부 문제는 정말 잘못된 방향으로 결착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더 큰 회담의 전제로, 한국정부-일본정부가 아닌, 한국정부-천황가 혹은 천황의 공식적인 위안부 발언이 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