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아주 우연히 잡시 쉬러 침대 방에 들렀다가 그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젊은 세대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반갑고 놀라왔다. 입시 계통에서 인기강사라는데 말 솜씨도 보통은 넘었다. 듣고
나서 보니 검색창 맨 위에 이름이 올라왔다. 강의를 듣고 나서 옆에 있으면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다. kbs에서 그런 강의를 허용한다는 게 우선 놀랍고 그리고 연세대학 출신에겐
대단히 죄송한 말이지만 그 대학 출신에 그런 명민한 인재가 있다는 것도 놀라왔다.

 설민석 강의 요지는 그동안 통일 분단에 관해 내가 여기 끄적여본 몇가지 상황들과 아주 정확하게
일치했다. 우리는 반도라고 흔히 말하는데 그건 틀렸다. 우리는 지금 일본처럼 고립된 섬에서 살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내가 여기서 말하던 내용이다. 그 섬의 지도를 흑판에 그렸는데 마치 어느 불구
동물의 ,다리가 잘려나간 동물의 몸체처럼 흉해보였다. 반도 이남의 지도를 한번 상상해 보라. 왠지
보기가 흉하다. 우리는 그 섬 속에 갇혀 진보다 보수다 좌파다 우파다 하며 지지고 볶고 있는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장시간 섬 속에 갇혀 사는 수인들의 아귀다툼 같은 것이다. 사고의 지평이
넓을 수가 없다.
설민석은 말한다. 우리는 아직 독립된 나라가 아니라고. 나도 늘 하던 말이다. 그는 또 말한다. 분단
해소는 점진적으로...전쟁으로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그 첫 과업으로 이산가복 상봉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제일 맘에 들었고 그 순간 달려가서 이 젊은 친구를 안아주고
싶었다. 내가 하던 소리다. 통일부 장관이 그 자리에 와서 들었으면, 아니 박근혜가 그 자리에 와서
들었으면...하긴 들어봐야 소용없지. 그건 그렇고 kbs 그 극우 여자 이사장이 무슨 일로 그런 강의를
허용했는지 알 수 없다. 실수 한 것 같다.

 지금 집권세력은 분명히 반통일 세력이다. 집권 안정을 위해 잠정적으로 그러는지, 미국의 압력 탓
인지 실상을 단언하긴 어려우나 분단해소에 실질적 노력을 기울이는 세력은 결코 아니다.
자칭 진보라는 야당은 어떤가? 그들 역시 거의 그 문제엔 관심이 없다. 오직 선거구 흥정과 야권
내에서 주도권 쥐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분단문제는 잊어먹은지 오래다. 만약 내가 야당
의원이라면 지난번 남북 차관급회담이 왜 그 지경으로 하나마나한 상태로 끝났는지,,, 그리고
대통령 이하 장관이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다고 말하는 게 도대체 뭘 뜻하는지 철저하게 따지고
결판을 냈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재개가 그렇게 한국의 흥망을 좌우할 정도로 막중한 것인지, 그렇다
면 그 이유를 밝히라고 추궁할 것이다. 야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설민석의 강의는 대단한 호소력과 설득력이 있었다. 내용도 내가 아는 것 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충실
했다. 남북경제교류 활성화가 진행되면 어떤 경제효과가 나타날지 골드만 삭스의 통계분석 자료까지
동원해서 설파했는데 적어도 그 강당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그리고 자기집 안방에서 그 강의를 그 시간
에 경청한 사람들은 모두 수긍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코오스로 나아가지 않는가?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닌가? 8000만의 부활
과 대 약진을 위해서...그런데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통일부 장관
도 박 아무게 여사도 입만 벙긋하면 같은 대사를 지껄인다.
아마도 퇴임 전날에도 그는 같은 대사를 외울 것이다. 이미 버릇이 되어서 다른 말은 떠오르지 않을테니.
 
 *급히 쓰다가 중요사항을 빠뜨렿는데
과거 통일론자들이 민족이니 조국이니, 혹은 북의 동포니 하는 당위성을 내세워 통일 분단해소를
주장했는데 그걸로는 요즘 세대들이 설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경제적 침체기에 접어든 한국이
한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북과의 경제교류, 북의 개발 주도와 참여 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 것, 그 구체적
수치를 자세히 예시했다. 통일론이 신세대에 와서 많이 진화했다는 건 반가운 일이었다. 그러니 분단해소
에는 명분과 실익이란 두 요소가 잘 갗춰져 있는 셈이다.